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 되고 있는 신사임당의 그림으로 개관 5주년의 문을 여는 서울미술관과 흙, 물, 바람, 빛에 의해 빚어지는 전통 분청이 지닌 미적 사유에 대해 탐색하는 클레이아크 상반기 기획전을 주목해보자.

자연의 이치를 담다

《사임당, 그녀의 화원 : Saimdang, Her Garden》

…… 무릇 매화의 물건 됨됨이 사랑스럽고 아까운데 하물며 부인의 얻기 어려운 수법을 겸하고 있음에랴! 한 조각 종이 위에 달빛 아래 눈 같은 청한한 아취와 수묵의 연하고 진한 모습이 아울러 모두 그 진경을 다했구나.

…… 아! 부인의 필법은 볼수록 보배로우니 존경스럽다! 모인이 차이가 없을 수 없으나 이와 같이 매우 교묘하니 그 진본의 천연스러움이 스스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겠다.

-송병선(1836-1905)

최근 TV 프로그램, 도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체적인 여성의 시대상으로 신사임당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즈음에 당대의 수준 높은 예술가로 그녀의 삶을 재조명하고자 기획된 전시 <사임당, 그녀의 화원: Saimdang, Her Garden>이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특별전으로 열린다. 14점의 <초충도 草蟲圖>와 <묵란도 墨蘭圖>로 신사임당의 뛰어난 미의식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살펴볼 수 있다.

단순하고 간결한 구도 안의 균형미와 아름다운 색채로 한국적인 멋을 드러낸 작품을 통해, 자연을 벗 삼고 가까이에서 즐겼던 옛 사람들의 풍류도 느낄 수 있다.‘초충도(草蟲圖)’는 풀과 벌레를 그린 그림으로, 화려하거나 소담한 꽃과 과일, 열매 등이 있고 그 주위로 몰려든 곤충과 동물 따위를 그린 것이다. 보통 꽃과 나비는 남녀나 부부 간의 다정한 사랑을 뜻해 여인들의 방을 치장하는데 주로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을 기원하는 그림에서 벗어나, 다산, 자손 번창, 장수, 출세 등 다양한 상징을 내포하고 있어 행복하고 영화롭게 오래 사는 것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당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사임당의 ‘초충도’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사계절 내내 집안에서 즐겨 볼 수 있어 장식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길상의 의미를 담아 제작되었기 때문에 그 실용성도 높게 평가받았다.

신사임당의 <묵란도 墨蘭圖>는 신사임당의 난 그림과 함께, 신사임당 사후에 율곡 이이의 제자였던 17세기 대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의『송자대전 宋子大全』에서 발췌된 글이 있어 역사적 의미가 더욱 크다. 발문에 따르면 당시 사대부 사이에서 그녀의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데, 그간 한국미술사에서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채색 초충, 화조화로 널리 알려진 사임당은 묵매, 묵포도에도 뛰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임당의 <묵란도>는 2005년 KBS 1TV ‘TV쇼 진품명품’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수묵화인데, 능숙한 기교와 더불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필선이 돋보인다. 선비의 충성심과 절개를 상징하는 난초는 섬세한 필선과 농묵(濃墨)과 담묵(淡墨)의 사용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화면 중간에 위치한다.

이는 화폭에 자연의 이치를 담고자하는 그녀의 예술정신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서울미술관 설립자 안병광 회장은 이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1년 6개월간의 노고 끝에 소장자를 만나 TV 프로그램에서 제안했던 작품 평가액의 두 배 이상의 지급을 하고 이 작품을 품에 넣었다고 알려져 있다.

1.24-6.11 서울미술관

자연과 교감하다

<분청, 그 자유로운 정신>展

경남 김해 진례면에 위치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는 연중 상․하반기 두 번의 기획전을 열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기획전으로 분청도자의 확장된 지평을 소개한다. 진례 지역에서 과거부터 활발하게 제작되어오고 있는 전통 ‘분청’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동시대 예술에서의 그 가치와 중요성 제시하며, 9인의 현대 예술가들의 분청작품 200여점을 통해 ‘분청, 그 자유로운 정신’이 지닌 의미에 대해 사유해 본다.

우리 민족이 일상생활에 즐겨 써오던 순박한 민중자기인 분청사기는 조선시대 약 200년 간 왕실과 서민의 사랑을 받았는데, 오늘날은 외국인들에게 오히려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화려한 청자, 깨끗한 백자와 달리 자유로운 기형과 신비로운 회청색 그리고 다양한 기법과 무늬를 지닌 분청사기는 담대한 해학과 거침없는 파격미를 선사하며, 과장과 생략, 왜곡 등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참여작가(김정옥, 김정태, 양미숙, 이수종, 정민호, 차규선, 최성재, 허상욱, 황종례)들은 작업을 통해 무심하고 즉흥적인 생동감과 자유분방한 관조적인 공기를 뿜어내며 그 자유로운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는 도입부 <분청정경(糞淸情景)_정서를 자아내다>와 두 개의 소주제, <물아일체(物我一體)_자연과 하나되다> 및 <화조풍월(花鳥風月)_생동을 불어넣다>로 구성되어 있다.

2.15-8.13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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