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코

고골 | 더클래식

고골은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완성한 비판적 사실주의의 창시자로 불린다. 당시 러시아는 제정 러시아에서 서양 근대화 문명의 경계에서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던 때였다. 사회는 혼란 속에서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상을 문학 작품에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 <외투>다. 만년 9급 관리 아카키 아카예비치는 다 해져서 수선도 할 수 없게 된 외투를 대신해 어렵게 새 외투를 장만한다. 그러나 새 외투를 며칠 입지도 못한 채 얼마 안 되어 파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거리에서 강도를 만나 그 새 외투를 빼앗기고 절망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린다. 얼마 후 페테르부르크에는 아카키 유령이 나타나 거리 여기저기를 떠돌며 외투를 찾아다니는데...

어이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록 하급관리이긴 해도 공무원이 외투 한 벌 장만하기 위해 몇 달을 끼니를 굶어가며 생계비를 아끼고 아껴 겨우 장만한 외투 한 벌. 더욱이 낡은 외투를 걸친 아카키를 대하는 직장 동료들과 이웃들의 냉대와 무시하는 태도는 새 외투를 장만한 후 돌변하고 외투를 신주 모시듯 하는 아카키를 보면 당시 사회경제적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또, 아카키가 새 외투를 빼앗기게 되는 원인이 되는 직장 상사인 고급 관리의 집으로 초대받아 가는 날, 그 집을 찾아 가는 길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빈부의 격차는 오늘날도 여전히 존재하는 빈부의 격차와 다름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카키의 가난한 동네에서 부자동네의 경계는 빛과 어둠으로 구분되고 아카키가 귀가 길에 드러나는 암시는 불운이 이미 예견되어 있다는 불안감을 비친다.

부자동네를 벗어나는 순간 밝은 곳에서 어둡고 침침한 으슥한 곳으로 들어선다는 것은 치안지역을 벗어남과 동시에 더 이상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로 강도로부터 지켜낼 도리도 없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외투를 빼앗긴 후 되찾기 위해 도움을 청하러 찾아간 출세한 고위직 관리의 사무실 접견 풍경은 더더욱 가관이다.

그러나 고골의 작품 속 인간들은 본디 악하다기보다는 나약하고 불쌍한 인간상으로 악당마저도 연민을 느끼게 한다. 허세로 치장한 장관은 “본심은 무척 착한 사람이었다. 오직 장관이라는 벼슬자리가 그의 머리를 돌게 만든 것뿐이었다.”고 묘사되는데, 그는 아카키에게 마지막 희망의 끈마저 손 놓게 하며 절망감을 안겨준다.

아카키는 죽은 후 유령이 되어 거리를 떠돌다 이 장관의 외투를 빼앗아 간 이후 자취를 감춘다. 고골은 <외투>의 9급 관리를 비롯해 <코>의 8급 관리 등 작품 속에서 하급관리들의 모습을 그리며 당시의 러시아 현실, 특히 지주사회의 도덕적 퇴폐와 관료 세계의 모순과 부정 등을 예리한 풍자로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고골의 사실주의는 이후 러시아 문학과 연극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19세기 러시아문학은 주콥스키, 푸쉬킨 등에 의해 운문의 시대에서 고골에 의해 산문의 시대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문학은 <외투>에서 나왔다.”고 할 정도로 파급 효과가 있었다.

고골은 <외투>에서 부조리하고 비안간적인 러시아의 관료제도 때문에 소외받는 인간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그려냈다. 이후 <외투>는 연극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로도 극화되는데, 올해 서울아시테지 무대에서도 상상가족극 <오버코트 The Overcoat>로 무대에 오른다.(1.9-10 드림아트센터) 진눈깨비가 날리고 바람 부는 을씨년스런 추운 겨울밤이면 고골의 <외투>속 유령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임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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