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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지금좋은음악]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_요조 [이름들]
  •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 승인 2022.12.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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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세계를 만들어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미 알고 있거나 모르는 세계. 알고 있지만 다르게 보고 느끼게 하는 세계, 혹은 새로운 감각과 인식으로 이끄는 세계를 각기 다른 예술언어로 구현해내는 행위가 예술이다. 그 가운데 핵심은 그 세계에서 느끼고 판단하며 말하는 주체를 얼마나 생동감 있게 창조해내는지 여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작가 자신의 분신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가상의 인물이 얼마나 입체적으로 그려졌는지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달라진다.

 

그러려면 주인공이라고 해도 좋고, 화자라 해도 무방할 인물이 희노애락의 감정을 발산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 그가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자신 안에서 충돌하면서 모순적이지만,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납득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예술을 통해 살아있는 진짜 인간을 만날 수 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인 요조가 지난 11월 11일 발표한 새 음반 [이름들]의 수록곡 7곡에는 그렇게 공들여 살피고 기록한 초상화가 이어진다. 가령 “좋아하는 것을 언제나 망치는 것은 / 좋아하는 마음 / 나는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 도망가고도 싶어”라고 노래하는 곡 <짝사랑>은 어떤가.

 

“네가 얼만큼 옳고 얼만큼 나쁜 인간인지 / 그건 나에게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닌 거야 / 곧 없어질 석양을 보듯이 날 보지 마”라고 쓴 노래 <Tommy>를 들으면 선과 악, 좋음과 싫음으로 분리할 수 없는 자화상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일 것이다.

 

반드시 요조의 노랫말과 똑같은 경험을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라 서로 말하지 않은 비밀이 너무 많다. 중요한 것은 너에게나 나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생각,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사건이 무척 많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 일이다. 좋은 예술작품은 그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고 기록한 후에, 실패의 두려움을 무릎 쓰고 공개함으로써 알면서도 일부러 지나쳐버린 순간들로 돌아갈 기회, 뒤늦은 재회의 기회를 준다. “우리들은 모두 적이 있어 재미있구나 / 서로에게 한심하다는 말 대신에 귀엽다고 말하는구나 / 우리는 이 정도로 우리를 바라보게 해 / 우리를 바라보게 해 / 우리를 바라보게 해”라고 적은 <이 정도로>를 읽으면 요조가 바라보고 대면하게 하는 작가이며, 그 이유로 좋은 작가 혹은 그 이상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열망과 좌절을 발산하기 급급한 작품들 사이에서 요조의 노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내시경 같은 거울을 깊이 찔러 넣는다.

 

이 음반을 듣는 이들은 제각각 다른 노랫말에 밑줄을 긋지 않을까. 그 때마다 왜 그랬을까 싶은 과거의 자신이나 지금 이해하기 어려운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을까. “음료를 마시기 전에 흔드는 것은 중요해 / 나도 나를 중요하게 하는 중이야, 진동”이라든가, “난 나밖에 몰라 / 혼탁하고 차가운 나 / 나, 나, 나, 나 / 오직 혼탁하고 차가운” 같은 노랫말은 소름끼치도록 매력적인 요조의 세계 그 일부다.

모든 노랫말은 요조의 손을 거쳤는데, 음악은 요조의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언니네이발관과 나이트오프의 이능룡이 곡을 썼고, 프로듀서를 맡은 그는 일렉트로닉 하거나 모던 록 사운드로 노래 속 세계에 신비로운 여운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노래를 들을 때마다 한 편의 드라마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잠입하게 된다. 이 질감은 인간의 다채로움과 복잡함을 사운드로 표현해내는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밀한 관찰로 기록한 노랫말을 들뜨지 않고 노래하게 하는 멜로디와 리듬의 동력 역시 이능룡의 미니멀하면서도 감각적인 손길에서 빚어졌다.

사실 자신이라는 존재는 별로 대단치 않고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존재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착각하고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요즘의 예술 중에는 그 오해와 착각을 교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부풀리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존감이라는 방패로 도망가고 자신을 미화하는 대신, 자신에게 정직한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 노래를 듣는 일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MV] 요조 EP • 이름들(Names) • Unknown Horses – YouTube

 

[MV] 요조 EP • 이름들(Names) • Tommy - YouTube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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