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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Leading Spirit’, Leading Arts’!가림다댄스컴퍼니의 ‘Leading Spirit’
  •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3.02.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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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0°’

2022년을 마무리하는 12월 30~31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단체인 가림다댄스컴퍼니(예술감독 손관중)의 무대가 세밑을 의미있게 장식했다. 독일 속담에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다(Ende gut alles gut)’라는 말에 부합되는 무대다. 1980년에 창단된 가림다댄스컴퍼니의 정기, 기획 공연의 주요 타이틀을 보자면, ‘IMAGE & ORIGINL MOVEMENTS’, ‘LEADING SPIRIT’, ‘ONE STEP’ 등을 들 수 있다. 정례성과 기획성을 갖추었다. 여기에 ‘앞선다’라는 의미를 지닌 ‘가림다’라는 말의 무게는 현장과의 조우 속에 어떻게 발현될까 늘 관심사다. 예술이 지닌 영원한 숙제이자 화두인 독창성 발현은 그만큼 지난(至難)하다. 이번 공연(평자 30일 관람)은 ‘앞선 정신(Leading Spirit)’으로 ‘앞선 예술(Leading Arts)’을 획득한 시간이었다.

2022년도 ‘Leading Spirit’은 두 작품이 무대를 채웠다. 2016 동아무용콩쿠르 현대무용 금상, 2017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대상 수상자인 권재헌 안무 ‘Big press’와 제46회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특상 수상자로 한양대 겸임교수인 최재혁 안무 ‘위도 0°’다. 두 작품 공히 사회성과 철학성을 반영하면서도 인간의 본연성을 무용예술에 잇댔다.

정치우화 ‘동물농장(Animal Farm)’으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을 권재헌 안무자는 소환한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작품은 동일 작가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다. 가상의 전체주의 독재국가 오세아니아에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겪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억압, 감시, 통제 등 암울한 키워드는 소설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유함이 갇힌 자(곳, 때)에게 해방의 이름을 손짓하게 한다. 짓누름은 불안과 부조화를 유발한다. ‘Big press’는 인간 자유의지의 심연(深淵)을 예술적 용기로 담아낸 작품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남자 무용수가 무대에 누워 있는 여자 무용수를 끌고 나간다. 강제성이 부여되는 찰나다. 이어 군무의 응집과 분사가 반복된다. 부유하는 움직임 속 무음악이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햇살을 기다리는 그늘진 곳의 소리없는 포효(咆哮)다. 군무들이 길을 만들고, 내기를 반복한다. 이번 작품의 주요 무대장치인 구조물이 무대로 내려온 후, 남녀 무용수 간 무언의 대화가 시선을 끈다. 서서히 이어지는 행렬이 대화를 조용히 받쳐준다. 무대바닥의 격자무늬가 생성된다. 정(井)의 무늬가 주는 함의가 균형을 찾고자하는 비대칭의 숙명같다. 급박한 움직임 속에 정방, 역방이 교차된다. 무게의 굴복을 벗어나고자 하는 여자 무용수의 모습이 군무와의 대응속에 이어짐과 떨어짐을 생성한다. ‘Big press’에 대한 ‘Big liberty’다.

‘人 in 人’ 연작 안무를 통해 자신의 예술성을 보여준 바 있는 최재혁은 작품 ‘위도 0°’를 통해 ‘소신(所信)’을 말한다. 그 중심축은 ‘적도(赤道)’다. 지구상의 위도가 0도인 지역을 뜻하는 적도를 탐미함으로써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내는 소신에 대한 헌정 무대다. 그 문답을 안무자는 적도의 붉은색이 상징하듯 붉은 조명에 실루엣을 매혹적으로 이룬 군무의 반복적 움직임으로 요동치게 했다.

무대 앞쪽에 남자 무용수가 뒤돌아 서 있다. 안개 속 형국처럼 답답함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마음처럼 조용한 응시의 순간이다. 무대 공간이 하나씩 번져간다. 서서히 분사되는 위도의 고저는 잔잔한 음악 속에 드리워져 있다. 무대 중앙에 일렬로 무용수들이 서 있다. 빛의 투사가 음영을 만들어 낸다. 빛의 길을 낸다. 빛줄기를 따라 탐색하는 걸음이 경이롭다. 남자 솔로춤은 빛의 터널에서 응시와 관조를 동시에 보여준다. 주변인의 모습까지 담아낸다.

빨간 조명 속 실루엣의 군무는 매력을 넘어 중독성 있다. 6명의 여자 무용수 춤이 이어지다 멈춘다. 적도의 숨통을 틔우듯 활달한 움직임이 연속 펼쳐진다. 남자 솔로춤 후, 무대빛이 쫘악 퍼져나간다. 무대 후방에서 모여진다. 조우의 순간이다. 적도가 주는 상징성을 인간 내면에 연결시켜 ‘갇힘과 열림의 미학’을 제시한 개성과 지성이 점철된 작품이다.

 

‘Leading Spirit’의 가치를 고양한 가림다댄스컴퍼니의 무용미학이 세밑을 풍요롭게 했다. 손관중 예술감독의 리더십 아래 다년간 무용단을 이끈 이지희 대표에게 박수를 보내며, 2023년부터 시작하는 최재혁 대표에게 응원을 보낸다. ‘Leading Spirit’이다.

 

 

사진_강선준 작가 |  글_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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