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와 ‘한 스타일’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관련해 디자인분야에서 한국의 인문학적 미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디자인연구소 최경원 소장과 이야기를 나눠본다. 최소장은 현디자인연구소에서 오랫동안 디자인이란 눈으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연구해오며 토탈 리빙 디자인 브랜드로 ‘홋 HAUT' 을 만들어 실용화하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를 대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내면에 담긴 철학적 가치를 고려해야합니다."

Q. 전통문화의 현대적 해석에 있어 디자인 분야에서 특히 중요한 관점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요?

청자나 백자, 조선시대의 가구들, 박물관을 채우고 있는 거의 모든 유물들은 미술품이 아닙니다. 전부 당대의 사람들이 실생활에 사용했었던 디자인들입니다. 오늘날도 수많은 디자인들이 우리의 생활을 돕고 있는데, 그런 시각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대하고 보면 전통이란 옛 것이라기보다는 삶과 밀접한 호흡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이런 관점으로 전통을 대하면 그것을 지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좀 더 확실한 전망을 얻을 수 있습니다.

Q. 근래 음악, 무용,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현대적 해석에 대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통의 현대적 해석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시 되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우리 문화는 확실히 세계의 다른 여러 문화들에 비해 두드러지는 특징들이 많습니다. 우선 5,000여 년 동안 단절되지 않고 이어졌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고, 그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철학적 이념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전통문화를 대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내면에 담긴 철학적 가치를 고려해야합니다. 흔히 우리 문화를 자연스럽고, 곡선적이고, 무기교의 기교라고들 하지만 이것은 일제식민시대에 일본인들의 시각이었습니다. 이런 표피적인 시각을 뒤로 해야 합니다.

Q. 현디자인연구소가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개발도상국의 시기를 지나는 동안 한국에서 디자인은 특별한 분야의 기술인 것처럼 여겨졌고, 우리의 일상생활로부터는 단절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디자인을 일상적인 대중문화로 자리 잡게 만드는 것과, 역시 같은 시기 동안 단절되어 버린 우리의 문화적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현디자인연구소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브랜드로 내건 ‘홋’의 의미와 지향하는 이념은 무엇인가요?

전통을 현대적으로 다시 부활시킨다는 것은 전통을 그대로 이미테이션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지나간 전통 중에 우수한 것을 현대적인 문법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겠지요. ‘홋’은 바로 그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홋’이라는 이름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홋’은 과거의 심오한 뜻을 새긴 이름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한글 중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여기는 글자를 채택한 것입니다. 나중에 이 브랜드가 파리나 런던이나 동경, 북경 등에 샵을 내거나 수출을 했을 때, 우리에게는 순수한글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로 보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Q. ‘홋’의 다양한 문양과 패턴들은 심오한 정신의 체계로부터 유래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디자인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유용하게 작용하나요?

홋의 패턴 체계는 주역 같은 철학적 경전들에서 추출된 원리를, 다양한 유물들에서 선택된 문양과 색상에 적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인간의 다양한 정서의 변화에 패턴의 원리와 이미지들이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이나, 심지어는 몸 상태에 따라 적합한 디자인을 체계적으로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Q. 한국의 인문학적 미의 전통이 현대에 계승되고 있는 대표적인 예를 꼽는다면?

근대사의 기간 동안 한국의 전통문화는 대부분 상실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생활에 밀접한 부분에서 살아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온돌입니다. 지금 우리의 초현대식 아파트에서도 대부분 난방은 온돌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것은 우리나라 말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특징입니다. 아무리 문명이 빨리 바뀌어도 삶의 방식은 쉽게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한국문화 버리기> 라는 책을 통해 고정된 우리 문화에 대한 잘못된 시각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데, 우리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의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신화화 시키지 않고 상식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문화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마음이 앞서서 무조건 위대하고, 신비롭게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위대해 보이는 것들이라고 해도 그 뒤에는 필연적 이유와 합리적 제작의 과정이 있습니다. 그것을 빼고 보면 정작 전통문화의 진면목을 놓치게 됩니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 문화를 오해하게 만들고 위태롭게 합니다.

Q. 이 계절에, 이맘때 유용하고 심신에 좋은 홋의 상품을 추천한다면?

봄이 시작되는 계절에는 우아한 화정가방을 추천합니다. 귀여운 크기에 유려한 곡선이 아름다운 형태와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 가방은 노란색의 봄기운을 온 몸에 가득 채워줄 것입니다.

최경원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공업디자이너이자 글과 그림으로 디자인에 관한 책을 펴내고 있다. 저서로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 Good Design', '붉은색의 베르사체, 회색의 아르마니’, ‘르꼬르뷔지에 vs 안도 타다오’ ‘한국문화 버리기’ 등이 있고, 현재 네이버캐스트 ‘매일의 디자인’에 연재 중이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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