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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뮤지컬스토리] 생생한 팩션, 한국형 느와르_뮤지컬 <곤 투모로우>사라진 내일, 갈 수 없는 나라.. 를 되새기다

2015년 창작산실에서 선정되고 리딩공연을 거쳐 2016년 광림이트센터 BBCH홀에서 초연되었으며 5년만인 2021년 12월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1884년 개화사상을 바탕으로 조선의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목표로 가열차게 단행했으나 단 3일 만에 실패한 지식인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갑신정변의 상황적 인물구도와 역사를 통해, 21세기 오늘날, 환경이나 부분적인 이슈가 조금은 다르지만, 결국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환경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정세는 아직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끊임없는 열강들의 이권 다툼의 간섭이나 침략에서 오롯이 벗어나는 그 날을 위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치열하게 자주독립을 쟁취하려 했던,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불꽃처럼 사라지더라도 개혁과 항쟁의 의지를 불태웠던 인물과 오직 개인의 생존을 위해 투쟁했던 인물, 그저 현실에서 도피하려 했던 인물들의 대비와 부딪힘을 통해, 그 시절 그때나 지금이나 그토록 갈망했던, 갈 수 없는 나라를 되새겨 보고, 아직까지도 근원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작금의 사라진 내일, ‘갈 수 없는 나라’를 되새기며 가름하게 한다.

 

초연 연출로 현 예술감독인 이지나 극본으로 본인의 서울예술단의 연출작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조선 말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나라를 구하려 했던 혁명가 김옥균과 그를 암살하려는 조선 최초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 주변 열강들의 정세와 급변하는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했던 고종을 중심으로 대내,외 물리적인 상황과 심리적인 상태에서 역사적인 사실과 픽션을 오가며 풍성하고 생생한 팩션으로 거듭나 극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증폭시키며, 여기에 주선율에 각자의 심리적인 서로 다른 캐릭터의 이미지를 엇갈린 멜로디에 가미하고 잔잔하고도 아련하다가 어느새 세찬 격랑의 파도같은 묵직하고도 광할한 편곡한 통해 홍콩판 느와르가 아닌 다소 비어있는 무대에서도 조명과 영상, 의상, 단촐한 세트를 활용해 다분히 극적이고 효율적으로 근대 한국형 느와르의 세련된 무대 미장센을 창출해 냈다.

 

초연을 함께했던 스태프들이 거의 참여하여 한층 밀도 있고 촘촘해진 텍스트와 많이 비어 있지만 결코 느슨하거나 황량하지 않은 알맹이가 부각 된 무대의 짜임새, 역광과 측광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감각적인 조명,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절한 영상의 드나듬, 무엇보다도 배우를 통한 텍스춰의 질량과 부피의 과감한 생략과 확장으로 배우의 캐릭터와 극적 분위기를 물씬 증폭시키거나 생락한 의상, 활용도를 부각한 세련된 소품과 과하지 않은 분장 등 전 스탭들의 전체적인 합 또한 찰지고 쫀쫀하게 들어맞았다.

최종윤 작곡과 23(김성수)의 편곡 또한 때로는 풍성하고 잔잔한 영화음악 같은 깊은 풍미를 하염없이 쏟아내는 찬란한 햇살처럼, 무대를 가득 채우다가 어느새 너무도 고요하고 서정적인 부드러움으로 살포시 감싸듯 로맨틱한 정서까지 음악이 무대에서 마음껏 출렁이고 또 다른 격정적인 언어로 자유롭게 펄떡이고 있었다.

초연부터 참여한 배우들의 열연 또한 각별했지만 내가 관극했던, 새롭게 참여했던 메인 배우들의 음악적인 브랜딩과 작금의 이 어려운 상황속에서 대단한 완성도를 찾아 낸 전체 배우들의 열정과 앙상블의 합 또한 대단했다.

 

김옥균역의 노윤 배우는 아직 어리지만, 가창을 통한 감정의 완급 조절과 미성에서부터 온몸 깊숙한 통한의 통성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순간 불타오르는, 마치 뜨거운 용광로 같다가 어느새 냉정하게 물거품만 남기고 사라져간 속절없는 썰물같기도 하고 눈과 비바람, 꽃피는 산등성이라도 그져 무심한 듯 처연히 바라보는 노송처럼 한껏 여유 있는 품새까지, 마치 석양아래 쓸슬히 걸어가는 마법사처럼 여유로운 완숙미까지 더해져 야릇한 아우라를 자아냈다.

한정훈역의 윤소호의 비쥬얼은 예전부터 익히 잘 드러났었지만 군대 다녀온 후, 무대에 착 달라붙은 안정감과 훨씬 깊어지고 시원시원한, 거침없는 가창력은 일취월장, 완젼 성장한 대세배우로의 입지를 구축해 바로 자리매김 한 듯 했으며 캐릭터의 해석 또한 깊고 당당하게 몸에서 자연스럽게 내재되어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은 성실하고 주목받는 모습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1막에서의 등장과 역할의 소화에서 이미 방점을 찍더니 2막에서 완젼히 작품의 중심으로 우뚝 서서 무대를 장악하는 캐릭터를 어필하는 저력은 가히 명불허전이었다.

또한 그동안 두 번째 달이나 국립창극단에서 주로 활동하며 여느 장르 못지않은 수많은 팬들의 환호와 열렬한 지지를 받던 김준수 소리꾼이 처음으로 뮤지컬에 출연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고조시켰었다.

그동안 다양한 무대에서 누구보다도 주목을 받는 그였지만 인접 장르이긴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본인도 그렇고 지켜보는 팬들과 관심있어 했던 많은 분들도 그러했듯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었겠지만 뮤지컬 무대에서도 김준수 배우는 역시는 역시였다.

그동안 연기와 춤, 소리까지 다재다능함으로 큰 사랑을 받던 그답게 작품 속 고종이라는 캐릭터에 그만의 소리 빛깔을 입혀 많은 것들을 아우르고 깊은 상념에 젖은 고종의 캐릭터에 그만의 깊은 울림을 남길 고종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 냈다.

‘월광’이라는 넘버 처음 한 소절 안에 통한의 캐릭터의 정서가 올곳이 배어 나왔다.

또한 김태한의 냉혈하고 범접하기 힘든, 묵직한 카스스마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살인적 저음과 살벌하고 광기서린 눈빛은 작품의 결을 더더욱 공고히 했으며, 안무자이자 와다역의 심새인의 민첩하고 예리한 움직임, 이종혁, 김하나, 류재혁 배우를 비롯한 앙상블들의 칼군무와 적확한 움직임을 통해 드러내는 극적 정서의 파편들이 작품을 순식간에 긴장과 이완, 살벌하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타고 있다가도 메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서사와 음악에 젖는 고도의 세련된 작품의 합을 일구어 냈다.

 

2021.12.04.~2022.02.27.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유희성 연출가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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