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쇼팽콩쿠르>가 막 끝났다. 쇼팽 콩쿠르가 선택한 새로운 우승자는 캐나다 출신의 B브루스 리우다. 폴란드 국립쇼팽음악협회는 10월 21일 6년 만에 개최된 올해 콩쿠르의 우승자를 발표했다. 브루스 리우는 모든 라운드에서 기복 없는 연주를 보여주었다. 특히 피아노에서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이 탁월했다. 덕분에 콩쿠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그의 음악에 푹 빠져들 수 밖에 없었고, 경연이 아니라 리사이틀을 보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브루스 리우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당 타이 손의 제자이기도 해서, 곱지 않은 시선들도 있었지만 충분히 납득이 될 만한 연주력이었다.

브루스 리우의 우승과 함께 이탈리아 브랜드 파지올리 피아노가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 우승한 사례가 되었다. 최고의 명품 피아노인 스타인웨이가 지배적이었던 쇼팽쿵쿠르에서 다른 브랜드 피아노가 우승한 사례는 특별하다. 이번 결선에는 파지올리 피아노 뿐만 아니라, 일본 브랜드인 시게루 가와이 피아노 역시 3명의 파이널리스트가 선택해 화제가 되었다. 그 덕에 파지올리 피아노와 더불어 시게루 가와이 피아노 역시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 반면 ‘제18회 콩쿠르’에서는 야마하 피아노를 선택한 참가자들이 2라운드에서 전원 탈락해, 더 이상 야마하 피아노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덧붙여 2010년에는 우승자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가 쇼팽 콩쿠르 역사상 최초로 야마하 피아노로 우승해 화제가 되었다.

일본 연주자들의 약진

유독 일본 연주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흔히 일본 연주자들에게는 선입견이 있다. 딱딱하고 틀에 박힌 연주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쇼팽 콩쿠르에 출전한 일본 참가자들은 이런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렸다. 참가자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저마다의 쇼팽을 그려냈다. 의대생 사와다 소고, 유투버 하야토 수미노 등 제도권 교육에서 음악을 공부하지 않은 참가자들의 활약은 이번 쇼팽 콩쿠르의 백미였다. 매 라운드마다 폴란드 참가자 다음으로 많은 수의 진출자를 배출하며, 클래식 강국의 모습을 보였다. 결국 파이널 무대에도 2명의 참가자가 올라 각각 2등(쿄헤이 소리타), 4등(아이미 코바야시)를 차지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 폴란드 참가자들의 자국 프리미엄도 존재했다. 모든 라운드에서 가장 많은 수의 참가자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하지만 폴로네이즈, 왈츠, 마주르카가 포함되는 라운드부터는 폴란드 진출자들의 저력이 돋보였다.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 같은 마주르카의 리듬은 마치 작품이 원래부터 그렇게 연주되어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품에 대한 기술적인 완성도는 다른 나라 참가자들이 월등히 뛰어났으나, 작품의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건 폴란드 참가자들이었다. 결국 마주르카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시상하는 마주르카 특별상은 폴란드 출신의 야콥 쿠슬릭에게 돌아갔다.

한국인 파이널리스트로는 이혁이 있었다. 이혁은 결선 무대까지 무대를 즐기는 가장 대범한 참가자 중 하나였다. 음악을 만든다는 인상보다도, 음악 그 자체가 흐르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연주했다. 준비해온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분투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음악의 호흡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콩쿠르 참가자보다도 피아니스트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이번 쇼팽 콩쿠르에 우승한 브루스 리우는 이번 달 한국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쇼팽 콩쿠르 우승자의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11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브루스 리우와의 연주곡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