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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동의 오페라로 보는 세계사] 오페라와 여인의 사랑④ 욕망의 사랑<삼손과 데릴라 Samson& Derilla> & <안나 볼레나 >
  • 김현동 축제, 공연 제작자
  • 승인 2022.11.0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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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마지막 사사_삼손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들 가운데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면, 아담, 노아, 다윗, 솔로몬, 그리고 삼손이라는 인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 삼손은 구약시대를 살았던 사사(판관) 중에 제일 마지막 사사였던 사람이었는데, 이 삼손은 태어나면서부터 유대인의 하나님 야회에게 바쳐진 인물 즉, 나실인(나지르인)이라 알려져 있다. 성경 속에서 나실인으로 하나님께 바쳐진 대표적 인물은 삼손, 사무엘, 세례자 요한 등이 있는데, 이들은 크게 세 가지의 금지조항을 지켜야만 했다.

첫째, 포도주를 가까이하지 않는다.

둘째, 죽은 시체를 가까이하지 않는다.

셋째, 머리에 삭도를 대지 않는다. (즉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는다.)

등이 있었다.

삼손이 살았던 사사들의 시대, 즉 유대 역사 중에 가장 혼돈기라 말하는 400여 년의 역사는 왜 생겨난 것이며, 이 역사가 유대민족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 시대일까?

 

 

이스라엘의 역사

구약성경 속에는 천지창조의 역사 혹은 신화로 알려진 창세기부터 많은 사건 사고들이 적혀져 있지만, 그래도 현제 유대와 팔레스타인, 아랍 등 중동의 민족들이 공통된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는 시대는 바로 아브라함 족장 시대부터로 본다. 아브라함이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방 즉, 가나안으로 이동하여 그의 부족시대가 시작한 것은 기원전 이천년 전으로 추정하는데, 그 후 이스라엘이 왕정국가의 시작을 알리는 사울왕(1050년 즉위) 까지 약 천년의 시간들이 존재한다. 그 사이 BC 1446년 모세의 출애굽 사건이 있었고, 여호수아에 의해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으로 들어간 것이 그 후로부터 40여 년 후인 1406년 즈음이었다.

 

즉, 출애굽 사건부터 사울왕이 등장한 시기까지 약 400여 년의 시간...

아니 어쩌면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에 들어가게 된 1406년부터 이스라엘 민족이 완전한 독립국가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 다윗왕(1010년 즉위)까지 약 400여 년 암흑기를 우리는 사사시대(판관시대)라고 부른다.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을 한 후 가나안으로 들어갔으나, 사실 이스라엘 민족이 숱하게 가나안의 민족들을 대상으로 한 정복전쟁을 하였으나, 결국엔 가나안을 정복하지는 못한 채 그들과 융화되어 사는 복잡한 역사가 이어지게 되었다.

특히나 BC 1200년경 이 시기에 철기문화를 가진 해양민족의 일부인 블레셋인(필리스티나인/ 그리스 남부지역 민족으로 보여짐)들이 대거 가나안으로 들어와 세력을 확장시키게 되었는데, 그 후 약 200여 년 동안 블레셋과 이스라엘 민족의 다툼은 이어지게 되고, 특히 약 40여 년간은 직접통치를 받게도 된다.

(삼손, 엘리, 사울 등은 블레셋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사사시대를 끝내고 이스라엘은 사울(40년 통치), 다윗(40년 통치), 솔로몬(40년 통치)의 120여 년 왕정 시대를 지내게 되는데, 솔로몬왕이 죽고 나서 다시 이스라엘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왕국으로 갈라지게 되고, BC 930년 드디어 분열왕국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그 후 BC 722년, 북이스라엘은 앗수르(앗시리아/이라크 옛수도)에게, BC 586 년, 남유다왕국은 바빌론(현재 이라크 바빌주)에 의해 멸망하게 되면서 그 유명한 바빌론 유수의 역사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제 1차 포로 압송( BC 606년)으로부터 약 70년 후에 제 1차 포로귀환 (BC 536년)이 이루어지게 된다.(마지막 귀한 BC444년)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70년간의 바빌론 유수다.

 

이후 말라기가 쓰여 진 BC430년부터 예수탄생기인 AD1년 까지 430여년의 시기에 중동과 지중해 역사는 헬라문명이 가장 활발하게 꽃 피우던 시절이었고 그 영향을 받은 알렉산더 대왕(재위 BC334~BC323)이 지중해는 물론 중동과 인도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던 시기였다.

이에 유대인들은 헬라어를 익히고 성경을 연구하며 학문적 연구를 중요시하는 제사장과 성경학자들이 새로운 귀족계급으로 성장하여 정치적인 영향력을 함께 행사하게 되는데 이러한 추세는 로마가 지중해의 패권을 잡고 유대를 침공하여 팍스로마의 영향력 안에 들어가는 예수의 탄생과 그 후 까지도 이어지게 된다.

 

성경 속 삼손

 

출애굽의 사건 이후 가나안으로 들어간 이스라엘 민족은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여호수아가 죽고 난 후 구심점을 잃은 민족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이 시기 즉, 사사시대에는 왕이나 제사장이 없는 시대, 즉 야훼가 정해준 사사가 민족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다툼을 판단하고 정리하는 재판관 역할을 하였고, 또 이민족의 침략전쟁에서는 대장군이 되어 나가 싸우는 역할도 수행하여야 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가나안 이주 초반에 이스라엘 민족이 보여준 야훼와의 신뢰가 점점 흐려지고, 가나안 주변의 이민족들과 혼합되어 살아가면서, 이스라엘 민족의 전통신앙인 야훼신앙이 훼손되고 이방민족의 신상들이 가나안에 많이 유입되게 되었다. 즉, 민족 전통의 근간이 많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특히나 삼손이라 불리던 이 건장하고 강하고 잘생긴 젊은 사사는, 이스라엘 여인이 아닌 블레셋 여인 (필리스티아인 여인)과 결혼을 강행하여 숱한 이스라엘 민족 지도자들과 가족들에게 반감을 사게 되었고, 결국에는 이러한 그의 일탈은 나실인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금기 사항, 즉, 포도주를 멀리하고, 시체를 가까이하지 않으며, 머리에 삭도를 대지 말아야 하는 모든 것들을 다 어기게 된다.

 

이스라엘의 열두지파 중 단 지파의 후손인 삼손은, 당시 블레셋사람들에게 점령당해 있던 딤나(지금의 가자지역) 지역에서 한 블레셋여인을 만나 첫 눈에 반하게 된다.

부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여인과의 결혼을 강행한 삼손은, 결국 자신의 현명하지 못함과 침착하지 못한 성격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아내도 타인에게 잃고 장인과 처제까지도 블레셋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일 이후 삼손은 엄청난 괴력으로 당나귀 턱뼈 하나로 천명이나 되는 블레셋인들을 죽이는 사건을 만들게 되는데, 이에 앙심을 품은 블레셋인들은 삼손이 새로이 사랑하게 된 데릴라에게 그의 약점을 알아달라고 회유하게 된다.

 

데릴라는 삼손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기를 원하며, 삼손의 힘을 빼앗을 수 있는 약점을 물어보게 되는데,

세 번이나 거짓말로 약점을 알려준 삼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데릴라의 추궁에 결국 자신의 머리에 삭도를 대어 머리카락을 다 자르면 힘이 빠진다는 사실을 알려주게 된다.

 

그렇게 블레셋인 들에게 붙잡힌 삼손은 두 눈을 뽑히는 형벌을 받게 되고, 놋으로 만든 사슬에 묶여 연자방아를 돌리는 벌도 받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다시 머리가 자라난 삼손은 이스라엘민족을 배신하고 야훼에게 지은죄를 뉘우치며 마지막 힘을 주시기를 간구하게 되고, 블레셋인들이 그들의 신인 다곤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곳에 끌려나가 재주를 부리라며 모욕을 당한다.

삼손은 그러는 와중에 그를 안내하던 소년에게 부탁하여 신전을 버티고 있는 기둥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 뒤,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는 신전의 기둥을 무너뜨려 수천의 블레셋인 들과 함께 자신도 죽음을 맞게 된다.

 

 

 

오페라 속 '데릴라'

 

성경속의 데릴라는 사실 아주 간단하게 삼손을 유혹하여 그의 비밀을 알아내는 악역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오페라 내에서도 그녀의 역할은 삼손을 유혹하고 그의 비밀을 알아내어 블렛셋의 최고 권력자에게 알려주어 삼손과 유대민족들을 지배하려는 악역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오페라에서 데릴라는 좀 더 집요하고 철저한 성격으로 묘사되는데, 그녀는 자신의 세속적 욕망... 즉, 권력을 차지하기 위하여 사랑이라는 도구를 아주 주도면밀하게 이용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아마 모든 오페라 속에 여성 캐릭터 가운데서도 가장 교활하게 사랑이라는 인류 최고의 가치를 오염시킨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나 오페라에서 데릴라는 세곡의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첫 번째 아리아는 1막 제일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데, Je viens célébrer la victoire(나는 당신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왔어요.) 라며, 자신과 같은 블레셋사람인 아비멜렉을 죽인 삼손을 축하하며 그를 유혹한다. 

 

그리고 2막 처음으로 나오는 그녀의 아리아는 그야말로 최고의 반전을 가져오는 아리아다.

Amour viens aider ma faiblesse, Verse le poison dans son sein!

(사랑의 신이여 와서 나의 연약함을 도우소서. 독을 부으소서 그의 심장에... )

 

이 아리아로 데릴라는 자신이 삼손을 유혹하여 죽이겠다는 의지를 100%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신인 다곤에게 삼손을 죽이게 해 달라고 기원한다.

 

2막 후반부,

민족과 야훼에 대한 신심, 그리고 데릴라에 대한 욕정 사이에서 괴로워하며 데릴라를 찾아온 삼손을 향하여, 그녀는 그리도 자신하던 유혹의 힘으로 삼손을 옭아매는 노래, Mon coeur s'ouvre a ta voix (당신의 목소리에 내 마음은 열리고,)를 부르며 삼손의 마지막 저항선도 무너뜨린다. 그리고 결국, 삼손으로 부터 전해 들은 비밀인 나실인의 머리카락을 잘라 버린 후, 아주 냉정한 어조로 블레셋군 인들에게 삼손을 잡아들이라고 명한다.

 

3막에 접어들면, 붙잡혀 눈을 뽑힌 삼손은 다곤의 신전에 모인 수천의 블레셋인들과 다곤신의 제사장들에게 수모를 당하는 삼손을 데릴라는 끝까지 조롱하며 멸시한다.

그녀가 지금껏 내 뱉은 모든 사랑의 언어들은 위선이고 거짓일 뿐이었다.

 

이렇게 오페라에서의 데릴라는 성경에서 묘사된 것보다 더 잔인하고 교활하게 삼손의 어리석은 사랑의 마음을 이용하여 자신의 야망을 채우는 악의 화신으로 그려진다.

이것은 아마도 작가 개인의 성서 해석적 견해라고 볼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유럽 기독교인들의 공통된 신앙적 배경이 깊게 깔려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구약성경이 서아시아지역의 공인된 역사서가 아닌 이스라엘 민족의 독특한 신앙 서적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한다면, 삼손이 이유 없는 폭력으로 블레셋인 들을 수 천 명씩 때려죽인 일에 대한, 블레셋인들과 블레셋 여인인 데릴라의 복수가 모든사람들이 공감하는 절대 악의 행위라고만 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의문을 가져 봄 직한 이야기라 하겠다.

김현동 축제, 공연 제작자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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