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g Lang, Sac Recital, 23.02.22_3

피아니스트 랑랑이 격리 면제를 받고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6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이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뉴욕필 스트링 콰르텟이 7일 간의 격리를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했다는 점과는 달랐다. 변경된 해외입국자 검역 지침 때문이다.

공연 프로그램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다. 2020년 출시한 음반 수록곡이다. 그는 이 작품을 녹음하기 위해 2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이야기했다. 오늘 공연은 변화한 랑랑의 피아니즘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편견을 버리고 바라본 랑랑의 연주는 훌륭했다. 연습에 연습을 더한 흔적이 보이고, 발매한 레코딩과는 달리 즉흥적인 요소들도 많이 보였다. 내성부를 탐구하고, 전반적으로 성부의 흐름도 정말 노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객들에게 각인이 잘 되는 음악을 하고 있었다. 과거 랑랑이 가졌던 이미지인 ‘과도한 자의식이 들어간 음악’, ‘눈을 반쯤 감고 들어야할 연주자’ 는 편견이었다. 어느 누구보다 진지했고, 음악 앞에 헌신적이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누구에게나 자신들만의 명반이 있다. 하지만 실황에서는 좀처럼 작품을 만나보기 힘들다. 작품이 원체 길고, 끝까지 텐션을 끌고 갈만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을 자주 찾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골드베르크 변주곡도 관객들에겐 놀라움을 선사했었다. 아리아의 첫 음을 연주하는 순간부터 마법이었다. 지상에서 보기 어려운 말그대로 천상계 음악이었다. 쉬프의 접근법은 그랬다.

그런데 바흐는 그 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라마틱한 음악을 만들던 작곡가다. 단지 신에게 바치는 음악치고는 무결성이 아니라, 인간이 생각할 만한 시도를 많이 했다. 신의 음악이 아니라, 신을 섬기는 음악같다고 할까. 그런데 안드라스 쉬프는 신의 음악을 하고 있었다. 반면 랑랑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인간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글렌 굴드가 인간을 향했던 것처럼.

한 때는 랑랑의 음악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던 적도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듣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고를 일깨워주면, 훌륭한 걸 넘어 이건 혁명적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혁명도 역시 바람직한 방향이 있고, 그렇지 못한 방향이 있고, 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벡터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리고 랑랑은 세 번째 영역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 걸 때려부수기는 하는데, 왜? 라고 했을 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굳이 이름을 붙이면 ‘불쾌한 반란’ 이랄까.

하지만 이 날 공연을 포함해 최근 몇 년간 랑랑의 공연은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충분했다. 또 랑랑을 바라보고 있었던 많은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었을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음악 앞에 진지하다. 이제 앞으로 랑랑의 음악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덧붙여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종료되고, 그의 부인 지나가 등장해 앙코르 공연을 함께 했는데, 이 스테이지부터는 뭐랄까, 피아니스트 랑랑을 보는게 아니라, 문화계 인사 랑랑을 보는 것 같았다. 당대 대스타 같은 여유와 인기를 온몸으로 즐기는 모습. 아무튼 2022년의 랑랑은 그런 모습이었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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