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ART 전시
[주목할 전시] ‘붉은 눈’이 응시하는 시대와 인간의 역사_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

역사소설은 역사에 천착하는 화가에게 어떤 영감을 전했을까?

서용선(72) 작가에게 윤리와 정치, 폭력과 파괴, 자유와 해방, 회복과 치유, 삶과 죽음이라는 키워드는 전체 작업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다. 역사와 현재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관한 서사적 이야기를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하는 서용선 회화의 핵심을 아트선재센터에서 서베이(survey) 전시로 내걸었다.

 80년대 초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총 70여 점의 작품이 삶과 도시, 삶과 정치, 삶과 자연을 주제로 총 3부로 구성됐다. 전시명 <서용선: 내이름은 빨강>(7.15-10.22)은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튀르키예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Benim Adım Kırmızı』(내 이름은 빨강)(1998)에서 차용해 원작소설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연관성을 갖는다. 1591년 오스만 제국을 배경으로 전통과 서구의 갈등이 회화와 화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설은 서용선의 회화적 공간이 갖는 감각적이고 정치적인 세계를 대치시키고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특히 붉은색, 초록색 등 원색의 굵은 붓터치로 일관해 온 작가의 작업 세계에 묘하게 이어진다.

작가는 특히 빨강색이 많은 작품에 대해 “시대의 억압과 금기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붉은색이라는 게 약간 금지된 듯한 억압받는 것에 저항하는 그런 느낌, 어떤 때는 제가 그런 붉은색을 쓰고 나면 왠지 뭔가 해소되는 것 같은, 정화되고 자기의 일상생활에서 갖고 있었던 분노 같은 것들이 조금 이렇게 분출되는 것 같은…”

 

실제로 전시장을 들어서면 서작가의 대표작 ‘빨간 눈의 자화상(2009)’이 커다란 화폭에 담겨 앞을 막아선다. 부릅뜬 붉은 눈이 응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직시하는 강렬한 눈길은 보는 이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아둔다.

 

 

나는 빨강이어서 행복하다! 나는 뜨겁고 강하다. 나는 눈에 띈다.

그리고 당신들은 나를 거부하지 못한다.

나는 나 자신을 밖으로 드러낸다.

나는 다른 색깔이나 그림자, 붐빔 혹은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칠해진 곳에서는 눈이 반짝이고, 열정이 타오르고,

새들이 날아오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산다는 것은 곧 보는 것이다. 나는 사방에 있다.

삶은 내게서 시작되고 모든 것은 내게로 돌아온다. 나를 믿어라!

- <내 이름은 빨강> 중 "빨강"이라는 색깔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대사.

 

 

서용선은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사람-도시-역사’라는 3개의 항을 토대로 한국의 근대성에 대한 탐구를 시도해왔다. 이를 ‘물질-환경(자연)-신화’라는 3개의 항으로 확장하고, 세계사적 보편성의 관점에서 동시대적 삶의 조건과 의미에 대해 성찰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 서용선의 예술적 진화와 그 여정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작가의 화업에서 드러나는 인간, 사회, 예술 그리고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도시-차 안에서〉, 1989, 1991, 캔버스에 유채, 230×180cm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골드’로 서용선 회화의 중요 공간인 도시를 담았다. 80-90년대 서울이라는 공간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서울의 재건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변화의 현장이었다. 변두리와 강남의 도시 확장을 목도하며 작가는 서울이 과거와 현재가 응축된 장소로 인식했다. 삶과 도시를 표상하는 ‘1부: 골드’는 서용선의 대표작인, <숙대 입구 07:00-09:00>(1991), <도시-차 안에서>(1989, 1991), <버스 속 사람들>(1992), <도심>(1997-2000) 등을 선보인다.

 

〈바다에 누워〉, 2012, 캔버스에 아크릴릭, 156.5×223cm.

 

삶과 정치를 다루는 ‘2부: 블랙’은 서용선 회화의 중요 주제인 역사와 현재를 다룬다. <빨간 눈의 자화상>(2009)으로 시작하는 2부는 자화상이라는 장르를 통한 근대적 인간의 모습을 탐구하고, 인간을 사회적으로 구성하고 작동시키는 정치와

역사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인식을 드러낸다. <음모>(1988, 1990), <여자 • 분노>(1991), <사막의 밤-포로들>(2004), <철암>(2004), <낙화>(2006, 2007), <청령포 1, 2>(2007), <개사람 1>(2008), <폐허 1>(2018, 2019), <사가모어 힐>(2019), <'경'자바위>(2014) 등이 걸렸다.

 

 

정치인

초기작 <정치인>(1984)이 오랜만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 80년대 군사정권하에 군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새로운 직업인들의 모습을 통해 예술가로서 고뇌와 비판의식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

 

사회와 역사를 마주하는 서작가의 작품은 어둡고 무겁다. 작가는 이제 시선의 변화를 모색하는 변화를 시도한다. 과거의 날 선 시선에서 자신과 사회를 향해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최근에는 제그림 속에서 인간과 인간을 잇는 관계의 모습들이 도시 속에서 변화하는 것을 어떻게 함축시킬까를 생각합니다”

 

2부 전시에 이어 9월 15일 개최될, ‘3부: 나-비’는 보편적 세계를 향한 작가의 의지와 예술과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8점의 풍경화와 3점의 인물화 그리고 나무 조각들로 구성되는 ‘3부: 나-비’는 삶과 예술의 일치를 위한 작가의 탐구와 성찰을 드러낸다. 풍경은 역사의 배경이 아닌 모두가 살아가야할 장소로서 탐색한다.

원형으로서 인간인 <이동-마고사람>(2010)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바라볼 수 있는 남성과 여성의 원형으로서, <남자>(1997,1998), <김진희 1>(2009) 등이다. 작가로 대변되는 조각, <그림 그리는 사람>(1999, 2000)과 수행자로서 ‘부처의 제자’ 시리즈, 그리고 작가가 영원히 탐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으로서 <사람01>(2016)이 있다. 40년이 넘는 노작가의 새롭게 탐구하는 예술여정에 동참할 기회다.

 

7.15-10.22 아트선재센터

 

서용선(1951~)

 

1951년 서울 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1979) 및 대학원 서양화과(1982) 졸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1986-2008) 및 명예교수(2016-현재) 역임.

대표적 개인전으로 서용선의 마고이야기, 우리 안의 여신을 찾아서》(서울여성역사문화공간 여담재, 서울, 2021), 《만첩산중(萬疊山中) 서용선회화》(여주미술관, 여주, 2021), 《통증·징후·증세: 서용선의 역사 그리기》(아트센터화이트블럭, 파주, 2019), 《확장하는 선, 서용선 드로잉》(아르코미술관, 서울, 2016), 《서용선의 도시그리기: 유토피즘과 그 현실사이》(금호미술관 / 학고재갤러리, 서울, 2015),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고려대학교박물관, 서울, 2013), 《서용선 풍경, 오대산》(동산방화랑 / 리씨갤러리, 서울, 2012), 《시선의 정치》(학고재갤러리, 서울, 2011), 《서용선의 풍경화》(리씨갤러리, 서울, 2010), 《2009 올해의 작가 - 서용선》(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9), 《서용선》(철암역갤러리, 태백, 2006), 《미래의 기억》(일민미술관, 서울, 2004), 《서용선 1993-1999 노산군(단종)일지》(영월문화원, 영월, 1999), 《서용선 1987-1993, 노산군(단종)일기》(신세계갤러리, 서울, 1993), 《서용선》(문예진흥원미술회관, 서울, 1989) 등이 있으며, 그룹전으로,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1막–2막》 (아트선재센터, 서울, 2022), 《할아텍 철암그리기 20주년 기념전》(태백석탄박물관 기념전시실, 태백 / 목포문화예술회관, 목포, 2021), 2020 부산비엔날레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부산현대미술관 외, 부산, 2020), 《베트남에서 베를린까지》(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8), 《앉는 법》(인디프레스, 서울, 2016), 《바람을 흔들다: (역)사적 그림을 위하여》(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14), 《2013 평화미술 프로젝트 ‘백령도-525,600시간과의 인터뷰》(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3), 《Korean Painting Now》(국립타이완미술관, 타이중, 타이완, 2012), 《코리안랩소디-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삼성미술관리움, 서울, 2011), 《신호탄》(기무사 강당 및 기무사내 부지(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 2009), 《베를린에서 DMZ까지》(소마미술관, 서울, 2005), 제4회 광주비엔날레 《P_A_U_S_E, 프로젝트 3 집행유예》(5.18자유공원 내 헌병대 모형관 영창, 광주, 2002), 《제1회 철암그리기》(석탄박물관, 태백, 2001), 《한국미술 ‘97 인간 동물 기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97), 《도시와 미술》(서울시립미술관, 서울, 1996), 《KOREAANSE SCHILDERKUNST NU》(Rijksmuseum Voor Volkenkunde(국립민족학박물관), 레이든, 네덜란드, 1996), 《’94 서울 문화읽기》(한원미술관, 서울, 1994), 《신형상 6인》(모란미술관, 남양주, 1990), 《현,상-그 변용과 가늠》(녹색갤러리, 서울, 1988), 《Seoul in Seoul》(오사카부립현대미술센터, 오사카, 일본, 1986), 《’82문제작가 작품전-평론가12인위촉선정》(서울미술관, 서울, 1983), 《서울’80 - Work with Photo 창립전》(공간미술관, 서울, 1980) 등이 있다.

 

 

 

 

 

이 주의 전시

 

알폰스무하 이모션 인 서울 7.22-10.30 DDP뮤지엄 전시1관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 7.15-10.22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6.2-10.9 국립중앙박물관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6.29-9.6 문화역서울284

백희나 그림책전 6.22-10.08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라울 뒤피: 색채의 선율 5.2-9.10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더현대서울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라울 뒤피 5.17-9.6 더현대서울 6층 ALT.1

서로 부르는 노래 7.29-8.27 예술의저당 서예박물관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 7.1-8.27 소마미술관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3.24-8.27 마이아트뮤지엄

달리, 끝없는 수수께끼 8.1-8.31 빛의 시어터

요시다 유니 5.24-9.24 석파정 서울미술관

고양이를 그린 화가 <루이스 웨인 展> 6.13-8.31 강동아트센터 아트랑 SPACE

한 점 하늘 김환기 5.18-9.10 호암미술관

포스터 덤프:썸너 디깅 페스티벌 8.1-8.31 그라운드 시소 성수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다원예술 2023 릴레이 퍼포먼스 8월 매주 금요일

서울의 멋: 반짝이는 좌대와 사물의 조각들 7.14-10.3 B the B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효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