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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irial] 역사의 기억 없이, 아름다움은 없다- 국립극장 70년 역사, 사라지는 것들....
리모델링 후 국립극장 전경

리모델링 후 사라진 돌계단

문화공간을 논할 때,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1903-1969)의 문화풍경( Kulturlandschaft) 에 대한 선언은 성찰적 풍경으로서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아도르노는 “역사적 기억 없이 아름다움은 존재할 수 없다. 과거와 그로 인한 문화풍경은 자유로운 우리 인간의 본성을 성취하도록 하며 특별히 모든 종파주의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도시와 건축, 그리고 그 속에서의 삶이 만드는 풍경에 대해 건축가 승효상은 ‘풍경건축’이라는 말로 건축에 있어서 자연풍경만큼이나 서사적 풍경, 성찰적 풍경을 강조한다. 건축에 깃든 인문적 이야기의 중요성을 말함이다.

 

돌계단이 있는 리모델링 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장충동 국립극장이 2017년부터 진행한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공사를 4년 만에 완료하고 지난 5월 18일 내부시설을 처음 공개했다. 총사업비 658억 원이 투입되었다고 했다. 

국립극장은 1973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핵심공간인 무대, 객석, 로비의 전면 개보수를 실시했고, 올해 개관 70주년을 맞아 새단장한 해오름무대에서 옛날 장충동 국립극장시대가 열렸던 때, 산하기관이었던 국립예술단체들을 초청해 70주년 개관 축하무대를 연다.

 특히 8월 12일부터 국립오페라단의 <나부코>(8.12-15)와 광주시오페라단의 <박하사탕>(8.27-28) 두 개의 그랜드오페라 공연을 앞두고 있어, 과연 리모델링한 해오름무대에서 오페라 공연이 최적화되었는지 궁금했다. 첫 언론간담회때 PT 설명만이 있었던터라 실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고, 그래서 지난 7월 20일, 한국오페라협회와 문화저널21, 더무브 두 문화매체 에서는 리모델링한 해오름극장 백스테이지 투어로 해오름무대 탐방을 실시했다.

 

해오름극장의 변모는 크게 3가지로 극장 외관, 객석 규모, 자연음향 확보 등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극장 외관으로 국립극장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돌계단이 완전히 없어진 것이다. 거대한 돌계단을 없애 열린 공간으로서 개방성과 접근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돌계단을 없앤 주요 요인으로 눈길에 사고가 많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두 번째는 극장 내부 객석의 변화로 기존 1563석에서 1221석의 중대형극장으로 바뀌었고, 경사도를 높임으로써 콤팩트해지며 무대와 더 가까워졌다. 

세 번째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음향의 개선이다. 잔향 시간(연주 후 소리가 실내에 머무는 시간)을 1.65초까지 확보함으로써 별도의 확성기 없이 자연 음 그대로의 선율을 감상할 수 있고, 객석 내벽에는 48개의 가변식 음향제어 장치인 어쿠스틱 배너를 설치해 공연 장르에 따는 잔향 시간 조절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지난 6월 2일, 국립창극단의 <귀토>로 개관 축하무대를 올렸지만 최근 창극들이 핀마이크를 사용하는 터라, 한국오페라협회 박현준 회장은 "성악가들의 어쿠스틱 발성이 울리는 오페라가 어떻게 들릴지는 실제 무대에서 노래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는 대형 회전무대가 사라지고, 로비와 휴식 공간이 바뀌고 바닥재는 대리석에서 마룻마닥으로 깔리고 층고가 높아지는 등의 변화가 있다. 

로비와 휴식공간의 인테리어는 예술적인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어 많이 아쉬웠다. 극장측에서 내세운 자연음향의 효과는 8월,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나부코>가 그 첫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국립극장 리모델링 사례를 통해 공공건축의 리모델링이 기관장의 의지에 의해 너무 쉽게 변모되는 게 아닐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건축은 상징적이고, 그 안에는 역사의 시간과 흔적이 남아 숨쉬게 마련이다. 특히, 국립극장 70년의 역사는 1967년 ‘종합민족문화센터’ 라는 가슴 벅찬 이름으로 장충공원에서 기공식을 하던 때부터 1973년 6년 만에 완공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70년을 이어온 역사의 시간이 오롯이 담긴 모습인 것이다.

658억이라는 국민적 세금이 잘 쓰여졌는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지만, 역사적 건축물이 변모하는 명분으로 역사의 시간보다 단지 편의와 실용이 더 우선일까?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장충동 국립극장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돌계단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공공기관의 대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많은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2017년, 당시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 대한 내용(미르 2017년 4월호)을 보면, ‘역사와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복합공간’을 목표로 두고 있는데, 당시 안호상 극장장은 처음부터 돌계단을 반드시 없앨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던 걸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인하 교수(한양대 건축학부)는 “초기 건축가의 의도를 어디까지 살리는 것이 좋은지, 그 의도를 얼마만큼 존중해야 하는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정교수는 “국립극장 건물의 기본 모티프는 경복궁 경회루다. 계단이 있고 마루가 깔리고 그 위로 기둥을 세워 지붕을 얹는 스타일로 이희태 건축가가 설계한 국립극장과 국립경주박물관, 부산박물관 모두 규모와 기능만 다르고 형태가 동일하다. 그 점에서 본다면 전면부에 설치한 계단은 건물에 기념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종규 교수(한예종 미술원 건축과.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도 “전면에 설치된 계단은 ‘한국적’ 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층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계단으로 연결되는 2층부가 중심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접근성을 비롯한 여러 측면을 고려해 일부분 개선하더라도 기존의 건축 의도를 바탕으로 한 전면 계단은 유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라며 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계단 철거를 옹호하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김주연 교수는 “해오름극장이 일본 공연 양식의 영향을 받은 오래된 건물일지언정 우리 역사의 한부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 역사를 격조 있고 훌륭하게 승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옛것과 현대가 만나게 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지키면서 하는 것, 원래의 것이 갖고 있는 가치를 드러내고 존중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라고 역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교수는 무엇보다도 “해오름극장 리모델링이 단순히 건축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국립극장의 존재 자체를 승화시키는 계기가 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건축물은 시대의 상징이며 아름다운 문화공간이며, 그 조형적 설계에는 건축가의 건축 의도가 담긴다. 편의와 실용 너머 역사적 시간의 나이를 품은 건축의 미는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다. 변모한 국립극장을 돌아 나오며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하다. 역사적 기억이 사라진 건축에는 서사가 없다. 역사적 기억 없이 아름다움은 존재할 수 없다.

 

  Editor - in - chief    .    발행인   임효정

 

리모델링 내부 설계안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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