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검기무

하나의 브랜드(brand)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반 요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공연도 마찬가지다. 물리적 시간, 수용자들의 니즈, 주최 측의 의지, 상품성과 예술성, 공연 추진 환경 등 다양하다. 녹록지 않다는 말로 결론 내릴 수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나루아트컴퍼니가 주최･주관한 ‘목멱예인(木覓藝人)’은 명실상부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목멱예인은 모와 격을 갖춘 프로젝트이자 브랜드 예술상품이다. 국립국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형문화재 종목에서 이수자, 전수자로 활동하고 있는 전통예술인들이 모인 전문예술단체가 바로 목멱예인이다. 단체이자 매해 공연되는 프로그램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당당함이 묻어난다.

미얄영감-할미춤

2023년도 목멱예인(2023.6.7,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주제이자 콘셉트는 ‘탈춤과 전통춤의 향연’이다. 목멱예인의 춤꾼들과 국가무형문화재 강령탈춤의 탈춤꾼들이 의기투합해 또 하나의 춤을 만들어 냈다. 그 춤은 예인의 춤이요, 오늘의 춤이자 미래의 춤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탈춤은 춤, 음악, 연극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이다. 풍자성과 해학미가 넘친다. 이날은 총 일곱 작품이 향연(饗宴)의 주인공이다.

첫 무대는 국고 무용과를 졸업하고, 처용무 이수자이자 한국전통문화연구원 정재연구원인 강영미 청청댄스컴퍼니 대표의 ‘처용무’다. 가장 오랜된 궁중무용이라는 역사적 무게감, 원형의 의미를 담아 솔로춤을 선보였다. 탈의 경계를 넘나든 처용무다.

상좌춤

이어진 작품은 ‘상좌춤’. 전반부에는 진중함, 후반에는 경쾌함이 묻어난다. 목멱예인 대표이자 나루아트컴퍼니 대표, 강령탈춤 이수자인 이규미는 국고 무용과 39기다. 국립무형유산원, 국가무형문화재 전수학교 등에서 강의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두 작품은 벽사(辟邪)의 의미를 지닌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월 생동(生動)

국립국악중학교 강사를 역임한 국고 무용과 39기 이혜정의 ‘유월 생동(生動)’은 제목처럼 생동감 가득차다. 시나위 산조의 맛깔스러움이 무대 공간을 유영했다. 강령탈춤 과장 중 하나인 ‘미얄영감･할미춤’은 드라마성, 연희성 등 강령탈춤 묘미를 담아냈다.

박인선, 김동진, 이하늘 세 강령탈춤 이수자들이 풀어 낸 이 무대는 ‘미얄영감･할미춤’의 매력을 발산시킨다. 소리, 연기, 춤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 상승효과를 냈다. 할미와 영감, 용산삼개(마포나루터)집 주모 사이의 갈등을 개성넘치게 보여줬다.

‘검의 무(武)’가 ‘춤출 무(舞)’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무무(武舞) ‘궁중검기무’다. 이규미와 변상아 처용무 이수자가 합을 맞췄다. 듀엣 무대로 꾸민 이 작품은 검무가 지닌 대칭성, 복식미가 눈길을 끈다. 분위기가 전환된다.

부채춤

김백봉 선생에 의해 만들어진 ‘부채춤’을 정미심의 독무로 만난다. 정미심은 국고 무용과 39기로 평양검무전승보존회 사무국장, 정미심댄스컴퍼니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춤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부채춤’이 지닌 고유성과 춤미학을 전달했다. 백사자 두 마리가 객석 뒤에서 등장한다. 김진태, 이강익, 전성일, 황인택 4명의 강령탈춤 전수자들이 용감한 사자로 변해 무대를 달군다. 힘차다. 경쾌하다.

이규미의 기획･연출, 백은실 예술감독의 디렉팅으로 이루어진 이번 무대는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선도하는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의 정통성을 지닌 국고 동문 춤꾼인 목멱예인과 강령탈춤 전승자들이 ‘춤과 탈춤’이란 이중주를 몸으로 들려줬다. 조화미, 비례미를 이끌어 냈다. 오늘이란 전통이 내일의 전통을 만들고, 예인이 지닌 숭고한 가치와 역할을 조명했다. 내년 6월, 그 여섯 번째 무대가 기다려진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