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갤러리] 풍경 속 동화된 사람_권성운 작가

풍경의감각_oil, acrylic on canvas_73cmX73cm_2022년_

장 그르니에는 「섬」에서 저마다의 일생의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순간이 있으며, 그 순간은 다른 수많은 순간의 퇴적 속에 깊이 묻혀있다고 말한다. 그 결정적 순간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그 순간이 여러 해의 세월을 유별난 광채로 물들인다고 말이다.

권성운은 2000년부터 소외된 사물과 감정을 주제로 사물, 손, 얼굴, 감정의 덩어리 등을 다양한 매체(페인팅과 오브제, 설치, 사진 등)로 작업해 왔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하며 페인팅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2017년 자신의 개인전 서문에는 “누군가의 삶에서 반짝이는 순간은 일상에서 경험되며, 그 순간을 발견하는 일은 행복하다.”라고 적었다. 이렇게 그의 그림은 사람의 일생을 물들이는 유별난 광채로 그르니에를 닮아 가기 시작했다.

권성운의 회화작업들은 크게 두 가지 특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색채이다. 페인팅 작업에서 색채는 더 강조되는데, 작품 속 하늘의 색채는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제주의 하늘이라고 말한다.

무지개 마을로 가는길_45×53cm_acrylic, oil on canvas_2021년　

“색채가 풍부할 때 형태도 충만한 것이 된다.”라는 세잔의 말처럼 그의 색채의 리얼리티는 우리가 놓쳐왔던 일상의 장면을 충만하게 ‘환원’시키고 있다.

제주 중산간의 겨울과 그림 @2021

두 번째는 밝은색과 어두운색을 겹치고 그 위에 다시 색들을 쌓아가는 중첩이다. 그는 색을 중첩해서 그리는 과정은 하루를 담는 과정으로 아침(기쁨)과 밤(슬픔)의 시간을 담은 행위라고 말한다. 하루의 다양한 모습을 한 화면 속에 공존하게 만드는 중첩의 수행적 태도는 단순한 하루를 쌓아 유별난 광채로 물들이는 ‘치환’의 과정이다.

1_중산간의 하루_91cm_73cm_acrylic, oil on canvas_2020년

이사가는 날(중산간서로에서)_acrylic, oil on canvas_59cm40.9cm_2020년

제주 이주 후 단색조가 많았던 배경은 제주의 하늘을 닮은 형형색색의 색채로 물들이는 변화가 일어난다. 화면에서 사람의 크기는 작아지고, 물감의 번짐으로 인해 붓을 벗어나는 자유를 얻은 풍경 속 나무와 하늘은 사람과 경계를 넘나들며 조우를 시작한다.

권성운 회화 바람의 집 acrylic, oil on canvas 53cm×40cm 2020년

물성의 자유로움을 통해 표현된 일상의 찰나는 광채를 획득하게 되며 이는 ‘환원적 치환의 세계’로 우리의 삶의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우리의 삶은 “지금 이렇게 충분히 아름답다”라고 말이다. 물감의 우연적 움직임을 살리면서 작가가 형상과 의미를 담아내는 방법은 즉흥성과 직관력, 극도의 감각적(感覺的) 섬세함을 요구한다. 의미와 가치를 중시하는 작가가 색채의 즉흥성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풍경에 동화되어 스스로 ‘환원적 치환’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권성운의 풍경 속에 동화된 사람과 사람을 통해 감각을 획득한 풍경의 색조는 일상을 섬광처럼 아름다운 순간으로 고정하며, 그르니에가 담으려 했던 저마다의 일생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나아가고 있다.

_ Anton Ego (critic)

삶에서 반짝이는 순간은 일상에서 경험되며, 그 순간을 발견하는 일은 행복하다.

”

계단을 내려오는 여인_53×53cm_acrylic, oil on canvas_2020년

작가 노트

"누군가의 삶에서 반짝이는 순간을 발견하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그 반짝이는 순간은 하나의 대단한 사건일 수도 있지만 아주 일상적인 순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 순간은 나와 아무런 관련 없는 우연히 마주친 타자의 표정에서 발견할 수 있다. 거리에서 우연히 보게 된 모르는 사람의 웃음이 우리를 힘차게 하고, 반갑게 할 수 있다. 진정한 반짝임은 소멸이나 물질과는 거리가 멀며 자연에서도 발견된다. 반짝이는 햇살을 발견한 사람은 햇살을 자신의 체온에 담으며 행복해한다. 사람이 반짝이는 것은 찰나의 순간일 수도 긴 삶의 여정에 물들어 있을 수도 있다. 그 반짝임은 사람을 만들고 지탱해 준다. 사람들의 반짝임을 그림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내 소중한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