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임 역사의 산증인인 유진규 마임이스트의 마임인생 50년을 기념하는 공연 <내가 가면 그게 길이지>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다. 

국내에 마임(mime, pantomime 배우가 대사 없이 몸짓과 표정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연극)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68년 독일의 판토마임 배우 롤프 샤레의 공연을 통해서다. 

이후 한국 마임은 1972년 에저또 소극장에서 유진규의 국내 최초 마임 드라마 ‘첫 야행 - 억울한 도둑’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진규는 오직 마임 배우로서의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

억울한 도둑 _1972

유진규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예술가로 본인의 작품활동 외에도 1989년부터는 한국 마임의 중흥을 위하여 ‘한국마임페스티발’을 춘천으로 가져와 ‘춘천마임축제’로 발전시켜 세계 3대 마임축제로 만들었다. 2014년 세월호 사태 이후 정치 사회 문제를 현장에서 예술 행위로 표현하기도 했다. 2016년 촛불혁명 때는 광화문에서 예술가들과 연대하는 퍼포먼스 작업을, 현재는 춘천 중도의 세계 최대 청동기 유적 위에 레고랜드를 건설하는 사업에 반대하는 ‘중도걷기’ 퍼포먼스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또한, 장소 특정형 공연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데, 특히 작년 이후 코로나로 인해 극장 공연이 모두 불가했을 때에도 옛 시장의 모습을 설치미술과 공연의 형태로 복원해 코로나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요선시장코로나땡동그랑땡’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예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원로 예술인의 모습을 보였다.

이틀간의 공연은 각각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구성, 진행된다.

첫날 공연은 <빈손>으로 이는 한국적 마임의 대표작이자 세계에 한국 마임의 독보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알린 작품으로 극찬을 받아온 명실상부 유진규의 대표작으로 일본 SCOT 극단 배우 변유정, 프로젝트 풍물패 빈손굿이 참여한다.

둘째 날 공연은 지난 50년간 그가 공연해 온 작품 중 주요 레퍼토리를 모아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 레퍼토리 모음 ‘내가 가면 그게 길이지’이다. 동편제 판소리꾼 배일동, 즉흥연주가 이한주, 즉흥 바이올리니스트 강해진이 함께 출연하며, 기획자 박지선이 사회를 맡는다.

1972년 ‘첫야행’으로 소개된 ‘억울한도둑’ 부터 1998년 ‘빈손’ 중 몸과 한지와 그림자가 어우러져 만드는 생김과 사라짐의 이미지를 담아낸 ‘한지’, 2021년 코로나 시대를 그려내는 작품 ‘모든사람은아프다’ 등 시대별 유진규 작품의 변천사를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흔치 않은 기회다.

한편, 후배 예술가들이 유진규 마임인생 50년을 축하하는 특별공연으로 ‘어린이를 위한 야외공연’이 이틀 동안 각각 1시에 잔디광장에서 열린다. 유진규의 마임인생 50년을 담은 전시는 자유소극장 로비에서 종일 만나볼 수 있다.

5.22-23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