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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 파격과 도전 _'이신자, 실로 그리다' 展태피스트리 선각자 이신자의 회고전 <이신자, 실로 그리다>
이미지 1-기구 I, 1985, 모사, 펠트_ 태피스트리, 318×109 cm(가변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자연의 생명력_<이신자, 실로 그리다>展

Lee ShinJa, Threadscapes

붉은 실의 수직과 검은색 그라데이션의 강렬한 직물이 시선을 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 중인 <이신자, 실로 그리다>전은 1972년 국내 첫 태피스트리를 소개한 선각자이자 교육자 이신자의 삶과 예술에 대한 회고전을 볼 수 있다. 1970년대 섬유예술이라는 어휘조차 없던 시절에 ‘태피스트리’ (tapestry)를 국내에 소개하는 효시적 역할을 하며, 한국 섬유예술의 영역을 구축하고 확장한 주역인 작가의 초기작부터 2000년대 작품 90여 점과 드로잉, 사진 등의 아카이브 30여 점을 전시한다.

 

‘태피스트리(tapestry)’는 염색한 씨실과 날실을 엮어 만든 직물 작품, 또는 풍경, 인물, 정물 등의 그림이 포함된 다양한 직물 작품의 직물공예를 말한다. 태피스트리의 오랜 역사는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전투의 모습이나 시대상을 담은 거대한 직물 작품 등이 있었다.

이신자의 초기 작업에는 전통적인 섬유 소재 대신 밀포대, 방충망, 벽지, 종이와 같이 일상의 재료와 한국적 정서가 담긴 평범한 소재가 활용됐다. 이로 인해 일반적인 공예 기법과 틀에서 벗어나 당시 “대한민국 자수는 이신자가 다 망쳤다”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는 파격적인 시도들로 1956년(제5회)과 1958년(제7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며 30세에 국전 초대작가가 됐다. 1972년 국전에 출품한 <벽걸이>(1971)는 국내에 처음 선보인 태피스트리 작품으로 전통적인 태피스트리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독특한 재질감과 입체적 표현을 만들어냈다. 이후 작품에는 강렬한 색상의 대비로 신비감을 더하고, 간결하지만 대담한 기하학적 구성을 통해 섬유조형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이미지 3-숲, 1972, 면사, 마사, 나무_ 태피스트리, 144×63 cm, 작가 소장

국내 섬유미술은 1950-60년대에 자수, 염색, 매듭, 직조가 분리되고 독립적으로 작동되면서 광복 직후까지 우리나라 공예를 지배하던 선전풍의 작품 경향에서 벗어나 한국적 조형성과 색채감각, 다양한 표현 기법을 구사하는 작가가 증가했다. 1953년 제2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유강열(1920-1976)의 <가을>을 시작으로 1956년 이신자의 <회고병풍>, 1957년 백태호(1925-2009)의 <사슴>, 1958년 다시 이신자의 <탈의 표정>이 문교부장관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1960년대에는 전통 자수가 서서히 퇴조하고 그 자리를 염색이 대체하기 시작한다. 염색은 균열이나 번짐이 주는 우연한 효과로 회화적 표현이 가능했고, 순수 예술성을 발휘함으로써 한국 섬유미술의 주요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신자는 자수와 염색을 하나의 화면에 담은 조형 실험으로 캔버스의 바탕을 새롭게 바꾸었다. 단순히 천을 메꾸어 가는 일반적인 방식과 의미를 벗어나 짜고, 감고, 뽑고, 엮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로 그림을 그려’ 나갔다. 거칠지만 자유롭고 대담한 시도는 한국 섬유미술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며, 국내 태피스트리의 바탕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시는 한국 섬유미술사의 변천사와 작가의 작품세계의 변모상을 살피며 4부로 구성됐다. 입체적인 전시 연출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을 연상할 수 있는 동시에, 견고한 밀도와 디테일로 작품을 완성한 이신자의 공예가로서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1부 <새로운 표현과 재료> (1955-1969년)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초기 작품들로, 작가의 거칠지만 자유롭고 대담한 시도들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실로 짜고, 감고, 뽑고, 엮는 다양한 방법으로 내면화된 자연의 정서와 정경들을 대담하게 단순화하여 짜임새 있는 구도를 선보인다.

 

이미지 4-노이로제, 1961, 면에 모사, 합성사, 화학염료_ 납방염, 아플리케, 자유기법, 158×92.5 cm, 작가 소장

이신자는 다양한 섬유 매체를 발굴하고 독자적인 표현 기법을 적용한 작품 활동으로 한국 섬유예술계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신자의 초기 작업에는 전통적인 섬유 소재 대신 밀포대, 방충망, 벽지, 종이와 같이 일상의 재료와 한국적 정서가 담긴 평범한 소재가 활용됐다. 이로 인해 일반적인 공예 기법과 틀에서 벗어나 당시 “대한민국 자수는 이신자가 다 망쳤다”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는 파격적인 시도들로 1956년(제5회)과 1958년(제7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며 30세에 국전 초대작가가 되었다. 1972년 국전에 출품한 <벽걸이>(1971)는 국내에 처음 선보인 태피스트리 작품으로 전통적인 태피스트리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독특한 재질감과 입체적 표현을 만들어냈다. 이후 작품에는 강렬한 색상의 대비로 신비감을 더하고, 간결하지만 대담한 기하학적 구성을 통해 섬유조형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2부 <태피스트리의 등장> (1970-1983년)은 작가가 1972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를 통해 태피스트리를 최초로 국내에 소개한 시기이다. 작가는 어릴 적 할머니의 베틀에서 익힌 직조의 과정을 토대로, 틀에 실을 묶어 짜는 최초의 태피스트리 작업을 완성했다. <숲>(1972), <원의 대화 I>(1970년대), <어울림>(1981)  등.

 

3부 <날실과 씨실의 율동> (1984-1993년)에서는‘한국 섬유미술의 개화기’라 일컬을 만큼 국내 섬유 미술계가 새 국면을 맞이한 시기의 작품을 다룬다. 회화적 분위기와 서사적 의미를 완벽하게 담을 수 있는 태피스트리 작품 <추억>(1985>, <가을의 추상>(1987), <기구 I>(1985), <메아리>(1985)와 같이 붉은색과 검은색의 대비로 80년대 초 배우자 사별로 인한 상실과 절망, 생명에 대한 외경, 부활의 의지를 담아낸 작품을 소개한다. 이 시기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길이가 19m에 달하는 <한강, 서울의 맥>(1990-1993)도 감상 할 수 있다.

 

4부 <부드러운 섬유-단단한 금속> (1994-2000년대)에서는 자연에 대한 확장된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산의 정기> 시리즈(1990년대)에서는 “어린 시절 울진 앞바다에서 본 바다 풍경과 아버지 손을 잡고 오르던 산의 정기엔 파도 소리, 빛, 추억, 사랑, 이별, 이 모든 것이 스며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평생을 지배해 온 주제인 자연의 영원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 신청 가능하다.

 

전시는 이신자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이신자, 실로 그리다》를 9월 22일부터 2024년 2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다. 반세기에 걸친 작가의 작품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4부로 나누어, 각 시기별 한국 섬유미술사의 변천사와 작가의 작품세계의 변모상을 함께 살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작품의 뒷면까지 볼 수 있는 입체적인 전시 연출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을 연상할 수 있는 동시에, 견고한 밀도와 디테일로 작품을 완성한 이신자의 공예가로서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www.mmca.go.kr

사진 제공_국립현대미술관(MMCA)

 

 https://www.mmca.go.kr/visitingInfo/gwacheonInfo.do

 

9. 22-2024. .2. .18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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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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