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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쇼팽은? ② -쇼팽 즉흥곡 1번-
  •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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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즉흥곡 1번은 쇼팽의 즉흥곡 중 가장 자유로운 느낌이다. 곧 런던심포니와 한국에서 공연 중인 조성진 음반에 담긴 쇼팽 즉흥곡 1번은 역시 쇼팽 스페셜리스트답게 매력적이었다. 연주를 듣자마자 우선 잘 어울리고, 훌륭한 연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프레이징이라든가, 텍스추어를 바라보는 방식이라든가, 세부적인 디테일이라든가. 담긴 컨텐츠가 많다. 연출은 섬세하면서 또 대범하다.

 

그런데 몇 번을 반복해 들어보니 취향은 아니었다. 조성진이 디테일에 집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의 흐름이 조각나 보이기도 했다. 이 부분을 에스프레시보하게 연주해야겠다 하는 의지가 있으면, 그 부분을 조성진은 반드시 말 그대로 연출해 내려고 노력한다. 자유롭다고 느끼기엔 상대적으로 어딘가 시나리오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이다. 즉흥곡을 편하게 들으려면 음악이 그 자체로 흘러가야 한달까. 조성진의 연주는 훌륭하지만, 편하게 듣진 못했다. 덤덤하게 연주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컨셉이 훌륭하면, 굉장히 가볍게 들릴 것 같은데, 지금 조성진의 즉흥곡은 이미 간이 너무 잘 배어 있다. 좋은 연주냐고 한다면 좋은 연주지만, 선호하는 연주냐고 하면 그렇진 않다.

가장 취향에 근접한 연주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코르토였다. 더 이상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쪽 방면에서 훌륭하다. 연출이 들어가지만 아주 내추럴하다. 즉흥곡 네 곡 모두를 남겼는데, 어느 것을 들어도 원래 이렇게 만들어진 곡 같다. 코르토의 언어는 정말 신기하다. 멜로디 같은게 아니라, 연주자와 대화를 하는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다이나믹과 텍스추어, 루바토 같은 기술을 사용해 장면을 연출한다면, 코르토 같은 경우엔 정말 솔직하고, 직선적으로 음에 주어지는 긴장감만을 조절한다. 텐션만을 조절하는 느낌이다.

 

정말 완벽하게 잘 연주된 레가토는 그것만으로도 듣기에 굉장히 만족스러운 소리가 난다고 생각한다. 코르토가 딱 그런 느낌이다.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텐션의 집합체가 너무도 기본기의 완성이 높다. 그래서 갑자기 수비토를 연주하게 되면 거기서 어떤 갑작스러운 놀라움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의 선율적 언어가 그렇게 톤을 바꾼 듯 한 느낌이다. ‘쉿! 난 여기서부터 굉장히 섬세한 터치를 들려줄거야’ 따위의 것이 아니라, ‘그 때 갑자기 모든 촛불이 꺼졌고,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봤는데....’ 이런 느낌이다. 이 사람만큼 내러티브한 연주자를 찾기가 어렵다. 곡이 마치 이렇게 태어난 것처럼 연주하다니.

 

다음은 상송 프랑수아다. 확실히 유행과 열정을 중시하는 느낌이다. 음악이 스타일리시하게 들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관되게 곡을 운영한다. 기질이 적극적이랄까, 공격적이랄까. 상대적으로 귀족적이거나 신사적인 느낌은 덜하고 굉장히 열정적인 젊은 사람의 초상이 그려진다. 그러다보니 역시 이런 음악은 흥미롭다. 만족스럽다. 귀족적이라는 수식어는 파데레프스키나 비슷한 부류로는 부닌 정도가 떠오른다.

 

요즘 피아니스트로는 조성진과 동년배인 다닐 트리포노프의 쇼팽 콩쿠르 실황 음반도 있다. 이 때 출전해서 3등을 기록했다. 확실히 조성진보다 연주가 솔직하다. 상상력은 조성진이 더 맘에 들지만, 조성진은 역시 즉흥곡에서 준비한 게 너무 많다. 그러고보니 요즘 피아니스트들을 보면 확실히 세공기술은 뛰어나고, 또 그쪽으로 발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고 싶은 것이 세공기술이라면 현대 피아니스트들에서 재밌는 것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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