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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의 이 시대의 무용+人]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 변재범의 미술관공연(The Art Spot Series)
  • 김종덕 세종대학교 뉴미디어퍼포먼스융합전공 초빙교&
  • 승인 2023.03.09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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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트 월프는 <예술의 사회적 생산>에서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했다.’ 즉 예술가는 작가의 천재적 영감이 아니라 시대적 현상을 통찰하여 그것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구현한다는 뜻일 것이다.

 

너무나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무엇을 욕망하는가?’라는 담론을 제시하며, 스스로 성찰의 기회를 가지라는 경고를 하는 것 같다. 2022년 9월 9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전시되었던 최우람의 키네틱아트(Kinetic art/작품 그 자체 또는 작품의 한 부분이 어떠한 수단이나 장치에 의해 움직이도록 만든 예술작품)는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의문을 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는데, 비디오 아트를 창시한 백남준이 기존에 있는 기계와 기술을 재료로 자신의 예술철학을 구현했다면, 최우람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담은 기계 생명체’를 제작하여 표현의 도구로 활용한 예술가이다. 산업혁명 이후 많은 예술가가 문명과 겨루기를 거부했었다면, 백남준은 기계와 기술을 예술이라는 영역에 끌어들였고, 최우람은 그것을 뛰어넘어 직접 기계를 설계하고 제작하여 ‘기계 생명체’를 표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한편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최첨단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가장 원초적인 예술’이라 불리는 무용 분야 역시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기 위주의 교육만 받았던 무용가들에게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은 부자연스럽고 어려운 영역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적 정서와 최첨단 과학기술의 융합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던 댄스컴퍼니 ‘더붓’ 변재범 대표가 이번엔 최우람의 키넥트 아트 ‘기계 생명체’와 협력하였다. 변재범은 자신의 상상력을 무대에서 추상화하기 위해 최첨단 과학기술을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작업을 즐기면서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뛰어난 안무가이다.

 

변재범을 만난 것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에서 고급실기를 담당하던 때이다. 그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항상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앞세우는 법이 없는 겸손한 학생이었다. 그런 태도 때문인지 고인이 되신 전)한국현대무용진흥회 육완순 이사장님과 전)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님, 그리고 대한무용협회 조남규 이사장님께서도 ‘예의 바르고 진중하지만, 잠재된 열정과 재능은 차고 넘친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변재범은 평소엔 온화하고 진중해 보이지만 작품에서는 고정관념을 부수며 도전적인 작업방식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예술가로 한국적인 정서와 복식, 여백과 절제를 통한 구성, 우리 춤의 전통적인 원리를 신체의 분절 통해 섬세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뛰어난 안무가이기도 하다.

 

 

 

Q.  사단법인 대한무용협회가 주최하는 제40회 서울무용제 <곳>이라는 작품 이후 오랜만입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최우람의 <작은 방주>와 협력한 작품은 세련된 움직임과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것에 대한 통찰력이 깊게 묻어나는 작품이더군요. 먼저 이번 협력 공연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2년 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공연한 <농현>을 계기로 무대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의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과 방향에 대해 새로운 기회가 오기를 소망하고 있던 차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연락을 받고 ‘국립현대미술관 X 최우람’ 작가와 협력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최우람의 ‘키넥트아트’와 협력한 이번 작품은 어떤 방법으로 안무하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첫 번째는 현대차 시리즈 연계공연으로 구성된 최우람 작가님의 작품에 안무가의 생각과 춤이 어우러지길 원했습니다. 작가님의 설치미술 작품만 보여서도, 또 춤만 보여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시된 공간 안에서 설치미술과 몸의 움직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같을 수 있겠지만, 설치미술이 움직이며 실현되는 기계의 생동감과 인간의 움직임이 관객에게 조화롭게 보여야 의미 전달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습니다. 이번 작품의 안무 컨셉(concept)은 상생과 공존입니다. 최우람 작가님의 작품 주요재료인 폐·소재와 신소재가 공존하는 가운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담긴 작품 <작은 방주>는 제가 고민하고 있었던 한국무용창작 움직임에 대한 많은 갈등을 담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교한 기계 또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자신에게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기계에 사람의 ‘숨’을 입혀보자고 생각했고, 그러한 시도가 최우람 작가님의 작품과 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유년시절 가정환경 분위기와 청소년기는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 어린 시절부터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관종(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너무 과도하거나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누가 날 봐주는 걸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위로 누나만 3명이었던 분위기 탓에 어떤 행동이든 칭찬이 따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표현하고, 박수받는 것을 즐기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학교 댄스부에 들어가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면서 대회를 나가게 되었고, 수상을 하게 되자 자신감이 생겼고 무용을 전공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부모님과 상의를 하게 되었고, 부모님께서 순수무용을 권유하시면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Q.  대한무용협회가 주최한 제40회 서울무용제에서 <곳>이라는 작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셨는데, 작품 내용과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작품의 특징과 차별성이라면?

- <곳>이라는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유토피아입니다. <곳>은 각자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음속의 어떠한 지점입니다. 결국 <곳>은 마음속의 장소이며 그러한 유토피아적 이상향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움직임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Q. 직·간접적인 경험은 예술철학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예술 활동을 하면서 지침이 되거나 영향을 준 작품이나 예술가가 있다면 

- 일상생활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것들, 혹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생각들을 정리해보며 문득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라고 의문을 가질 때가 있는데, 이런 것들이 곧 작품의 모티브(motive/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일상생활에서 축적된 아이디어나 움직임들을 작품으로 발전시켜보려는 시도가 작업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過言/정도에 지나친 말)은 아니죠. 사실 현실적으로 제 나이나 상황들이 어떠한 면에서는 일반적이기도 하고, 특수하기도 해서 그러한 일반적인 경험들을 특수하게 풀어보려고 하거나 특수한 경험들을 일반적으로 해석해 보려는 시도의 연속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작품을 구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나 작품제작 과정에서 본인만 가지는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표현하고자 하는 목적이나 대상이 정해지면 대주제 안에서 작품에 맞는 키워드를 찾고, 주제에 어울리는 동작을 찾는 과정이 첫 단계입니다. 하나는 정반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두 가지의 공통점을 찾아 안무를 구성하는데,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자신만의 안무법으로 고착(固着/일정한 상태로 머물러 있음)된 것 같습니다. 글은 이렇게 쓰지만, 매번 연습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서 관찰하며, 관객의 시선에서 의문점이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지점들을 찾아 보충하고 다듬기를 반복합니다. 요즘 들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량(伎倆/기술적인 재능이나 솜씨)이나 기교(奇巧/재간 있게 부리는 기술이나 솜씨)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주제와 다르거나 의미 없는 움직임을 남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량이나 기교가 뛰어난 동작 구성보다는 작가의 의도를 한국적 색채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구성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면 기교의 화려함도 수용해야겠지만, 전체적인 연출이나 구성이 그것으로 인하여 주제의 선명성을 희석한다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죠.

 

 

Q. 그동안 작품세계나 예술철학에 대한 매체의 평가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변재범은 좋은 무용수가 훌륭한 안무가가 될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를 보여 주었다.

    _ 이근수 (무용평론가)

 

 

Q. 단체를 이끌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필요한 지원과 정책이라면?

-모든 단체가 같은 어려움이겠지만 재정적 부분이 가장 힘들 것입니다. 연습을 위한 공간은 작업자가 마련해야 하겠지만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에게 넉넉한 대가를 지급할 수 없으므로 이 작품에만 전념하라고 할 수도 없고, 생활을 꾸려 가야 하므로 다른 일도 해야 하니 연습시간은 항상 부족하고, 연습시간 조율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업하기 위해 애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민간 무용단들이 겪는 어려움일 것입니다.

 

Q.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 많은 사람에게 기억이 될 만큼 제가 대단한 예술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기억될 수 있다면, 기존의 한국춤을 조금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안무가로 기억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Q. 변재범은 어떤 무용가인지 스스로를 소개한다면

- 변재범은 ‘댄스컴퍼니 더붓’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예술단 단원으로 재직 중이다.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Critic’s Choice) <방랑>’을 시작으로 일본 아키타 초청공연과 공연예술전문잡지 ‘The MOVE’가 선정한 ‘2018 주목할 무용가’ 및 ‘2019 댄스 비전 수상’, ‘2019 제40회 서울무용제 안무상과 우수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안무가이다. 현재 서울문화재단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통춤의 동시대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과 구성을 통해 더 확장된 시각으로 관찰하고, 한국 춤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변재범

댄스컴퍼니 더붓 대표, (재)서울예술단 단원

국립전통예술고 강사, 서울기독대학교 무용학과 강사

 

-학력-

2014.3~2016.2 상명대 공연예술경영학 박사 수료

2007.2~2010.2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전문사 졸업(MFA)

2003.3~2007.2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예술사 졸업(BFA)

2000.3~2003.2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수상-

2019.11.30 제40회 서울무용제 경연부문 안무상 및 우수상 수상

2019.03.16 2019댄스비전 안무상 수상

2017.09.16. 제11회 기산국악제전 전국 국악경연대회(문체부장관상수상 및 무용장원 수상)

2016.12.08. SCF서울국제 안무 페스티벌 (프로페셔널 및 아키타상 수상)

2008.05.17 38회 동아무용콩쿠르 일반부 창작 (금상수상)

 

-주요작품-

<작은 방주>, <농현(희롱하다)>, <방랑>, <고갯마루> 외 다수

 

 

김종덕 세종대학교 뉴미디어퍼포먼스융합전공 초빙교&  choom10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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