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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간 유럽 회화 명장 50인의 흐름 _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국립중앙박물관,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 회화까지
그림3. 카라바조, <도마뱀에 물린 소년>, 1594-95년경, 캔버스에 유화, 66 × 49.5 cm, 내셔널갤러리 런던

‘종교와 신’에서 ‘사람과 일상’으로

종교와 신은 오랜 시간 유럽 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지만, 사람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확장됐다.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은 옛 그리스·로마사람들처럼 다시 인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영국 내셔널갤러리와 함께 전시 중인 특별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6.2-10.9)은 기독교적 관념에 따라 신의 세계를 그리던 그림에 사람이 관찰한 세상이 담겼다.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명화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는 미술의 관심이 ‘종교와 신’에 집중되던 시대에서 ‘사람과 일상’에 대한 주제로 확장되어가는 과정을 거장의 시선을 따라 조명한다. 보티첼리,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터너, 컨스터블, 토머스 로렌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시대를 대표하는 서양 미술 거장 50명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르네상스 시대 회화부터,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상주의 회화까지,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 회화의 흐름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르네상스, 종교개혁, 그랜드 투어, 프랑스 대혁명, 산업혁명 등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변화하는 시대상에 대한 설명을 더해 거장의 명화를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됐다.

1부. ‘르네상스, 사람 곁으로 온 신’은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시 인간을 돌아보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을 소개한다.

15C 당대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게 평가받은 화가 중 한 명이었던 산드로 보티첼리는 피렌체의 수호성인이 된 5세기에 살았던 주교 제노비오의 삶을 그린 연작 4부작 중 두 번째 작품<성聖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으로 피렌체를 배경으로 성인의 세 가지 기적을 그렸다.

그림1. 산드로 보티첼리, <성聖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 1500년경, 목판에 템페라, 64.8 × 139.7 cm, 내셔널갤러리 런던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사람과 사람이 관찰한 이 세계에 주목하여,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관찰하여 그림에 담았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인 보티첼리, 라파엘로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라파엘로는 그의 걸작으로 여겨지는 <아테네 학당> 등의 프레스코화들을 바티칸 교황궁에 그리던 시기에 작은 성모상을 여러 점 그렸는데, 라파엘로의 <성모자聖母子와 세례 요한(가바의 성모)>도 그중 하나로 바티칸의 누군가가 개인 묵상을 위해 주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2. 라파엘로, <성모자聖母子와 세례 요한(가바의 성모)>, 1510-11년경, 목판에 유화, 38.9 × 32.9 cm, 내셔널갤러리 런던


2부. ‘분열된 교회, 서로 다른 길’은 가톨릭 국가의 미술과 종교 미술 대신 사람과 그 주변 일상으로 관심이 옮겨간 프로테스탄트 국가의 미술을 보여준다. 종교개혁 이후 미술의 역할은 가톨릭 신앙을 북돋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주목해 왔으나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카라바조, 렘브란트 등과 함께, 가톨릭 개혁 시기 인기를 끈 사소페라토의 작품을 통해 반영됐다.

그림4. 사소페라토, <기도하는 성모>, 1640-50, 캔버스에 유화, 73 × 57.7 cm, 내셔널갤러리 런던

 

 

그림3. 카라바조, <도마뱀에 물린 소년>, 1594-95년경, 캔버스에 유화, 66 × 49.5 cm, 내셔널갤러리 런던

카라바조의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은 한 소년이 도마뱀에게 물린 손가락의 아픔에 놀라 찡그리는 얼굴 표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손가락을 문 채 매달려있는 도마뱀이나 테이블 위 흩어진 과일과 물이 담긴 유리병에 반사되는 빛의 묘사 등 일상을 담은 풍속화 겸 정물화로 순간을 포착한 현실적 사실성으로 시각적 강렬함을 표현한다. 카라바조는 미술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화가 중 하나로 꼽힌다. 강렬한 사실성과 극적인 빛의 사용이 돋보이는 독창적인 그의 작품들은 유럽 회화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자연을 관찰하거나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을 중시한 점은 카라바조 미술이 후대에 남긴 가장 혁신적인 특징이다. 한편, 프로테스탄트 중심의 북유럽에서 유행한 풍경화, 일상생활 그림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3부. ‘새로운 시대, 나에 대한 관심’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확장되어, 개인 그리고 ‘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18-19세기 작품들을 조명한다. 계몽주의의 확산과 프랑스 대혁명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점차 개인의 자유와 행복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된다. 종교와 사상을 담는 매체를 넘어, 개인의 경험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그림들이 활발히 주문됐다. 18세기는 부유한 집안의 젊은이들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문화적 현상으로 그랜드 투어가 만연하던 시대였다.

그림7. 안토니 반 다이크, <도마뱀에 물린 소년>, 1594-95년경, 캔버스에 유화, 66 × 49.5 cm, 내셔널갤러리 런던

안토니 반 다이크(1599-1641)의 초상화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는 형제가 3년간 해외여행을 허가받고 여행 떠나는 것을 기념하고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플랑드르 화가 중 한 명이었던 안토니 반 다이크는 초상화로 뛰어나 부유한 고객들이 입고 있는 고급 직물의 반짝임을 아름답게 마감하는 능력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랜드 투어에 이어 국내외 여행이 유행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것을 중시하는 낭만주의가 전해지면서 영국은 19세기 중엽에 풍경화의 전성기를 맞았다. 컨스터블과 터너가 대표적인 화가다. 근대의 진보에 매료된 터너는 증기 기관차, 예인선 등의 신기술을 그림에 담았고, 시적인 빛, 대기, 날씨를 주제로 한 풍경화를 그렸다.

 

한편,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로마에서 가져온 클로드 로랭이나 푸생이 그린 이상화된 이탈리아 풍경과 유사하게 자신들의 영지에 있는 집과 정원을 수리했다.

그림9. 토머스 로렌스, <찰스 윌리엄 램튼 (레드 보이)>, 1825, 캔버스에 유화, 140.5 × 110.6 cm, 내셔널갤러리 런던

토머스 로렌스(1769-1830)SMS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초상화가 중 한 명으로 낭만주의의 대표 작품을 여러 점 그렸다. 17C 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 18C 토머스 게인즈버러와 조슈아 레이놀즈의 뒤를 잇는 초상화가로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섬세하게 묘사한 그림으로 유명했다. 

로렌스의 걸작으로 꼽히는 토머스 로렌스의 <찰스 윌리엄 램튼(레드 보이)>은 1967년 영국 우표에 실린 최초의 그림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1825년, 1대 더럼 백작 존 조지 램튼의 주문으로 그의 아들 찰스 윌리엄 램튼의 6-7세 무렵 모습을 그렸다. 달빛이 비추는 바다가 보이는 곶 위에 앉은 소년은 밤의 거친 풍경 앞에서 연악한 존재로 보인다. 아이 옆에 놓여있는 꽃은 그의 어린 시절이 곧 지나갈 것임을 상징한다. 장 자크 루소의 주장대로 아동기를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으로 여기기 시작한 당시의 관점과 함께 자연의 숭고한 힘에 대한 낭만주의적 관심을 표현했다. 존 컨스터블(1776-1837)은 오늘날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풍경화가로 여겨지지는데 고향의 일상 풍경 속에서 아름다움과 위엄을 찾았다.

그림10. 존 컨스터블,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1820, 캔버스에 유화, 127 × 182.9 cm, 내셔널갤러리 런던

 

4부.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에 등장한 인상주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화가들의 관심은 산업혁명으로 근대화된 도시의 변화된 모습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집중되었다. 비로소 그림은 ‘무엇을 그리는가, 얼마나 닮게 그리는가’의 문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화가들은 점차 독창적인 색채나 구성을 바탕으로 화가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림11. 에두아르 마네,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 1878-80년경, 캔버스에 유화, 97.1 × 77.5 cm, 내셔널갤러리 런던

에두아르 마네(1832-1883)의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은 19C 말 파리에서 사는 삶의 한 장면을 담고 있다. 마네는 대상을 직접 보고 그리기를 선호하고 근대 삶의 모습에서 주제를 택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작업을 했다. 1872년부터 188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인기 있는 카페 콩세르, 시강, 카페 등의 내부와 테라스, 정원 등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림12.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목욕하는 사람>, 1885-90년경, 캔버스에 유화, 39.4×29.2cm, 내셔널갤러리 런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서서히 줄어들고, 사람에 대한 관심은 커져 간다. 무엇보다도 그림은 권력을 가진 이들을 위한 수단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변해 간다. www.museum.go.kr

 

6.2-10.9 국립중앙박물관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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