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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초대작가_문호] 색면 추상회화에 담긴 현대인의 고독6.12-7.27 <여름향기> (리나갤러리, 서울)

 

The Moment, 2017, Oil on canvas, 80.3 x 116.7cm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예술가의 작품은 현실이나 자연 속에서 나온다. 세상에서 아무리 독창적인 작품일지라도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특히 일상적 현실을 모티브로 삼는 작품의 경우 작가가 그 현실의 상황에 붙이는 의미가 중요하다. 일상을 그대로 모사하거나 재현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 작품이라고 하기 어렵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도 이를 말하고 있다. 이름을 불러주기 전의 현실, 즉 작가가 그 현실에 의미를 덧입히기 전의 상황은 ‘하나의 몸짓’ 같은 평범한 일일 것이다. ‘이름을 불러 주는’ 일, 즉 작가가 본 현실에 생각을 심는 일에서부터 작품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평범한 일상의 일에 의미를 부여해 각별한 현실로 바꾸는 것이 바로 작가의 임무다.

 

The Moment, 2018, Oil on canvas, 76.0 x 91.7cm

문호는 현실을 그린다. 모두 자신이 직접 겪은 현실의 순간이다. 뉴욕 유학 시절 맨해튼 거리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의 모습이다. 카페나 거리에서 카메라를 이용해 채집한 현실에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입혀 이미지로 격상시켜 놓았다. 평범한 도시의 정경이 각별한 현실로 바뀐 셈이다. 어떤 생각일까? 낯선 도시, 자신과 무관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는 현대인의 고독을 발견한다. 공원에서 마주 치는 사람.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 어떤 이들은 친구일 게고 혹은 연인 사이일 수도 있고, 비즈니스 관계로 만날 수도 있다. 수많은 이유로 관계망을 형성하고 그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작가는 이방인의 한계를 절감한다. 눈인사를 건넸던 이웃이지만 그들과 작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작가의 생각은 현대인이 겪는 절대 고독을 작품의 주제로 삼은 이유가 되었다. 

The Moment, 2015, Oil on canvas, 162.0 x 111.9cm

그의 그림을 보면 경계가 분명한 색면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가까이 보면 색면 추상회화처럼 보인다. 그림에서 조금 물러나면 비로소 이미지가 나타난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도 보이고, 공원을 산책하는 노부부나 일광욕을 즐기는 젊은 커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를 묘사하지 않는다. 구성하듯 색면으로 만들어 울타리 치듯 색채로 채운다. 사람들 사이의 벽, 정서나 세대 간의 단절 같은 우리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문호는 이렇게 해석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담은 회화적 언어는 작가 연배 세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는 아날로그 정서와 디지털 감성을 모두 경험한 나이다. 두 세대는 공존하지만 그 사이의 간극은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 문호의 그림에서 이미지와 색면이 어색한 동거를 이루는 것처럼.

 

전준엽 (화가 · 비즈한국 아트에디터)

 

문호

문 호(文 虎, Moon Ho)

 

2014 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 MFA in Fine Arts Studio, NY, USA

2007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과

2005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대학교 보라매 병원, 겸재정선미술관, 호서대학교

 

 

레지던시

가나아뜰리에 입주작가 (2015~2017)

 

 

전시일정

6.6-6.12 <Who is who> (토포하우스, 서울)

6.12-7.27 <여름향기> (리나갤러리, 서울)

 

 

The Lovers, 2017, oil on canvas, 80.3 x 116.8cm

 

작가 노트

사람과 풍경 또는 사람들 간의 미묘한 관계를 포착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직접 촬영하여 컴퓨터 작업을 통해 이미지를 픽셀화 시키는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진다. 사실만을 기록했던 사진이란 매체 속의 색들은 이미지의 픽셀화 과정 속에서 형태가 해체되고 색면이 분할되면서 색조각들을 드러내는데, 그것을 캔버스 위에 유화로 옮기고 있다. 그림 속 배경과 인물은 각각 픽셀의 크기를 다르게 조정하여 현실과 동떨어진 색상을 사용하면서 배경과 인물을 분리시키게 되는데, 이는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나타난다. 사실적인 이미지에서 시작했지만 컴퓨터 작업을 통해 이미지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는 해체되고, 이는 다시 캔버스로 옮기는 과정 속에서 각각의 색면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이미지로 나타나게 된다. 

작업하는 방법적인 부분은 디지털적인 것과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사진을 찍어서 픽셀화시키는 작업은 디지털적이지만, 디지털화된 이미지를 보고 캔버스에 그림을 옮겨 그리는 행위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즉, 디지털과 아날로그적 감성이 동시에 화면 안에 담겨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객은 실제로 직면한 화면이 물감으로 덮인 하나의 캔버스, 즉 평면의 그림임을 알게 되고 ‘눈속임’을 위한 환영적인 공간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품에서 뒤로 물러서서 볼수록 구체적인 이미지가 다가오는 시각적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서, 커다란 규모의 화면에서 원근이 강조된 3차원 풍경의 이미지에 몰입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두 가지 경험은 추상과 구상의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작품을 바라보는데 효과적이면서도, 인물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모호하게 드러나게 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개개인의 외로움, 고립감 등의 감정을 고조시키면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익명성을 보여주며 감정이 고조된다. 대중 속의 익명성 속에 드러난 각각의 인물들은 개개인의 내면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관람자에게 그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The Lovers, 2015, Oil on canvas, 91.4 x 121.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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