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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고쳐줘, 그러면 너도 낫게 될 거야”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 ‘벨기에 물고기 (Le poisson belge)’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프랑코포니 극단의 <벨기에 물고기>를 만났다. 원작 레오노르 콩피노, 연출 까띠 라뺑의 <벨기에 물고기>는 환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2인극이다.

극단 프랑코포니는 매년 전세계 불어권의 우수한 동시대 연극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작을 쓴 레오노르 콩피노는 프랑스의 여배우이자 신예 극작가로 2015년 <벨기에 물고기> 초연 이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주연은 전중용과 성여진이 각각 40대 남자와 10살 여자아이 역을 맡았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같은 학교, 직장을 다녀도 나와 친하지 않으면 그저 이름과 얼굴 정도만 알고 지낸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시대다. 이런 세태 속에서 열 살 먹은 여자아이와 사십 대 여장남자 사이에 우정이나 이해, 공감이 진정 존재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대부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하지만 <벨기에 물고기>에서 등장하는 두 사람은 무척 다른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나간다. 누구나 마음속에 내면의 아이가 존재한다는 심리학자의 이론이 떠오른다. 타인의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알고자 노력을 한다면 우리도 ‘끌로드’가 되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함께 지내면서 처음 알아가는 것은 서로의 표면적인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내면의 상처들이 낫지 못한 채 닫혀있다. 드러내지 못한 상처는 어떤 순간엔가 비어져 나오게 마련이다.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의 상처를 나누었다. 상처는 원래 이해하고 같이 아파해 줄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낫기 시작하는 것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을 찾는다는 구혼조건이 기분 나빴던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아픈 것은 당연히 죄가 아니고 치유의 과정도 물론 속죄가 아닌 것이다. 서로의 상처를 안아줄 수 없는 정도의 사랑이라면 결혼은 안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텐데 싶었고 말이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인가. 하지만 우리는 은연중에 그럴 권리를 박탈당하고 살게끔 세뇌당하고 있다. <벨기에 물고기>는 개인의 다름 (Difference)에 대한 권리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흔히 말하는 남자답게 라거나 여자답게 라는 기준의 틀을 정해놓은 사회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상처를 입었을 때는 아프다. 상처를 입었던 때를 생각하면 다음번부터는 상처를 입기 전부터 두렵다. 그래서 다시 상처를 입게 될 때에는 안 아픈 척 허세를 부리며 연기를 하거나 아주 아파죽는 시늉을 하며 엄살을 피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사실은 그런 두려움들이 상처 자체보다 더 아픈 것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상처를 두려움으로 덮지 않고 같이 아파해줄 누군가에게 용감하게 드러내보고 싶다.

 

문의 02) 743-6487

한요나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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