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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요즘음악] 첼리스트 이옥경의 방식_ [나를(NA-Reul)]
  •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 승인 2023.02.1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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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은 벼락처럼 날아와 꽂힌다. 벼락처럼 날아와 꽂히면서 이런 음악과 뮤지션이 있다고 선언한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고, 이렇게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가능하지 않느냐고, 이 역시 아름답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의 세계는 확장한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음악이 존재하고 가능한지 알게 될 때에야 비로소 상상할 수 있다. 나에게 이옥경의 음반 [나를(NA-Reul)]은 그런 음반이다.

 

1975년에 태어난 이옥경은 첼리스트로 1993년 버클리 음대 유학을 시작한 후 지금은 뉴욕에서 활동 중이라 한다. 재즈와 클래식을 아우르는 연주자 이옥경이 그 곳에서 재즈와 즉흥음악계의 대표적인 뮤지션들과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국내 온라인 음악서비스에서는 좀처럼 이옥경의 음악을 들을 수 없지만, 애플뮤직에서 Okkyung Lee를 검색하면 이옥경이 주도하거나 참여한 음반들을 들을 수 있다.

재즈와 즉흥음악계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답게 이옥경의 음악은 길고 난해하게 들리기도 한다. 대중음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구조와 서사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옥경의 음악이 존재하는 방식이며, 이옥경의 음악을 들어야 할 이유다.

https://corbettvsdempsey.bandcamp.com/album/na-reul

 

다행히 2021년 12월 14일에 발표한 음반 [나를(NA-Reul)]의 수록곡 9곡은 대개 3분에서 5분 정도로 짧다. <Drifting>이나 <Mirage> 같은 곡의 제목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상태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 때문에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와 머물러야 했다는 이옥경의 상황과 쉽게 맞물린다. 이 곡들은 거창하거나 드라마틱 하지 않으며 경쾌함이나 편안함과도 거리가 멀다. 곡마다 테마는 대부분 아름답지만 이옥경은 아름다움을 향해 직진하는 대신 노이즈를 배합해 그 아름다움을 불편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음악에 손쉽게 침잠하는 대신 불편하게 듣도록 만든다.

음반에 담은 음악의 아름다움과 불편함이 이옥경이 경험한 특정한 시기의 사건들과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옥경이 노년의 아버지 때문에, 혹은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힘겨웠을 시간 동안 비관적인 생각에만 빠져 있었을 리 없고, 그런 생각과 감정들만 음악이 되었을 거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창작자의 삶과 세계 가운데 어떤 것이 작품이 되었는지는 창작자 자신만 어렴풋이 안다. 작품을 접하는 이들은 다만 추론하거나 연상하고 대입할 뿐이다.

그래서 <Drifting>의 도입부에서 제시하는 싸늘한 첼로 연주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긴장감을 마주할 때는 이옥경이 감당한 어떤 시간을 짐작해보다가 나 또한 다르지 않은 순간들이 있었음을 떠올리고 그 순간의 경험과 음악의 흐름을 연결해보게 된다.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체험과 감각에서 출발했을 음악이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고 깊숙이 퍼져나가는지에 따라 음악의 무게가 달라진다. 곡 안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제목이 지향하는 상태를 명징하고 풍부하게 담아내 체험하게 할 때 감동을 얻게 되는데, <Mountains>는 도입부에서 제시하는 선율의 앙상블과 곡의 유려한 흐름을 통해 산들이 내뿜는 아우라와 그 안에 존재하는 생명들의 파장 가운데 일부를 복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율과 앙상블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다른 감정과 생각으로 흘러갈 수 있다.

<Mirage>에서 신기루를 말할 때에는 안정되지 않고 어지럽게 오가는 연주와 불안을 증폭시키는 흐름의 자유로움이 곡의 중추를 구성하면서 서정적인 테마를 연결해 드라마를 쌓는 방식으로 자신의 언어와 이야기를 완성한다.

<Burning>과 <Wings>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우면서 혼란스럽고, 혼란스러워서 익숙해지지 않는 음악이다. 선명함과 어지러움, 집중과 분산이 공존하면서 통일된 음악은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뿐 아니라 계속 열려 있는 방식으로 현실과 맞닿는다. 자유롭고 아름답게 더 많이 말하는 이옥경의 방식.

 

 

 

[원일의 여시아문 - 이도공간] 첼리스트 이옥경 1부

https://www.youtube.com/watch?v=JGOBltIq7ps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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