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관점의 피아니스트는 피아노가 악보의 매개체이기 이전에 피아니스틱한 악기의 특성을 얼마나 음악화하느냐에 음악 미(美)의 가치를 두고 있다.

물론 역사적으로 이런 사실은 베토벤 이후 지속적인 진화의 일면이기도 하다.

지난 4월 27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피아니스트 양성원의 독주회가 있었다.

프로코피에프 희유의 투박함이 5곡에 담긴 "풍자" 작품 17과 베토벤의 소나타 8번, 작품13 "비창", 소나타 21번, 작품 53번의 "발트시타인"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작곡가인 히나스테라 소나타 1번 작품 22가 연주되었다.

레퍼토리로 알 수 있듯이 피아노 음악 역사의 전통을 확립한 베토벤에서 러시아 피아니즘의 큰 틀을 확립한 프로코피에프, 그리고 남미의 열정과 음악 미의 정서를 건반 악기에 살린 히나스테라로 꾸렸다. 

러시아 작곡가인 프로코피에프는 미국의 관점에서 타악기적 요소를 강조하는 연주법을 보편화한 경향은 있다. 물론 악보만 봤을 때는 그런 요소가 넘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작곡자가 남긴 기록은 악보 음악처럼 논리적이고 이기적인 피아노 음악이 아니라 이성적이면서도 지성이 넘치는 로맨티스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양성원이 피아노를 통해 표현한 음악 미는 톤의 비중이 높으면서도 작품의 음악적 특성에 접근하기 좋은 질감을 가진 톤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톤은 시대적으로 베토벤 전후에서 히나스테라를 지나 현대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영역을 커버하기에 적절한 톤 감각을 지니고 있다. 반면 프로코피에프에서의 그것은 작곡자의 양면성, 즉 타악기 적인 요소와 음악적인 요소가 함께 어우러지는 피아니즘의 또 다른 멋을 보여주고 있다.

5곡으로 된 이 작품의 첫 곡은 양성원이 강조하며 드러냈듯이 타악기 적인 요소와 고전적 미감이 작품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곡으로 작곡가의 의욕과 과감한 정서를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시간 속에서는 이기적인 강조가 음악 속에 녹아들면서 다소곳한 면으로 발전했고, 그런 양성원의 해석에는 이 작곡가의 시대적 시기뿐 아니라 정서적인 면도 돋보이게 표현하고 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고전적 구도가 형식미를 직시하게 하지만 양성원은 그 특유의 꾸며지지 않은 소박한 정서를 바탕으로 이 시대적 거장의 품격이 지닌 인간성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것은 때론 양성원의 표현력에서 드러나는 개성이 작품의 품격을 이기적이게도 하지만 그 이기는 비창에서 더 강조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반면, 발트시타인은 아직은 인간의 개성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잠재적으로 내재된 면이 돋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 점 때문인지 양성원의 음악적 감성은 그런 베토벤을 이기 보다는 작품의 품격을 느긋하면서도 음악 형식을 펼치고 정리하며 미래 베토벤의 개성으로 흐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그 과정에서 베토벤 고유성인 논리적 감성과 주관적 미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히나스테라의 모국인 아르헨티나는 남미 특유의 열정과 강렬한 개성을 바탕으로 독특한 작품을 보여준 나라다. 히나스테라가 민족적인 음악을 색감 적으로 접근해서 남미의 정서를 강조 적이게 했다면, 피아졸라는 탱고를 클래식 화해서 거쉰이 재즈에 클래식의 옷을 입혔다고 평가받았듯이 유럽 클래식 음악에 새로운 활력을 부가하고 있다. 

양성원의 히나스테라는 색감을 고즈넉하게 해서 감각보다는 정서를 음악화하고 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음악적 정서를 특화하기보다 보편화하는 경향을 띠고 있어서 마치 탱고의 음악적 감성을 합리적으로 전위하듯 발전시키고 있었다.

피아노 음악은 현대 이전에 이미 피아니즘의 음악적 역할을 확립하고 있다. 드뷔시도 그 한 축을 장식하고 있듯이 얼마나 이 악기의 음악적 활용성을 합리적이게 하느냐에 있다. 그것은 터치와 음색을 얼마나 조화롭게 하느냐에 따라 작곡가의 음악적 시간을 이상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된다. 그런 점에서 양성원의 독주회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문일근 (음악평론가)

문일근 음악평론가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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