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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권번춤의 문답(問答)_서울교방 권번춤 나들이장인숙 희원무용단 4대를 잇다 ‘춤의 정원’
  •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3.04.1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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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승무

서울남산국악당과 서울교방이 공동기획한 ‘서울교방 권번춤 나들이’ 무대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렸다. 2023년 2월 17일에는 장인숙 희원무용단의 4대를 잇는 ‘춤의 정원’, 18일에는 서울교방 6인전 ‘여섯 개의 봄’이 권번예맥의 길(道)에 길(導)을 더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종 31년(1894) 개화당이 집권한 뒤, 궁중 중심의 사회가 와해된다. 관기제도가 폐지된 것이다. 교방에 예속된 관기들이 기생조합을 조직하는 계기가 됐다.

교방굿거리

구한말 관기들의 전통은 기생조합의 기생들에 의해 전승된다. 기생조합이란 명칭은 이후 ‘권번(券番)’이라는 일본식 명칭으로 바뀐다. 예를 들면, 다동조합은 ‘조선권번’, 광교조합은 ‘한성권번’, 시곡조합은 ‘한남권번’으로 전환된다.

권번은 악가무 등 다양한 전통예능의 학습 장이다. 당시 권번은 전국적으로 분포됐다. 평양, 개성, 해주, 수원, 대구, 부산, 마산, 진주, 통영, 광주, 목포 등이 권번이 번성한 지역이다. 초기 근대무용기의 한국춤 형성과 발전에 기여한 것이 바로 기생조합(권번)이다.

이번 ‘권번예맥’ 무대는 궁중, 교방, 권번 등의 예능기관 중 권번에서 형성된 춤에 중심을 두었다. 특히 서울교방은 김수악(진주권번), 조갑녀(남원권번), 장금도(군산권번) 명인의 춤을 당대에 이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틀간의 춤 여정 중 첫날 공연, 장인숙 희원무용단 무대를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장인숙 희원무용단의 4대를 잇다 ‘춤의 정원’은 하늘(天), 바람(風), 땅,(地) 사람(人)이 자리잡고 있다. 천지인(天地人)이 춤의 바람을 따라 하나씩 하나씩 무대에 아로새겨진다.

논개별곡

총 여섯 작품 중 첫 무대는 장인숙 희원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장인숙의 독무 ‘논개별곡’이다. 바닥에 가라앉은 소리를 수건에 매달아 춤으로 이끈다. 감정의 능선을 타고 넘는 맛이 상당하다. 진주 기방 계열의 수건춤에 남해안 무속이 채색돼 김수악의 맥이 남산에 이른다.

이장산-조갑녀로 이어지는 남원의 전승 승무를 김경란이 재구성한 ‘쌍승무’. 대북을 두고 두 명(김채린, 심지윤)이 거리를 좁혀간다. 춤의 독백이자 대화가 북가락 사이 사이로 들려온다. 서로의 마음을 거울에 비추듯 마주한 이 춤은 강약의 흐름과 조절이 잘 처리됐다. 노란 저고리가 화사하게 공간을 채운다. 김서현, 배우진, 김진성, 이정현에 의해 추어진 ‘교방굿거리춤’은 진주권번의 김수악이 남긴 굿거리 여덟 마루를 잇고, 개성미를 더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3:1의 춤 구조가 두드러지고, 소고춤의 활달함은 사계절을 풍요롭게 담아낸다.

 

성윤선, 윤민정의 사제동행(師弟同行) 2인무로 보여준 ‘노랫가락 장고춤’은 밝고 화사한 경기민요와 춤사위, 설장고 가락이 조합돼 장고춤의 매력을 증폭시킨다. 7명의 여자 무용수가 예를 표한 후 춤이 이어진다. 김경란 서울교방 대표와 함께한 ‘민살풀이춤(조갑녀제)’ 무대다. 비어있다. 그런데 비장하다. 결기 속 유유함이다. 이 춤은 이장산-조갑녀로 이어지는 남원권번의 고제 살풀이춤의 여백미가 돋보였다.

구음검무

 

피날레 무대는 김수악 구음에 진주검무 춤사위가 얹힌 ‘구음검무’다. 장인숙, 김서현, 김채린, 김진성, 이정현이 춤 춘 이날 무대는 김경란의 독무에 기반에 장인숙이 새롭게 구성해 선보였다. 3쌍의 춤 구성에 바탕한 ‘구음검무’는 세상을 당당하게 마주하되 함께가는 춤길을 보여줬다.

권번예맥(券番藝脈)의 숨결을 춤결로 치환한 ‘장인숙 희원무용단의 4대를 잇다’는 ‘춤의 정원’ 그 자체가 됐다. 권번춤의 문답(問答)이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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