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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크, 해결방법 없을까?
  •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3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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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_조슈아 벨과 마르쿠스 슈텐츠 공연 사진

지난 5월, 마르쿠스 슈텐츠와 서울시향이 바그너의 반지 ‘관현악 모험’을 한창 연주하던 중이었다. 음악은 클라이막스로 향하고 ‘구원의 동기’가 등장하기 직전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런데 그 때 어디선가 카카오톡 벨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모든 악기들이 적막에 잠겨있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이었다.

 

관크는 이제 누구나 아는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이다. 사실 이것도 순화해서 표현한 느낌이다. 막상 다양한 유형의 관크를 직접 겪는다면 단지 관크라고 표현하지 못한다. 공연장들은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 공연 관람방해 행위를 저지하려 했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이제는 관람방해 행위 없이 공연을 보는 경우가 더 드물다. 올해 공연 중에 벨소리 한번 안 울린 공연이 있었던가.

 

관크 어떤 유형이 가장 많을까?

 

올해의 관크들을 돌아보면, 역시 패딩을 부스럭 대는 유형이 가장 많았다. 계절성 관크다. 당연히 한국의 겨울은 춥기 때문에 보온효과가 탁월한 패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패딩을 입고 지속적으로 소리를 내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아주 여린 소리까지 만들려고 노력하고, 또 그걸 들으려고 노력하는게 클래식 공연장이다. 패딩 소리는 당연히 공연관람에 아주 큰 방해가 된다. 대부분은 공연 중 몸을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경우다. 아마 클래식 공연에 자주 가는 사람들 중 십중팔구는 이 패딩공격에 당해봤을 거다. 아직 한국 공연장에선 어렵지만, 옷을 맡기고 들어가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해결 될 수도 있다.

 

그 다음은 어린 아이들이다. 좌석에 앉았는데, 주변에 어린 아이들이 보인다면 위험한 신호다. 당신이 이런 환경에 놓여있다면, 공연을 방해받을 확률이 절반 이상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높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고 소곤댄다. 아이들끼리만 앉는 경우가 가장 나쁜 케이스다. 그 누구도 통제할 수가 없다. 그런데 사실 어린이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소곤거리는 소리조차 허용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아이들은 잘 모른다. 어린이들을 관리하지 못한 부모의 책임이다. 어린아이들에게 클래식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은 정말 이해한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관람 행위까지 방해할 순 없다.

 

프로그램북 등 공연 중 바닥으로 무언가를 떨어트리는 유형도 있다. 공연장은 소리의 울림에 최적화되어 설계된 공간이다. 무엇을 떨어트리든 집이나 사무실 바닥에 떨어트릴 때와 차원이 다른 소리가 난다. 프로그램북도 떨어지고, 핸드폰도 떨어지고, 가끔씩은 뭐가 떨어졌는지 짐작도 안될 만한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한번은 쇠로 된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대체 저런 걸 왜 공연장에 가지고 오는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공연 중 과도하게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흥을 이기지 못하고 직접 지휘를 하는 유형도 여기에 속한다. 음악은 귀로 듣기 때문에 시각적인 요소는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몸을 과도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보이면, 덩달아 주의가 산만해지기 때문에 음악 감상 자체가 방해된다. 이 현상은 모두가 알만한 아주 익숙한 음악이 등장하는 순간 더욱 심해진다. 가만히 있던 관객도 그 순간 지휘자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코고는 소리나, 사탕 까먹는 소리보다 위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다음으로는 숨을 크게 내쉬는 유형이다. 이건 관람방해 행위로 분류하기에 참 애매하다. 그렇지만 방해를 받는다. 정말 내 귀에서 그 사람의 들숨과 날숨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들린다. 어떻게 보면 잦은 기침도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예민한 스스로를 원망해야 된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기침 중에서도 대놓고 하는 기침들은 참을 수 없다. 공연장에 자주 다녀본 분들이라면 최대한 소리를 억제하려고 하는 기침과 대놓고 하는 기침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론 역시 핸드폰 벨소리다. 모든 관람방해 행위 중 가장 파괴적이고 피해범위가 넓다. 특히 소리가 가장 중요한 클래식 장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공연 중 핸드폰을 사용해 불빛으로 주변 관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공연장이라는 특성상 핸드폰 벨소리 역시 더 멋지게 울리는데, 예술의전당보다 울림이 더 있는 롯데콘서트홀은 파괴력이 훨씬 크다. 설령 뮤즈가 지상에 내려와 관객들을 신들의 정원에 인도했다 할지라도, 벨소리 한 번이면 올림포스에서 시끄러운 속세로 직행한다.

앙코르때 관객들 _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해결 방법은 없을까?

 

관람방해 행위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또 진화 중이라는 것이 더 문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신종 관크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내비게이션 관크나 네이버뮤직 관크 등 기계음성을 동반한 민폐 유형은 비교적 최근 일들이다. 공격하는 쪽은 끝없이 발전 중인데, 방어하는 쪽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국내 공연장들이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미션 뒤에도 휴대폰 관련 안내방송을 다시 하기도 하고, 프로그램북 한쪽에 관람예절 문구를 삽입하며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벨소리 문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조심하는 사람은 매번 조심하지만 부주의한 이는 매번 무심하기 때문이다. 벨소리가 울리지 않는 공연이 드물 지경이고 안내방송엔 점차 무감해진다. 당장 다음 번에 가게될 공연에서도 핸드폰 벨소리가 울릴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관객들의 배려와 주의에 기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일본처럼 공연장 전체를 전파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관련 법규에 저촉돼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돌고돌아 결국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달려있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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