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단 백령도를 비롯한 대청도, 우도 등 서해5도에 전문 예술단들이 찾아가 낙도의 학교, 강당, 군부대 등지에서 뮤지컬, 비보잉, 사물놀이, 국악앙상블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서해 5도를 순회하는 ‘신나는 예술공연’의 첫 무대인 대청도에는 예술단원 54명과 스태프 8명 등 60여명이 1톤 트럭 3대에 무대 음향·조명 기기, 악기 등을 싣고 들어갔다.

극단 ‘극공장소 마방진’, 월드뮤직 그룹 ‘세움’과 ‘아나야’ 등 6개 팀은 펜션 1동을 빌려 숙식을 함께 하며 4일간 13회 공연을 소화했다. 최초로 대규모 공연단으로 찾아 온 섬 공연에는 주민과 학생, 군인들이 매번 150여명이 관람했다.

월드뮤직 그룹 세움의 유세움 대표는 “공연 직후 관람객들에게 흥겨운 국악 장단과 타악 연주법을 알려주고 브라스 악기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하니 호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로에서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리틀잭>은 군 장병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백령도에서는 뮤지컬 갈라 콘서트, 비보잉 등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람객들에게 신명나는 즐거움을 제공했다. 연평도와 소청도에서도 10여 회의 순회공연이 이어졌다. 서해 최북단 작은 섬 우도는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섬 전체가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우도를 찾은 인디밴드 ‘신길역 로망스’의 감미로운 음악은 야간경계를 앞두고 저녁식사 직전에 1시간 가량 연주되었는데, 근무 중인 군 장병들에게 잠시나마 긴장감을 풀고 위안을 줄 수 있었다.

뮤지컬, 국악, 연극, 발레, 인디음악 등 풍성하고 다양한 장르의 신나는 예술여행은 외딴 섬에 격리된 군장병과 섬마을 주민들에게 즐거움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이어졌다.

[리뷰] 서북도서 문화공연을 보고


소청도, ‘문화의 사막’에 발레 공연팀이 왔다. 처음에 발레 공연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대원들은 걸그룹을 더 좋아할텐데’ 하는 생각도 했으나 발레공연을 보고난 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섬 전체를 찾아봐도 변변한 강당이나 실내체육관이 없어서 좁은 체력단련실을 비워서 공연을 했지만, 오히려 소극장처럼 배우와 관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교감하고, 숨소리까지 전달되는 것 같아 대원들의 호응도는 걸그룹 공연 못지않게 폭발적이었다. 

공연은 발레의 역사 및 기본동작, 발레를 이해하며 보는 방법에 대해 김인희 단장님(서울발레시어터)의 소개 교육 후 4인 군무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클래식 음악처럼 발레에 대해 울렁증이 있었던 우리는 이번 문화공연으로 발레라는 예술영역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갓 스물이 넘은 혈기왕성한 청춘들이라고 걸그룹의 섹시댄스 같은 휘발성이 강한 공연을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한 본인조차도 기성세대로서 선입관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동물적 본능을 자극하고, 해소시키는 것보다 오히려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순수예술이 장병 정서 순화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서해 최전방 도서에서 근무하는 우리 장병들이 목말라 했던 것은 이런 문화예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 도서지역에 대한 문화예술 공연이 확대 시행되길 기대해본다.



- 이인수 소령( 해군2함대 소청도 295해상전탐감시대장)

낯선 예술여행, 새로운 영감 얻다

유세움 (문화공작소 SE:UM 대표)

Q.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젝트로 이번에 서해5도 투어를 했는데, 꽤 큰 규모의 장기 공연인데, 얼마동안 몇 회의 공연을 했나요? 컨셉과 구성은 어떻게 기획됐는지?

문화공작소 세움이 주관한 금년도 ‘신나는 예술여행’은 총 60여회에 거쳐서 지난 8월에 시작해서 10월까지 3개월여에 걸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도서지역 특히, 서해5도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문화예술 공연과 체험, 커뮤니티 아트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였는데요.

본 사업을 기획하면서 세운 컨셉은 ‘섬’이 일정기간동안 문화 예술로 들썩이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프로그램들의 경우에도 발레, 연극, 뮤지컬, 인디밴드, 국악, 힙합 등 양질의 예술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예술 단체들과 협력하여 장르의 균형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이를 진행하고 운영하기 까지는 주최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순회사업부’의 컨설팅과 코칭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서해5도에서 장기간에 걸친 프로그램이 진행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주관처와 수혜처 모두 많은 의미가 있었던 사업이었습니다.

Q. 이번 사업의 취지는 무엇이었나요?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번 사업의 취지는 문화 향유 계층의 확대와 균형 있는 문화 예술의 발전입니다. 특히나, 오지 지역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그만큼 일정과 시간, 시스템의 운용 등등의 변수가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주관처와 장비팀, 참여 예술 단체 간의 팀웍과 조화, 이해 등이 보다 많이 요구됩니다. 이 사업이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점은 바로 이런 것들이 주최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예술단체, 기획자, 엔지니어팀의 조화 속에서 사업을 이끌어 내는 시너지 효과가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위해 이렇게 다양한 장르와 많은 단체들이 모이는 일들이 드물고 이들과 함께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주관 단체로서 많은 부분 학습을 하였고 앞으로 사업에 대한 발전 방향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서해 5도 지역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구성상 특히 고려한 점이 있다면?

가장 우선시 된 것은 ‘양질’의 프로그램 구성입니다. 검증된 공연 예술 단체와 대중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고, 그리고 두 번째로는 장기간, 장거리 투어이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단체를 섭외 하였습니다.

그리고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렇게 함께한 예술 단체들로는 극공작소 마방진, 서울발레시어터, HJ 컬쳐, 연희단 하루, 아나야, 쇼앤라이프, 루비레코드, 허브뮤직 등 많은 예술단체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Q. 섬에 대규모 공연은 드문 일이라는데,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가장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은?

서해5도에 이번처럼 대규모의 장비와 단체가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어려움이 많은 일이었다고 합니다. 해당 섬의 면장, 군 관계자, 학교장 등등도 본 프로그램을 접하고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상자 맞춤형 공연 프로그램을 지향하였습니다.

학교에서는 지금 현재의 이슈를 품고 있는 연극 프로그램, 마을 주민들에게는 흥겨운 노래가 있는 뮤지컬 갈라쇼와 퓨전 국악과 연희 프로그램, 군장병들에게는 평소에 접하는 것이 쉽지 않은 발레와 뮤지컬 갈라, 인디밴드 등을 배치하여 공연의 효과를 배가 시켰습니다.

인기보다는 기억에 많이 남는 프로그램은 극공작소 마방진의 ‘인간대포쇼’와 서울발레시어터가 펼친 발레 프로그램이 생각이 많이 납니다. 장병들 중 대부분이 연극과 발레를 접하지 못한 젊은이들이었고 ‘재미없다’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서 프로그램에 반응이 있을까하고 의심을 하기도 했는데, ‘인간대포쇼’의 경우 왕따와 일진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풍자와 해학 그리고 배우들의 진심어린 열연으로 펼쳐 보이며 몇몇 장병들과 학생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학교 관계자는 “어제 학교에 왕따 문제로 학부모 회의가 있었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왕따와 일진의 문제성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발레의 경우에는 그냥 발레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해설을 곁들여 장병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커뮤니티 아트 프로그램 등 진행한 프로그램들이 모두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Q. 서해 5도는 지리적으로도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는 곳인데, 실제 섬 공연을 하고 난 소감은?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을 꼽는다면.

서해5도는 군접경지역인 만큼 매순간 긴장감 속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만 했습니다. 그 섬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바로 ‘우도’에서의 공연이었습니다. ‘우도’하면 대부분 제주도의 우도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여기서 ‘우도’는 서해5도를 완성하는 섬이기도 합니다.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백령도에 우도까지를 서해5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도’를 제외한 나머지 섬들은 민간인의 출입이 자유롭지만 ‘우도’는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상태로 60여명의 군인들이 상주하고 있는 섬입니다. ‘문화공작소 세움’은 한국문화예술위,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우도’까지 공연 프로그램을 들고 갔습니다. 해병의 고무정에 최소한의 인원으로 이뤄질 수 있는 공연팀 ‘신길역 로망스’를 데리고 ‘우도’에 가서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아마 앞으로 다시 못할 뜻 깊은 경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어찌보면 ‘문화공작소 세움’에게는 섬이 낯설지 않은 곳입니다. 2013년부터 주기적으로 인천의 섬에 들어가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큰 두려움이라든지 걱정은 ‘기상’ 정도 였다고 할 수 있었는데, 실제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의 경험이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장기간에 걸친 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공연 기획과 제작자로서는 또 다른 경험과 학습을 선사해 준 기회가 되었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소외지역의 문화혜택만이 아니라 기획자 입장에서 스스로에게도 각별한 경험으로 얻는 점이 있다면.

‘섬’은 항상 개인적으로는 많은 영감을 주는 곳입니다. 섬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예기치 못하는 발견들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섬에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기획자로서는 대단히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익숙지 않은 환경이 주는 다채로운 아이디어는 내일을 상상하고 또 다른 계획을 선사해주기 마련입니다. 이번 ‘신나는 예술여행’을 통하여서도 정신적인 부분들에게 대해 얻은 것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수혜자들보다 많은 예술적 감성을 얻고 돌아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Q. 이번 투어를 하면서 어려웠던 일과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참 많은 사태를 대비하긴 했었는데, 생각보다는 그리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일정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는데, 전혀 문제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집니다.

나머지는 섬과 부대, 학교의 사정상 당일 일정이 바뀌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하였는데, 이때는 예비 장비와 프로그램 조정을 통하여서 대처를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었습니다.

사실 어떤 일을 해도 아쉬움이 항상 있기 마련인데, 이번 ‘신나는 예술여행’에서의 아쉬움은 섬에 제대로 된 ‘공연장’이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사실 이용 빈도나 활용도 면에서는 섬에 공연장을 갖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그래도 공연시설이 있었더라면 ‘더 좋은 모습으로 공연을 더욱 완성도 있게 선보일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Q. 예술여행 사업에서 보완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예술여행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점점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 사업이 자리를 잡고 사업이 보다 확장성 있고 다채롭게 구성되어져 가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문화공작소 세움’뿐만이 아니라 다른 타 단체들이 하고 있는 ‘신나는 예술여행’ 활동들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데, 예전에 보았던 것들 보다 훨씬 완성도 있고 의미 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공부를 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과 컨퍼런스 등을 주기적으로 개최하여 보다 많은 이들이 ‘문화 예술’을 공유하고 가치의 확산을 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대표적인 문화 예술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다시 또 간다면, 특히 해보고 싶은 무대가 있는지

아직 서해5도 안에서도 못 가본 곳, 선보이지 못한 부대 들이 많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번 사업을 발전시켜 야외에서 일정기간 한바탕 ‘축제’의 장을 마련해보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고 관객들과 함께 뛰어 놀며 주민들뿐 아니라 외지인들도 축제를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남녀노소가 거부감 없이 문화를 즐기고 이것이 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활동들을 통하여 관객뿐만 아니라 예술가와 기획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 활동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강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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