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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지금 좋은 음악] 25년차 밴드의 진면목_노브레인 [Big Mistake]
  •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 승인 2022.07.1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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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인의 25년 역사는 한국 록의 역사와 겹친다. 1997년 컴필레이션 음반인 [아워네이션 2집]으로 데뷔했을 무렵, 노브레인은 펑크밴드가 주도하는 것처럼 보였던 한국 인디씬의 초창기 발흥을 함께 이끌었다. 연주력을 과시하는 대신, 반항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악동 같았던 이들은 1999년 발표한 [청춘98]에 이어 2000년에 내놓은 정규 1집 [청년폭도맹진가]로 영국에서 싹튼 펑크 정신을 뒤늦게 부활시켰다. 이 음반에 얼마나 많은 상찬이 쏟아졌는지 언급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 음반을 능가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펑크 음반을 꼽기 어려울 정도다.

노브레인

하지만 2002년 기타리스트 차승우가 탈퇴한 후 노브레인은 다른 밴드가 되었다. 그 후의 노브레인은 저항을 노래하거나 선동하지 않는다. “넌 내게 반했”다고 노래할 뿐이다. 그렇지만 어느새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차승우가 함께 했던 시절의 노브레인과 차승우가 없는 시간의 노브레인을 비교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록 스피릿을 버리거나 타협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땅이다. 노브레인이 팝이나 진배없는 노래들을 부르지 않았다면, 우리는 20년 전의 노브레인을 추억할 뿐, 현재의 노브레인을 만나기는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누군가는 록밴드답게 거칠게 부딪치고 활활 타올라 사라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겠지만, 20년의 시간은 다른 선택에 대해서도 존중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올해 6월 8일 뒤늦게 발표한 노브레인의 EP [Big Mistake]는 이들의 시간이 허송세월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역사를 계속 써나간 시간이었다고 소리친다. 이 음반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2013년 노브레인은 워너뮤직그룹의 부사장인 스모어 스타인과 만나 미국에서 음반을 만들기로 했다. ‘벡과 닐 영 등 유명 뮤지션들이 찾는 최첨단 녹음실 블랙버드 스튜디오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앨범 [Pet Sounds]를 녹음했던 이스트 웨스트 스튜디오를 섭외’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노브레인은 프로듀서 줄리안 레이몬드와 함께 음반을 만든 후, 미국에서 활동하려 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결국 노브레인은 한국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그래도 음반은 남았다. 10여년이 지난 뒤에야 듣는 바로 이 음반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9FG8LlNeou4

록 밴드 혹은 펑크밴드에게 기대하는 사운드로 가득한 음반이다. 묵직하고 날렵하다. 동시에 거칠고 매끈하다. 상반된 형용사를 빌어 설명하는 일이 모순적으로 느껴지지만, 대조적인 소리의 운동이 맞부딪치면서 사운드의 역동을 담지하고 친숙함을 선사하면서 아우라를 뿜는 음반이다. 

특히 초기 록큰롤과 펑크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맹렬한 연주와 노래는 향수를 넘어서는 현재의 질감으로 뜨겁다. 노래가 있는 곡을 흥얼거려도 좋고, 연주의 테크닉과 사운드의 변화를 감상해도 만족스러운 곡들이 이어진다. 새롭지 않지만 전형적이지도 않은 곡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야성을 잃지 않고 몰아친다.

 

 이성우의 보컬은 지글지글 끓고, 드럼은 리드미컬하게 춤춘다. 가요의 질감은 사라지고, 영미권 밴드 음악의 향기가 느껴지는데다, 곡들은 끝난 것 같을 때에도 끝나지 않고 예상을 위반하며 날뛰는데 원숙하기까지 하다.

이 음반을 10년 전에 들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노브레인이 미국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면 또 어땠을까. 어떤 것도 단언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노브레인의 명반이나 히트곡만으로 노브레인을 기억하는 이들은 반드시 이 음반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25년차 밴드 노브레인의 또 다른 진면목이 이 음반에 송두리째 들어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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