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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트 레일란트의 흥미로운 도전코리안심포니 다비드 레일란트 취임연주회, 슈만 교향곡 2번 <빛을 향해>
  •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1.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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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으로 보여주는 이야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첫 외국인 상임지휘자 다비드 라일란트의 취임연주회가 지난 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그는 취임연주회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슈만 교향곡 2번을 고르며, 과감한 도전을 시도했다. 슈만 교향곡 2번은 실제연주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어려운 작품이다. 오케스트레이션 자체의 부족함으로 곡이 실제 무대에서 매력을 가지려면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일란트의 슈만은 흥미진진했다. 들리는 이야기들은 귀를 잡아 끌었다. 잘 설계된 다이나믹이나 섹션간 밸런스도 돋보였다.

 

더욱이 다비드 라일란트는 그때그때마다 필요한 캐릭터들을 잘 불러냈다. 특히 이 장치는 슈만 교향곡 3악장에서 극대화되었는데 마치 한편의 오페라 같았다. 3악장 클라이막스랑 그 직후는 단원들의 집중력과 지휘자의 연출력으로 꽤 기억날만한 장면이었다. 스트링들이 음량을 미세하게 컨트롤 하면서 그 세밀한 떨림 위로 오보가 주제가 연주되었고, 같은 노래가 목관들로 계속 이어지는데 정말 오페라의 한 장면 같았다. 슈만의 다른 가곡들에서 느낄 수 있는 호흡이었다.

 

개인적으론 마음이 아리기도 했던 대목이었다. 클라이막스 직후 오보와 클라리넷이 노래하고 플룻이 뒤이어 따라오는 대목인데, 저 높이 뛰어오르려는 희망과, 바로 뒤이어 현실로 하강하는 좌절이 이 짧은 대목에 모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코다는 이 시련투성이의 현실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대답쯤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 침묵이 이어진 후 다비드 레일란트는 4악장으로의 구원의 동아줄을 내려주었다. 공연의 제목처럼 ‘빛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이었다.

4악장이 시작되고는 스트링 단원들이 더욱 분투했다. 슈만 교향곡의 2악장도 그렇지만, 특히 4악장에서는 피아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바이올린 연주방법이 보는 관객마저 아찔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단원들은 하나가 되어 앙상블을 맞춰 나갔다. 작품은 마지막 순간으로 나아가면서, 이리저리 주제를 뒤집으며 눈부신 즐거움으로 번져나갔다.

 

사실 다비드 레일란트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2019년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지난 해 교향악축제 무대에서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했다. 관객들에게는 이야기가 많은 흥미로운 음악들을 들려줬다. 2021년 교향악축제날 가장 기억났던 건 ‘핑갈의 동굴’ 저 멀리서 들려오는 물결 소리였다. 어찌나 소리 밸런스를 잘 잡았던지 정말 실감나게 들렸다.

 

공연이 끝난 뒤, 다비드 레일란트는 관객들에게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를 전했다. 음악으로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도 관객들에게 더 할 이야기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다비드 레일란트는 앞으로 3년의 임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 더 많은 이야기는 음악으로 대신 하게 될 것이다.

 

 

사진 제공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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