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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아(我)와 비아(非我)의 숭고한 매듭짓기_장유경의 사초장유경의 춤, ‘사초・史草 대구, 현재를 기록하다’
  •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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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 Hoon Ok

‘시간’, ‘기록’, ‘역사’의 순차성을 보여주다. 2022년 7월 19일, 대구 아양아트센터 아양홀에서의 ‘사초・史草 대구, 현재를 기록하다’ 공연이다.

지난 해 12월,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의 열기를 이어받은 7월, 다시금 ‘사초’가 우리에게 왔다. 2022 대구동구화재단 아양아트센터 기획공연으로 장유경무용단이 주최한 이번 무대는 시간과 움직임을 직조하고, 움직움을 통한 기록의 시선이 가슴에 남는 무대다. 작년 초연 공연에 대해 필자는 ‘초고(草稿)를 넘은 내일의 실록(實錄)이요, 질박할 수 있는 기록을 사초의 이면(裏面)까지 파헤쳐 거둔 따뜻한 성과’라 평한 바 있다. 여기에 ‘아(我)와 비아(非我)의 숭고한 매듭짓기’를 추가할 수 있다.

ⓒSang Hoon Ok

 

공연이 시작되면, 무용수들이 무대 뒤쪽에 가로로 나열해 있다. 아우라 크다. 역사의 기록을 향한 발걸음을 서서히 옮긴다. 전체 15명에서 1명씩 교대로 나와 색다른 대무(對舞) 형식을 취한다. 흩어짐과 모여짐, 소수와 다수가 조화롭게 이어가는 안무 구조다.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간이 집약되는 느낌이다. 네모형 무대 세트를 무용수들이 서서히 돌기 시작한다. 무대 오른쪽에 내려진 구조물 사이로 김용철 천안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서서히 들어간다. 솔로춤이 시간을 깨운다. 시간의 물방울 소리같다. 무대 왼쪽에서 한지의 질감이 객석까지 퍼지기 시작한다. 한지와 하나된, 때론 연결된 여자 무용수의 솔로춤이 좋다.

ⓒSang Hoon Ok

분할된 무대 세트가 합쳐진다. 또 하나의 풍경을 이루어 낸다. ‘기록’이란 이름을 부르고, 아로새긴다. 시간의 퇴적층을 뚫고 나오는 춤이 이어진다. 검은천 속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대결 양상을 보인다. 검은 파도가 된다. 산이 되기도 한다. 이를 받쳐주는 장단도 함께 춤춘다. 아와 비아의 숭고한 투쟁같다. 다른 느낌의 2인무가 주고 받는다. 시간이란 흐름속에서 공간 분할과 배치가 이루어진다. 무대 세트는 어느새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군무의 좌우 흔들림이 평안하다. 군무 속 각 개인은 단어가 되기도 하고, 문장이 되기도 한다. 숭고한 매듭짓기와 처절한 몸부림이 교차된다. 하얀 의상을 입은 군무로 마무리된다.

ⓒSang Hoon Ok

 

‘현재의 사초란 무엇일까?’로 시작된 이 공연은 우리의 매 순간이 역사가 될 소중한 시간들에 대해 특별한 ‘제(祭)’를 올린 작품이다. 기록 속 초고(草藁)가 무대에서 퇴고(推敲)까지 된듯한 무대다. 장유경 계명대학교 무용전공 교수의 안무로 기량좋은 무용수들이 펼쳐낸 오늘의 사초는 대구에서 푸른 숨을 내쉬었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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