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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의 풀어쓴 정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남녀창 <태평가>화합의 질서로 정제된 노래 '태평가'
  • 김희선 국민대학교(교양대학)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
  • 승인 2021.04.1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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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謙齋 鄭&#27482;, 1676~1759), 『장동팔경첩』 중 <청송당>, 국립중앙박물관

 

이려도 태평성대(太平聖代)

저려도 성대(聖代)로다

요지일월(堯之日月)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이로라

우리도

태평성대(太平聖代)니 놀고 놀려 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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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해도 태평성대

저리해도 성대로다

요임금 대의 해와 달이요 순임금때의 하늘과 땅이로다

우리도

태평성대니 놀고 놀려 하노라

 

이려도: 이리해도

태평성대: 어진 임금이 다스려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없고 평안한 시대

요지일월 순지건곤: 요임금 때의 해와 달, 순임금 때의 하늘과 땅. 즉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리던 때와 같은 태평성대

 

(국립국악원 『풀어쓴 정가』 2018:78)

 

 

전문가 율객(律客)에 의해 불린 가곡은 주 향유층을 양반으로 하여 중인, 여항, 시정에 이르기까지 즐겨졌던 노래이다. 오늘날까지 전승된 남창 26곡, 여창 15곡의 가곡은 엄격하면서도 정제된 시어를 사용하는 시조시를 바탕으로 하는 문학성을 갖추었고 거문고, 가야금, 해금, 세피리, 대금, 양금, 장구 등의 악기로 잘 갖추어 반주하며, 남·녀창의 독특한 창법에 평조와 계면조를 번갈아 구성하여 음악성을 고도화한 노래이다. 가곡은 남창만으로, 여창만으로, 남녀가 교대로 부르는 연창으로도 불리웠는데 어떠한 방식에서도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은, 가곡 중 유일하게 남녀창으로 함께 부르는 <태평가>이다. 가곡을 연창으로 부르게 되면 느리게 시작하여 농, 낙, 편을 부르며 점차 흥청대고 빨라져 감정을 고조시키다가 가장 마지막 곡인 <태평가>에서 다시 맨 앞의 <이수대엽>의 느린 속도로 돌아가 격상된 감정을 정갈하게 갈무리한다. 실제로 <태평가>의 음악은 <이수대엽>을 변주한 것인데, 『휘금가곡보 徽琴歌曲譜』와 『방산한씨금보 芳山韓氏琴譜』 등에 악보가 전하고 『가곡원류』,『청구영언』에 노랫말이 전한다.

 

다른 가곡에서 듣게 되는 전주인 대여음이 없이 <태평가>는 첫 소절 “이려도”는 열한 박으로 거문고 연주로 대신한다. 열두번 째 박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남녀창의 “태(타으~)”와 나머지 반주악기가 일제히 화려하게 선율을 시작한다는 점도 이 곡의 특징이다. 남녀창의 가장 큰 미학은 남창의 통성과 여창의 세성(細聲)을 함께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태평가>의 남녀창은 동일한 선율을 노래하지 않는다, 남녀창은 때로는 2도, 때로는 4도, 5도의 다른 선율선을 부르며 조화를 이루는데, 이때에도 남창이 한음을 길게 뻗을 때 여창은 장식 선율을 얹는다거나, 반주도 노래 선율과 동행하기도 하지만 상·하행이 대비되는 가락을 첨가하기도 하고, 동일음이 연속되는 선율에는 장식적 가락을 넣기도 하면서, 다양한 헤테포로니(heterphony, 異音]적 짜임새의 음의 어울림(화음)을 구성한다. 3장의 시조를 8분여에 달하는 긴 노래로 부르는 <태평가>는 어떤 가곡보다도 혼성적 질서 가운데 세련되고 정제된 예술의 형식미를 가장 잘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다.

 

<태평가>의 노랫말은 『청구영언』에 기록된 성수침(成守琛, 1493-1564)의 시조 작품이다. 성수침의 자(字)는 중옥(仲玉)이며 조광조의 수제자로 현량과(賢良科)로 등용되었다가 기묘사화와 함께 관직을 뒤로 한 채 세상을 멀리하고 경서연구에 전념하였다. 그가 은둔하며 기거한 곳은 백악산(白岳山, 현재의 북악산 아래 인왕산 기슭 청운동)에 있던 방 두간, 마루 한 간의 조촐하고 고즈넉한 청송당(聽松堂)으로 아버지 성세순(成世純)이 터를 마련해 눃은 곳이었다. 소나무가 사방을 두른 가운데 자리하여 “솔바람 소리를 듣는 집”의 이름은 절조를 실천한 집 주인의 자호(自號) 가운데 하나기도 했는데, 당호(堂號) 청송당은 중종 21년 눌재 박상(訥齋 朴祥, 1474~1530)이 지어준 것이다. 동시대 조식(曺植, 1501-1572)과는 평생 우정을 나누었고 또 세상을 떠난 후에는 이황(李滉, 1501-1570), 이이(李珥, 1536-1584) 등이 그의 생애를 추모했다. 그의 아들 우계(牛溪) 성혼(成婚)은 서인의 종조(宗祖)로 율곡 이이, 구봉 송익필 등과 함께 대표적 성리학자이자 명망 높은 정치가였다. 성수침의 사후, 외손인 윤순거와 윤선거가 청송당을 중건하여 송시열, 남구만 등과 시회(詩會)를 열어 널리 알려졌다.

 

이 청송당을 겸재 정선(謙齋 鄭歚, 1676~1759)은 그림으로 남겨놓았다. 집 앞의 시냇물, 절벽을 이룬 큰 바위, 울창한 소나무 숲, 그 가운데 자리한 청송당을 대담한 화풍의 실경으로 표현하였다. 청송당은 정선 자신이 성장하며 화업을 이룩한 인곡유거와 경복궁과 주변인 장동(壯洞, 현재 통의동, 효자동, 청운동, 백악산 계곡부터 인왕산 남쪽 기슭까지) 일대의 여덟 풍광을 장첩(粧帖)하거나 한 장면씩을 화폭에 담은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에 등장한다. 현재 간송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각각 소장되어 있는데, 간송미술관 소장본에는 자하동(紫霞洞), 청송당(聽松堂), 대은암(大隱巖), 독락정(獨樂亭), 취미대(翠微臺), 청풍계(淸風溪), 수성동(水聲洞), 필운대(弼雲臺)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에는 취미대翠微臺), 대은암(大隱岩), 독락정(獨樂亭), 청송당(聽松堂), 창의문(彰義門), 백운동(白雲洞), 청휘각(晴暉閣), 청풍계(淸風溪)가 담겨있다.

 

화합의 질서, 예술미의 극치를 느끼게 하는 남녀창 가곡 <태평가>를 감상하며 태평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본다.

 

가곡 <태평가> 노래: 조순자, 김경배

https://www.youtube.com/watch?v=PFEcypocu44

 

가곡 <태평가> 노래: 이정규, 이준아(국립국악원 정악단)

https://www.youtube.com/watch?v=1ZmrXGkgV6k

 

 

*칼럼 [김희선의 풀어쓴 정가, 알고 듣는 우리 노래]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김희선 국민대학교 교수,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김희선 국민대학교(교양대학)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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