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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서울아시테지 겨울축제를 보고작품 속 ‘어린이’ 보호 받지 못해

 

신선한 시도에도 불구, 이야기 전개 아쉬워

 

2015년 10월부터 2016년 8월 사이에 선보인 어린이 공연 가운데 여섯 편이 ‘서울 어린이 연극상’ 본선에 올라 올해 1월 4일부터 14일까지 ‘제13회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 기간에 공연되었다. 그러니까 이 작품들은 창작 어린이 공연으로 눈여겨 볼만 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본선에 오른 여섯 작품은 <무지개섬 이야기>(극단 성시어터라인)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극단 문) <보석 같은 이야기>(창작놀이터 극단 야) <별별왕>(이야기꾼의 책공연) <오늘, 오늘이의 노래>(극단 로. 기. 나래) <오버코트>(극단 하땅세)이다. 이 가운데 <오버코트>가 대상을 받았다.

<별별왕>은 ‘대별왕 소별왕’ 신화를, <오늘, 오늘이의 노래>는 ‘오늘이’ 신화를 바탕으로 하였다. 이 두 신화는 제주도 무속 신화에 전해지는 이야기인데, 어린이 작품에 소재로 한 것에 의의를 가진다. 아이들이 많이 알고 있는 단군신화나 주몽신화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화들인데 어린이 문화 콘텐츠에서 무속 신화에 나오는 천지 창조 관련 이야기나 시간을 다스리는 이야기를 다룬 것은 좋은 시도였다. 무대에서는 신화의 광활함과 변화무쌍을 잘 보여 주었다.

신화는 아니었지만 옛날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공연으로 <보석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나라와 아시아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무대였다. 몇 가지의 소품을 이야기에 맞게 잘 변형하였다. 배우들은 때로는 익살스럽게 때로는 진지한 연기를 보여 주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어 뚜렷하게 각인된 이야기가 없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이 잘 살아 있는 공연이었다.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는 같은 이름의 책을 공연에 올린 것으로, 종이컵으로 인형을 만든 1인극이었다. 배우는 혼자서 주인공 민재, 엄마, 동생, 친구, 망태 할아버지를 혼자서 연기했는데 순발력 있게 변화하는 연기를 보였다(여자 연기상 받음). 무엇보다 인형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나머지 두 작품은 창작인데, <무지개섬 이야기>는 제1회 ‘아동 창작 희곡상’ 수상작이어서 극 전개에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다.

<오버코트>는 아버지 외투에서 풀어진 실이 스크린 위에서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는 상상력이 뛰어난 공연이었다. 하지만 현실과 상상이 잘 구분되지 않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넘는 좀 더 섬세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공연은 일정 정도 수준을 넘는 공연들이었고, 소재나 무대 연출이나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어 반가웠다. 특히 <무지개섬 이야기>에 특별한 관심이 갔다. 어린이 공연에서 서사가 부족한 모습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곡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보다 무대 연출에 더 눈길이 갔던 작품이다. 무대 바닥에서 무대가 세워졌고, 커다란 부채가 고래 꼬리가 되어 움직일 때 고래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었다. 일곱 명의 배우와 두 명의 악사가 무대를 꽉 채웠지만 이야기 전개는 아쉬움을 남겼다. 몸이 약한 아내에게 고래 꼬리가 좋다는 의원 말을 듣고 고래잡이에 나선 남편은 현실감이 없어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이야기로 추측되는데, 옛날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설정이었다. 고래에 대한 복수만을 생각하는 아버지는 아이를 안 먹이고, 안 씻기고, 학교를 보내지 않아 아이는 말더듬이에, 냄새 나는 아이로 성장한다. 이 부분이 극단 쪽에서도 걸렸는지 동네 아줌마들이 “아동학대야” 하는 대사가 나오기는 한다.

아버지가 해일을 막아 주었던 원수 고래와 화해하지만, 화해해야 할 대상은 고래가 아니라 그의 아이다. 보호를 받아야 할 시기에 아무에게도 보호 받지 못하고, 동네 아이들로부터는 놀림을 받는 아이다. 극도의 외로움 속에 동물의 소리를 들으며 아기 고래와 친구가 되어 위로를 얻긴 하지만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 아이를 나 몰라라 했던 동네 사람들은 아버지가 잡은 아기 고래는 같이 나눠야 하는 거라고 하고, 아기 고래가 양식장에서 도망갔을 때는 그제서야 옥수수를 들고 오며 다시 잡아 오라고 한다. 극단의 이기심을 보여 준 동네 사람들을 친근한 모습으로 그려 헛갈리게 만들었다.

작품에는 어린이를 어떻게 보느냐가 담길 수밖에 없는데, 이 참혹한 어린 시절을 추억으로 돌려 버린 부분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에서도 엄마는 아이를 자기가 편하게 훈육하기 위해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고 겁 준다. 주인공 민재도 ‘어른들은 자기 맘대로 아이를 만들려고 한다’고 알아차리고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엄마가 “민재가 이렇게 무서워하는데 망태 할아버지 얘기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민재는 “망태할아버지 안 무서워.” 하며 서로 화해를 한다.

망태 할아버지가 무서움의 대상이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아이가 잘못했다고 인식하지 않는데 공포를 준 것이 문제로 보인다. 공포에 떠는 민재에게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하고 무서운 소리로 말할 때, 어른 관객 대부분은 큰소리로 웃었지만 난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아이가 엄마의 잔소리를 납득할 수 없는데 공포까지 주는 분위기가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이 폭력적인 상황에서 어쩌면 어른들은 무서워하는 아이를 귀엽다고만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김소원 객원기자 (어린이문화연대 문화국장)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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