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지원 공고 캡처 / 의정부 아트캠프

아직 새로운 변이 출현이란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사람들이 더이상 거리두기 등의 생활을 참아내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분명 팬데믹의 끝은 있을 것이고, ”단계적 일상회복“이란 명제에 맞게, 공연예술도 팬데믹 이전 혹은 변화된 환경에 맞게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공연예술의 제작, 판매, 유통의 상황은 국,공립 예술단체와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던 몇몇 단체 외엔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더 나빠졌다.’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간 공연예술의 영상 콘텐츠화, 공연과 기술의 융합 등등 여러 가지 제안들과 시도들이 있었지만, 딱히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현재 우리 공연예술의 가장 치명적 약점은 자생력이 없다는 데 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팬데믹이건 엔데믹이건 영상화던 기술융합이던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답은 나와 있다. 자생력 확보만이 공연예술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단초가 된다. 그럼 그를 위해선 공연예술가들은 무엇이 필요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간에 직면했다. 그런데 그 답 또한 이미 나와 있다. 절실히 문체부나 각 문화재단의 지원이 필요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론 절대 자생의 여건을 만들어낼 수 없다.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거나 예술가들이 지원에 목매는 행태로 담당 공무원들의 전시행정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고 나아가서 소위 블랙리스트 실행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시스템의 전환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제작비 지원에서 예술창작 공간(공연장, 연습실) 지원으로 바꾸기만 한다면 예술가나 단체들이 충분히 자생할 수 있는 능력들이 있다고 확신한다. 한 사람의 예술가나 한 개의 단체에서 창작, 제작, 기획, 마케팅까지 전 분야를 책임져야 한다면 그 여력을 갖춘 몇몇 단체 이외에는 불가능한 프로덕션으로 자생과는 영원히 이별을 고하고 쥐어 짜낸 저예산으로 주먹구구식으로 간신히 만든 작품으로 관객이 절로 찾아주길 기다리는 요행만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서울의 경우 예술가들 혹은 단체 몇몇이 꾸려갈 수 있는 창작 공간들을 각 구별로 마련해 준다면 지금의 예술지원 예산보다 더 적은 예산으로도 운용 가능할 수도 있다. 공간들을 새로 지을 필요도 없이 각 구별 유휴공간들이 충분히 있으며, 문예회관과 시민회관들도 전시행정을 위한 공간 정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그러한 공간들을 해당 지역구의 예술가들에게 제공하고, 그 지역에 위치한 민간소극장을 각 구의 재단들이 인수하여 지역 기반 단체들에 제공하면 충분하다.

그런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예술가들은 어떻게든 공연장과 창작 공간을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관객 없는 빈 공간에서 예술을 하고 싶은 예술가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예술지원정책들이 실패를 거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다. 이제 그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인 것이다. 이것은 큰 모험도 큰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다. 예타 조사도 필요없다. 예술가나 예술단체들이 예술지원 선정 여부로 상대적 박탈감 혹은 일반 관객이 아닌 동료 예술가들과 지인들에게 매달려야 하는 악순환을 끊는 고리가 된다고 확신한다.

간단히 얘기해서 예술의 활성화와 자생력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법을 이수해 주어야 하는 간단한 이치를 깨닫고, 예술가들에게 창.작.공.간.을 지원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예술을 살릴 것이며,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 첩경임을 예술지원, 정책 담당자들이 숙지해주기 바란다. 제발!

김상진

공연연출가

루씨드드림 문화예술협동조합 이사장

김상진 공연연출가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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