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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유연하고 섬세한 열정_지휘자 박준성음표 위의 형이상학을 추구하다
마에스트로 박준성

 악보의 정확하고 정교한 분석을 기반으로 지휘자들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한다. 악보 위의 형이상학을 그린다.  80-90명의 단원들로 구성된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일사분란하게 통솔하며 작은 지휘봉의 끝에서 숭고한 소리를 뽑아내야 하는 지휘자의 세계는 엄중하고도 정교하다. 

카라얀으로 상징되는 20세기 거장 지휘자들의 막강한 카리스마의 시대를 지나 21세기 지휘자들에게는 또 다른 책무가 주어졌다. 무엇보다 단원들과의 화합이 중요하고- 유연한 통솔력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무대에서도 젊은 세대 지휘자들의 활동이 두각을 보이며 노장이 아닌 신세대 활기찬 젊은 지휘자의 무대가 열리게 됐다, 사이먼 래틀의 뒤를 이어 세계 최정상의 베를린필하모닉의 지휘자로 키릴 페트렌코가 선출됐을 당시 그의 나이는 43세였고, 후보에 올랐던 안드리스 넬손스는 37세였다. 2007년 루체른에서 빈 필을 지휘하고 2009년부터 LA필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던 구스타보 두다멜의 그때 나이는 28세였다.

두다멜은 “지휘자는 단원들보다 더 많이 알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지휘자는 단원들의 경험에 귀를 기울여야만 하고, 단원들이 하는 일에 존경심을 보내야만 합니다” 라고 말했다.

이는 젊은 나이에 자기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연륜도 풍부한 단원들로 구성된 세계적 교향악단을 수없이 지휘해 본 지휘자의 경험에서 우러난 말일 것이다. 젊은 지휘자들의 열정과 활력은 그들만의 장점이자 음악을 대하는 순수한 자세의 발로에서 시작된다.

 

국내 지휘자들의 세계에도 젊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올봄에 펼쳐진 <2021 교향악축제>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2021 교향악축제_4.16 군포 프라임필하모닉과

4월 16일,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박준성(40) 지휘자. 그는 이날 바그너의 ‘지그프리트의 목가’, ‘모차르트 바순 협주곡 내림나장조 K.191’에 이어 하차투리안 교향곡 제2번 마단조 ‘종 The Bell’을 연주해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 에너지를 활기차게 들려주었다.

그는 유럽에서 다양한 연주활동을 이어가던 중 코로나로 모든 활동이 중단된 상황속에서 국내 교향악축제 참가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럽에 잡혀있던 연주가 코로나로 많이 취소되어 연주할 기회가 없어 우울했는데, 교향악축제에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12월에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가 잡혀 있었는데, 4월 교향악축제는 국내에서 가장 중요한 연주 행사 중 하나이고, 또 제가 한국 관객들에게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정식으로 선보인 적이 없어 너무 흥분됐고, 무척 설레었어요.”

그는 국내무대에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광주시향, 대구시향을 지휘했다.

그는 이번 군포 프라임필하모닉과의 연주가 호흡이 잘맞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프라임필은 너무 협조적이고 음악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같이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프라임필 단원들은 열려 있고, 열심히 하려는 애티튜드를 갖고 있어서 무척 감동 받았습니다.” 또, “예술의전당 무대에 처음 서보는 자리였고, 한국의 클래식매니아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자리여서 그만큼 행복했던 것 같아요. 특히 유럽에서 예정됐던 연주들이 모두 취소되고 상심하고 우울할 때에 교향악축제는 너무 꿈 같고 감사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고 감격해 하며 소감을 밝혔다.

 

어릴 적부터 지휘자의 꿈 키워

박준성은 중학교때 독일로 유학 가 슈튜트가르트 국립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던 중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지휘과에 진학해 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피아노를 하다 지휘로 바꾼 계기에 대해 그는 어릴 때부터 지휘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정명훈 지휘자가 코리안심포니와 차이코프스키 4번을 연주하는 것을 보게 됐는데, 그 연주를 보는 순간 지휘자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버지(전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박명기) 가 음악을 하시고, 동생도 바이올린을 하는 등 어릴적부터 음악적인 집안 환경 덕분에 피아노를 그냥 배우게 됐고 이후 정작 하고 싶었던 것은 지휘자의 길이었죠.”

박준성은 피아노 보다 교향곡 CD를 더 많이 갖고 있다며 어릴 적부터 지휘자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0의 상태’에서 시작되는 지휘의 세계

국내 교향악단의 환경과 견주어 유럽 교향악단의 경험에 대해 물었다.

“제가 한국 오케스트라를 많이 해본 건 아니어서,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시스템이 옛날에 비해 많이 좋아졌고 코로나 시국에 교향악축제를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라임필과도 교향악축제 준비 리허설 당시에 당장 그순간 해결되지 않았었던것들을 시간을 두고 함께 같이 해내려고 했던 의욕과 의지가 좋았고, 그래서 해냈고 그리고 이부분이 중요했었던것 같습니다 

 지휘자가 악단과 처음 리허설을 할 때, '제로 퍼센트' 라고 하는 것은 음정이 맞고 앙상블이 준비되어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음악적 리허설이 그전까지는 마이너스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어요. 

지휘자는 악단과 첫 만남에서 ‘0의 상태’에서 시작하죠. 음정, 앙상블이 모두 맞춰진 상태에서 리딩을 하게 되는 거죠. 작곡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작곡가의 색깔을 표현하게 되는데, 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가 듣고자 하는 작곡가의 이야기를 1도 못 듣게 되는 거죠. 유럽의 악단들은 그냥 항상 '0' 에서 시작합니다. 오히려 지휘자가 음악적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큰일나는 거죠.” 

그리고, “저는 한국 오케스트라에서도 유럽의 숙련된 오랜 악단에 비해 어떤 면에서는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는 아니더라도 해보려고하는 의지와 단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곡에 대해 평소에 잘하는 레퍼토리였는지 묻자 그는 “다른 곡을 해보고 싶긴 했었는데, 단장님이 제안한 곡-하차투리안-으로 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감사하고 있어요. 큰 무대에서 잘 하는 곡으로 뽐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어떤 곡도 해내는 걸 보여주자는 마음도 있었고, 결과적으로 결과가 좋았어요.”

그가 추구하는 지휘자의 스타일은 어떤 유형일까?

그는 자신의 롤모델로 BBC 스코티쉬 상임 지휘자인 토마스 다우스가드 (Thomas Dausgaard)를 꼽았다.

“그는 혹 실수라도 하게 되면 곧바로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권위적이지 않아요. 단원들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모습이 존경심을 갖게 합니다. 지휘자는 자기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고 악보를 분석하고 음표 너머 작곡자의 이야기를 음악에 실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휘자는 존중하는 마음 자세가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휘자 김대진도 지휘자에 대해 ‘지휘자는 독약 같은 자리다.’ 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지휘자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자기 세계에 빠지는 걸 경계함이 아닐까. 

지휘자 박준성의 유연한 카리스마로 들려주는 음악은 오는 11월에 프라임필하모닉과 그리고 예술의전당 마티네 콘서트,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11시 콘서트’에서 만날 수 있다.

 

임효정 기자 사진_교향악축제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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