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현의 그릇은 관객의 시선에 따라 이중적인 사유를 유발한다. 시각적으로는 일상용기로의 그릇으로 볼 수 있으나 전시장에 일렬로, 또는 어긋나게 배치된 그릇들의 군집은 감상용으로의 예술적 사물로 존재를 주장한다. 정용현은 지금까지 그릇에 대한 고정적이고 단순한 정의에 다양한 함의를 던지고자 하는 조형방법을 탐색해 온 작가다. 그릇을 하나하나 높이 쌓아 그릇의 공예성에 건축적 요소를 가미하여 새로운 시각을 유도한다거나, 건조과정이나 소성과정에서 갈라지는 그릇의 흔적들을 추적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그릇이 갈라지면 점차 형태가 무너진다. 그러나 그 무너짐은 원래의 질료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기도 하다. 무엇이 본래의 그릇인가에 대한 조형적 질문이다. 이것은 그릇이라는 실용의 고정관념을 예술적 대상의 존재로 환원시킴으로서 우리가 보는 대상의 실체와 그 간격의 다름을 보게 하는 방식이다. 정용현은 보이는 것과(有) 보이지 않는 것(無)의 경계에 서서 그 형상과 본질에 균형 있는 탐색을 하고 있다는 것이 좀 다른 점이다. 노자가 그 대상의 볼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주목을 요구했다면, 정용현은 보이는 것에서 그 출발점을 갖고자 한다. 그러므로 실용이라는 도자그릇의 공예성에서 작가의 사유는 시작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장정란(미술사. 문학박사)

정용현 JUNG YOUNG HYEN

시카고 예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에서 '불안으로 본 도자표현 연구'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자기가 지닌 새로운 기능을 찾아 연구하며 내면의 다양한 생각과 모습을 흙을 통해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도자기의 다양한 형식을 통해 익숙하고 친숙한 것으로부터 낯설고 새로운 것으로의 경험과 의미를 탐구한다.

마루아트센터(2021), 갤러리도스(2019) 수원미술전시관(2018) 등 총 10회 개인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갤러리호호, 아트홀 인디공, CICA 미술관, 전곡선사박물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프랑스 생테티엔 디자인센터, 팔레 드 서울, 밀알미술관, 강동아트센터 등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등 다수 단체전.

현재 studio_312(수원) 운영.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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