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연구생들의 분야별 최종 발표를 선보이는 <차세대 열전 2016!>이 지난 12월에 이어 1월~2월 계속해서 펼쳐진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차세대 예술가의 다양한 작품과 프로젝트가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되며 열기가 더해간다.

1월 중 무대에 오르는 연극 <사천의 착한 살인>(1.10-11 아르코예술극장) 연출 김예나와 무용 <the sense of self>(1.25-26 아르코예술극장)의 안무 김수진, <먹지도 말라>(1.25-26 아르코예술극장)의 안무 이세승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작업의 가치를 탐색하다

        한국예술종학합교 무용원 창작과 창작전공

2015, 아카이브 플랫폼 「삼인무 교육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무용사에서 ‘삼인무’를 아카이빙하고 파생되는 의미를 포착

2014, 「폴라폴」, 포스트극장, 마르크스 ‘자본론’의 1장을 탐구하고 ‘가치’에 대하여 표현

2012, 「구속의 감촉」, 오차노미즈 대학 정기공연 / 도쿄 제로 대극장, 집착에 의해 구속된 인간의 몸부림을 춤으로 구성

           2015, 아카이브 플랫폼 『삼인무 교육부』, 한국 춤비평가 협회 (베스트작품상)

"무용의 경계가 모호하듯이 무용의 노동성 또한 모호하기 그지없다. 

무용하는 사람들이 흘리는 땀과 노력이 사회에서는 

곧바로 경제적인 가치로 인정되지 않음을 상기시켜 보고자 한다."

Q. <먹지도 말라>는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안무했는가?

음악, 미술, 의상, 조명 등 여러 가지 무대 요소가 잘 섞이도록 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좋은 제작 스텝과 함께 하기에 움직임이 묻히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래서 얇고 긴 춤 장면보다는 짧고 굵게 안무한 장면들을 구성하였다.

Q. 예술의 노동 가치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나 기능만큼이나 모호하다. 이번 작업의 경우, 노동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것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는 살면서 우리와 관계를 맺는 것들에 가치를 부여한다. 즉 우리 삶에 대하여 어떤 대상이 의미를 지닐 때 우리는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이번 작업은 내가 노력한 만큼 나에게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내 노력이 쏟아진 것은 노동가치 라기 보다 작업가치라 일컫는 것이 맞겠다. 노동이 가치를 만드는 것과 작업이 가치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잘 구별하지 않는 개념이다. 이런 헷갈림을 유발하는 개념들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Q. 무용뿐 아니라 예술은 흔히 배고프다고 한다. 경제적 가치, 즉 곧바로 돈이 되지 못하는 예술 활동의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무용가들의 창작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용가는 몸을 통하여 타인을 납득시킬 수 있는 행운을 가질 수 있다. 움직임으로 타인의 고통을 위로하기도 한다. 부끄럽지 않은 삶의 방식이 아닐까. 청년의 몸은 솔직하기 때문에 자기에 귀 기울이는 무용가는 부끄러울 줄도 안다고 생각한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인간이 되지 않고자 하는 힘이 창작의 원동력이다.

Q. <먹지도 말라> 작품의 컨셉 혹은 스타일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종교 중에서 기독교의 예배 순서를 가져온다. 관객들 중 대부분이 살면서 한번쯤 교회, 성당 또는 절에 가봤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관객은 어떤 식으로 순서가 흐를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출연자와 관객이 에너지를 나누는 공연이 됐으면 한다.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Q. 무용이 예술의 타 장르보다 노동성이 더 모호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춤은 타고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중시하는 ‘흥’, ‘끼’라는 말이 그런 생각을 대변하는 듯하다. 무용가가 되기 위해 많은 선배, 동료들이 노력하셨고 후배들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그 노력은 판에 박은 종류가 아니라 무용가 각자가 체계를 스스로 세워가며 꽃을 피우는 것이다. 이런 특이한 종류의 노력이 많은 이에 의해 경험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호하게 여겨진다고 본다.

Q. 본인의 안무 스타일 혹은 추구하는 경향은 무엇인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뒷산을 헤매는 사냥꾼 스타일이다. 미처 손톱을 깎지 못하고 넓고도 깊게 파다가 손톱이 빠질 지경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목욕재개하고 손톱도 깔끔하게 다듬어 놓는건데.

Q. 안무가는 몸으로 철학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여러 분야의 탐구가 필요할 터인데, 본인에게 창작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가?

내가 작업한 것들을 기억해 보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딱 내가 경험한 만큼만, 평소 생각한 만큼만 창작물로 구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안무자로 작업하지 않을 경우, 다른 프로젝트에 무용수로 참여하게 된다. 그럴 때 경험한 좋은 작업 방식들을 기억해뒀다 활용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이가 내 방식을 차용할 수 있게끔 좋은 환경을 구축해야지 하는 욕심이 든다.

Q. <삼인무 교육부> <폴라폴> <구속의 감촉> 등을 통해 아카데믹한 탐구를 즐기는 듯 보인다. 새해 계획은 어떠한가?

전생에 큰 공을 세웠는지 좋은 인연이 닿아 선배 연출가들이 기획과 연출을 맡아 하시는 ‘사계절 연극제’에서 한 철을 맡아 <햄릿>을 작업할 것이다. 두근두근! 그리고 개인 가족사에 관련한 작업을 할 것이다. 새해는 두 가지에 매진하겠다.

 인터뷰 임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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