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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라일란트와 두 거장의 대면베토벤 '교향곡 5번'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2023년 시즌 두번째 무대를 2월 10일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과 브람스의 대표작으로 연주한다.

 다비드 라일란트 예술감독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5번과 바이바 스크리데 협연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Op. 77 를 선보인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세계 3대 협주곡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올해는 브람스 탄생 190주년이 되는 해다. 브람스 유일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그를 기념한다. 베토벤을 향한 브람스의 동경과 당대 ‘활의 황제’라 불렸던 요제프 요하임과 브람스의 우정이 빚어낸 명작이다. 브람스 특유의 거대한 스케일뿐 아니라 견고한 구성과 음악적 깊이로 음악애호가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바이바 스크리데 (1981), Violin

협연자로는 200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바 스크리데가 나선다. 13년만의 내한으로 특유의 변화무쌍한 음색과 폭발적인 다이내믹으로 청자를 사로잡는 그가 해석한 브람스에 귀추가 주목된다.

 

대미는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이 장식한다. 청력을 잃은 음악가의 비극적 운명을 거슬러 빛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는 음악 역사상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첫 네 음만으로도 강렬한 청각적 잔상을 남기는데 악장마다 주제의 다양한 변주를 발견하는 음악적 재미가 쏠쏠하다. 섬세하고도 깊은 해석으로 정평이 난 다비트 라일란트가 어떤 ‘운명’을 그려낼지 기대를 모은다.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는 “역사상 위대한 두 거장과 두 걸작의 음악적 대면을 통해 복잡한 이 시대, 우리 모두를 연결시키는 음악의 힘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관객과의 접점 확대와 새로운 관객 개발을 위해 2023년 매 공연마다 현대 미술작가와의 협업을 추진한다. 이번 공연 포스터에는 둥가파코의 ‘안개 낀 밤(Foggy night)’이 담겼다.

 

2.1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작품 해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Op. 77

 

1877년 여름, 바이올린 협주곡을 쓰기로 마음먹은 요하네스 브람스는 내심 든든했다. 당대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제프 요아힘이 그의 친구였다. 작곡에도 일가견이 있는 요아힘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대한 작품이 완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실제로 요아힘은 친구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여러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면서 쌓아왔던 장르 전반에 대한 생각, 연주에 효과적인 패시지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요아힘은 적극적으로 전했다. 그러나 브람스는 친구의 조언을 간단히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두 음악가는 치열하게 토론했지만 작품은 합의에 다다르지 못한 채 완성되었고, 1879년 1월 1일 초연을 맡게 된 요아힘은 연주 직전까지 작품에 남은 친구의 미숙함을 투덜거렸다. 다행히 두 음악가의 마음고생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 장르를 대표하는 곡으로 지금까지 널리 연주되고 있다.

1악장 오케스트라의 긴 서주는 이 작품을 함께하는 악기가 다름 아닌 바이올린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각인시키기 위한 거대한 예비동작이다. 서주에서 쌓은 음악적 에너지를 독주 바이올린에게 전달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은 시작된다.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치열한 악상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바이올린 독주자는 명인의 기교와 담대한 상상력을, 오케스트라는 교향곡에 버금가는 두터운 음향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2악장 오보에의 솔로를 중심으로 부드러운 순간들이 연출된 이후 바이올린 솔로는 생각이 많은 듯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악장 후반부에 이르러 바이올린이 제시하는 풍부한 선율은 앞선 주저함 덕분에 더욱 돋보이게 된다.

3악장 당당하면서도 화사한 라장조의 주제를 바이올린이 먼저 제시하고 이를 오케스트라가 받으며 시작된다. 흥겨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분위기로 시작해 이를 끈기 있게 발전시키는 것이 작곡가의 성격을 꼭 빼닮았다.

 

 

┃베토벤, 교향곡 제5번 다단조 Op. 67

 

베토벤은 정말로 “이렇게 운명은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을까? 이른바 ‘운명’이라는 부제로 알려진 이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는 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베토벤 연구의 권위자인 음악학자 루이스 록우드는 거창하게 이야기하기를 즐겼던 베토벤의 말투로 비추어 보았을 때 작곡가가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말한다. 이 신중한 의견을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이 작품에 담긴 치열한 음악 그 자체이다. 한편 작품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확고한 태도와는 달리 베토벤은 이 작품을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썼다. 1804년에 1악장과 3악장의 스케치로 작곡을 시작한 베토벤은 1806년에 작업을 재개, 이듬해에는 본격적으로 나머지 악장들 작업에 박차를 가하며 1808년 3월 무렵 작품 전체를 완성했다.

1악장 아마도 서양 고전음악 사상 가장 단호한 주제와 함께 작품의 문은 열린다. 베토벤의 장점은 뛰어난 멜로디를 쓰는 것에도, 타고난 감각에도 있지 않았다. 대신 한번 정한 주제를 발전시키는 데에는 그는 다른 누구보다 뛰어났다. 작곡가는 서두에 울렸던 주제를 끊임없이 다양한 곳에 드러내며 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2악장 첼로 파트가 제시하는 온화한 주제가 앞선 악장에서의 치열한 분위기를 잠시 잊게 하나 이윽고 트럼펫을 위시로 한 금관악기의 화음이 이 작품이 베토벤의 작품임을 선명하게 알린다. 이후 처음 제시되었던 주제 선율을 조금씩 변주해 나가며 풍성하게 채워나간다.

3악장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저음을 현악과 목관악기가 받으며 서로의 분위기를 살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호른이 1악장의 서두에 울렸던 주제를 돌연 제시하며 이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운명’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현악기군이 서로의 음악을 핑퐁처럼 주고받는 부분이 흥미로운 순간을 연출한다.

4악장 3악장에서 바로 이어지며 시작된다. 준엄하게만 느껴졌던 단조의 화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앞이 훤하게 뚫린 듯한 다장조의 화음만이 거침없이 전진한다. 이 화음들은 여전히 무겁고 진중하지만 이전과 같은 비극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작품은 전에 없는 완벽한 승리를 선언하며 마무리된다.

 

_윤무진 (음악칼럼니스트)

 

The foggy night & chill, Acrylic on Canvas, 21x28.4cm (c)doongapako

 

프롤로그

안개 낀 밤, 너는 운명을 품에 안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너의 오른손에 매달린 작은 등불은 마치 영원처럼 빛났다.

이 짙은 암흑도, 그 낯선 길도 결코 두렵지 않다는 듯.

 

‘신은 우리가 견딜 만큼의 시련을 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행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 시간, 크기, 무게만 조금씩 다를 뿐. 이런 불행을 맞닥뜨릴 때마다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두려워합니다. 그건 아마도 신이 인간의 눈이 미래를 보지 못하도록 닫아두었기 때문이겠지요. 등불의 빛이 겨우 발끝을 비출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게 낀 아득한 밤처럼.

 

하지만 무언가를 하고자,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인생의 운명에도 맞서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어요. 그 운명의 수레에는 행과 불행이 공존한다는 것과 찾아오는 운명을 막을 수 없다는 것까지도요. 중요한 것은 이 필연적인 운명을 맞이하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삶이라는 여행에서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상상으로는 불가한 것들이지요. 그러니 우리 삶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그 결과가 행이든 불행이든 새로운 길을 탐험할 기회입니다.

 

신이 정말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주는지는 모르겠어요. 드라마나 영화 속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상투적이면서도 묘하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건, 그들이 너무 빨리 시련을 이겨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운명의 시간이 얼마나 길지, 얼마나 크고 무거울 지 우리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그 시련을 이겨낼 때 더 강하고 용감하고 품위 있고 빛나는 사람이 된다는 건 이제 알 것도 같습니다. 등 뒤에서 부는 바람은 비록 우리를 춥게 만들지만,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지요. 운명의 바람이 불 때, 우리가 빛을 바라보며 별과 함께 춤출 수 있기를 바라며. 1월의 밤에 둥가파코 보냄

 

작가: 둥가파코

전 하우스룰즈 멤버, 현 더스트펑크의 아트디렉터다. 미술,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아시아, 유럽에서 활동 중이다.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충돌을 즐기고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작품을 그릴 때 대부분 음악이 동반되는데, 붓을 움직이는 행위가 춤을 취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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