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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얍 판 츠베덴이 보여줄 서울시향의 미래서울시향 정기연주회 <얍 판 츠베덴의 베토벤과 차이콥스키> 7.20
  •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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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츠베덴과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얍 판 츠베덴의 호쾌하고 강력한 진행은 온통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소리 자체가 자극적이고 짜릿했다. 역시 음악이야말로 어떤 예술장르보다 마음을 가장 빠르게 장악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정말 빠르고, 직접적이고, 뜨겁고, 현란했다. 지난 1월 브람스 교향곡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에너지가 흘렀고, 카타르시스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쳤다. 더 놀라운 건 서울시향이 이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위해 츠베덴의 지휘봉에 몸을 맡겼다.

 

특히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이 그랬다. 잔뜩 힘을 준 스트링들에 굴곡마저 만들어져 있었다. 지휘자는 굉장히 세부적으로 지시하고, 또 그걸 단원들이 열심히 구현했다. 경기필과 츠베덴이 2018년에 했던 차이콥스키 5번도 많이 생각났다. 얍 판 츠베덴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지휘를 했던 오케스트라가 경기필이었다. 스트링에 굉장히 자세한 지시를 내려 두고, 굉장히 현란하고 화려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런 덕분에 기능적으로 굉장히 잘 만들어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기에 체코필 수석 얀 보보릴을 포함한 용병들은 불을 뿜었다. 1악장이 시작될 때 금관의 밸런스는 순간적으로 잘하는 유럽 오케스트라처럼 들렸다. 물론 실제로 멤버들이 특급 용병들이었다. 체코 필하모닉 호른 수석 얀 보보릴과,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서 수석대행을 했던 빌 윌리엄스가 음악을 책임졌다. 거기에 RCO에 있었던 팀파니스트 닉 바우트까지 역시 대단했다.

2악장과 3악장을 지나면서 잘 설계된 다이나믹이 실제 소리로 구현되는 것도 흥미로웠고, 거대한 소리 속에서도 뚜렷하게 대선율이 들려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빠르고 강렬했지만, 노래하는 구간들도 대체로 놓치지 않았다. 2악장이 그랬다. 4악장에서도 부피를 엄청나게 키워 짜릿한 음악을 선보이고, 쉴 틈 없이 감정을 몰아세워서 음악에 압도되었다. 텐션이 높아지면 그만큼 몸에서 이완을 요구하게 되는데, 너무 빨라서 그럴 새도 없었다. 이렇게 빠른 피날레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다 끝나고 단원들도 우리가 지금 뭘 한거지? 라고 웃는 모습들도 재밌었다. 앞으로 츠베덴은 서울시향과 어떤 차이콥스키를 보여줄지 관객들도 모두 알게 되었다.

1부 베토벤은?

1부 베토벤도 비슷한 접근이었다. 저돌적이고, 포효했다. 그리고 날렵했다. 분명 거기서 받는 흥분과 감동은 있었지만, 그 흥분은 올해 봤던 마렉 야노프스키에게서 받은 것과는 종류가 달랐다. 개인적으론 이 둘의 음악이 서로 정반대 지점에 있는 음악이라 흥미로웠다. 심지어 두 마에스트로 모두 올해 브람스와 베토벤을 선보였다.

 

마렉 야노프스키와 KBS교향악단의 연주 때는 소리자체가 이날보다 정교하지 않았지만, 소리를 연결시키는 방식과 그 구성이 좋았다. 무심해 보이지만 섬세했고, 호들갑스럽지 않았지만 생기가 돌았다. 야노프스키가 설계한 소리 밸런스에서는, 고요한 숲 속에서 나무들이 제자리를 우뚝 지키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주선율 뒤로 흘러가는 세부적인 소리들이, “나 지금 이렇게 멋지게 흘러간다!” 고 외치는 게 아니라, ‘바람이 불어가듯 조용히 사라졌다’ 라고 누군가 대신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았다.

또 가슴이 끓는점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확실히 달랐다. 츠베덴은 순식간에 음악을 끓어 오르게 하는 재주가 있다. 베토벤 교향곡 7번에서 3악장과 4악장이 그랬다. 3악장은 정말 흥미진진하게 봤는다. 4악장에서도 역시 스트링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반면 마렉 야노프스키는 순간순간의 쾌감을 주기보다는 그 흐름에 압도당하는 음악을 보여주었다. 비록 끓는점까지 올라가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온기가 오래 남아 있다. 개인적으론 야노프스키가 보여준 진득하고, 우아하고, 또 고고한 음악에 아직까지 매료되어 있어서, 츠베덴이 올해 선보인 베토벤과 브람스가 상대적으로 덜 놀라웠다. 두 극단적인 스타일을 접하다보니, 베토벤 지휘 때는 마렉 야노프스키 생각이 많이 났다.

 

중요한 건 츠베덴이 아닌, 서울시향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츠베덴이 아니라 서울시향의 기량이다. 서울시향의 연주력이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도 지켜봐야할 건 츠베덴이 부리는 마법보다도, 서울시향의 합주력이다. 서울시향은 상반기 내내, 대부분의 공연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휴 울프, 잉고 메츠마허를 지나, 슈텐츠와 함께한 반지 여행 그리고 플레트뇨프의 발레 음악까지 모든게 대단했다. 츠베덴의 연주 스타일을 충실히 무대 위에서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서울시향의 역량 덕분이다. 이날 공연은 그게 포인트다. 그런 이유인지, 상반기에 매진된 공연들도 무척 많았고, 관객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오케스트라가 되었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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