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초수건춤

춤길에 정성을 더한 무대가 펼쳐졌다. 중국 덕주대학교 무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주영은 ‘단심(丹心)’을 통해 단어가 지닌 말뜻인 ‘정성’, ‘처음’을 직조했다. “춤은 언제나 새로운 꿈을 꾸게 합니다”라는 그의 인사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무대(2023.5.23, 서울돈화문국악당)는 춤이 지향하는 꿈이 춤이라는 길에 오롯이 피어난 시간이었다.

산조

첫 문을 김주영의 독무로 ‘산조’가 연다. 진양조, 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변주되는 장단속에 산조가 지닌 장단의 모음과 흩어짐이 공간에 분사된다. 이어 탈을 쓴 김성의가 등장한다. 처용무 이수자이자 창무회 상임안무가인 김성의는 나래의식 춤에서 출발한 처용무를 이번 무대에서는 ‘1인 처용무’를 통해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09년 선정)의 가치를 묵직함 가운데 유유히 보여줬다.

분위기가 화사해지기 시작한다. 오연예술원 이사인 유현진의 ‘소고춤’ 때문이다. 조태욱(전통예술원 유흥 대표), 서광식(서한우버꾸춤보존회 이사), 김정우(전통예술원 유흥 단원), 김정호(KTA컴퍼니 대표), 김성현(한양대 대학원 재학)의 반주에 흥과 신명이 더해진다. 악기춤의 묘미가 객석에 전달된다. 이어지는 무대는 ‘동초소고춤’. 전북지방 또는 기방에서 어린 기녀가 추었던 수건춤을 최선 보유자가 재정리해 안무한 작품이다. 짧은 수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긴 여운이 맛깔스럽다. 김주영(춤추는컴퍼니 Y 대표), 황혜영(서경대 외래교수), 오민경(춤집단MIN 대표), 정선영(홍성군립무용단 단원), 하승민(용인대 무용학석사)의 군무는 동초수건춤만의 특질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진도북춤

인천시립무용단 박성식 단원의 솔로춤 ‘월하시나위’는 달이 주는 느낌 속에 남성적 움직임과 여성적 내밀함을 동시에 담아낸다. ‘월하(月下)’가 주는 은은한 이미지를 창작성 강한 움직임으로 풀어내 몰입도를 높였다. 피날레는 ‘진도북춤’. ‘판굿’이 먼저 문을 연다. 객석에서 등장해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대삼소삼(大衫小衫)의 절묘한 타법이 명작무 진도북춤의 흥과 신명을 한껏 고조시켜 관객과 일체감을 형성한다.

‘丹心’이 차례로 호명한 여섯 작품은 여섯 춤길이 하나의 춤길로 이어졌음을 증명했다. 스승께 배운 작품 춤벗은 선후배, 동료, 제자 춤벗과 만나 또 하나의 춤길을 낸다. 그 길은 꿈이 되고 길이 된다. 중국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김주영의 무대를 통해 한국과 중국간의 춤길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한 것 또한 성과 중 하나다. 丹心이 피어낸 무향(舞香)은 ‘丹心’그 자체였다.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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