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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의 커넥트아트] 색깔과 클래식
연극 <레드>  Ⓒ신시컴퍼니

우리는 예술작품 속에서 언어의 도움 없이도 무한한 감동을 느낀다. 직관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몇만 년 전의 동굴 벽화에서, 몇천 년 전의 소박한 사랑 노래에서, 몇백 년 전 귀족들이 추던 무용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오감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각이 시각이기 때문에 ‘색깔’은 여러 시각적 요소 중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시각 자료, 특히 미디어아트와 협업한 공연을 많이 선보인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며 특정 색채를 떠올려 본 경험이 있는가. 필자는 순수함이 담긴 모차르트의 음악에서는 노란색을, 우울함이 한 겹 깔려있는 말러의 음악에서는 연회색을, 견고한 브람스의 음악에서는 갈색을 떠올린다. 특정 색깔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감정을 더해 음악을 감상하면 더욱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팬톤

2023년 팬톤 컬러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색채 연구소 팬톤(PANTONE)이 2023년의 컬러를 발표했다. 한 해 동안 전 세계적 트렌드를 이끌어갈 색은 ‘비바 마젠타(Viva Magenta)’이다. 비바(만세)! 왠지 손을 번쩍 들고 크게 외쳐야할 것만 같은 이름이다.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갖고있는 이 색은 가상세계가 유행함에 따라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색이라고 팬톤은 밝혔다.

비바 마젠타는 ‘코치닐 레드(Cochineal Red)’색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코치닐 레드는 선인장에서 채집한 연지벌레를 건조 시킨 후 분말로 만들어 추출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클레오파트라가 이 벌레의 색소를 입술에 발랐다고 전해진다. 채집되는 과정에서 불안함을 느낀 연지벌레는 더욱 붉은색을 내뿜으며 죽는다고 하는데 이 잔인한 빨간색은 현재 식품, 패션 산업에 널리 쓰이고 있다.

 

빨간색의 힘

‘빨간색’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새빨갛게 익은 사과와 토마토, 한 송이만 피어있어도 존재감 가득한 빨간 장미, 추운 겨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녹는 것 같은 모닥불... 빨간색은 파장이 길기 때문에 우리의 몸에 느리지만 깊숙이 전달된다. 빨간색은 아드레날린을 방출시켜 혈액순환이 빨라지게 한다. 혈액의 흐름이 빨라지면 몸은 뜨거워지고, 그로 인해 순간적인 에너지가 돌게 되면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마크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 <레드>

예술의전당에서 상연되고 있는 연극 <레드>가 화제다. 이 연극은 20세기 색면회화의 거장 마크 로스코와 가상의 제자 켄이 등장하는 2인극으로 그의 마지막 작품인 <레드> 시리즈를 두고 깊은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혁신적인 예술이 점점 낡은 것, 예전 세대의 것이 되어가는 세태에 우울함을 느끼며 무절제한 생활을 일삼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마크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은 왜 하필 빨간색일까. “내 예술은 추상적이지 않다. 살아서 숨쉰다”라고 했던 그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예술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마지막 남은 예술혼을 불태워서라도 보는 이들에게 에너지와 희망을 전하려 했던 것이다.

 

빨간색의 활기를 담은 베토벤의 음악

빨간색의 생기, 활력, 새로운 에너지를 담은 음악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7번> 4악장을 추천한다.

https://youtu.be/U9UKw6ZyHEQ?t=1944

 

 

베토벤의 9개의 교향곡 중에서도 꾸준히 인기 있는 곡이자 ‘리듬의 향연’이라고 불리는 <교향곡 7번>은 총 4개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끝없이 상승하는 1악장, 영웅의 무거운 발걸음 같은 2악장, 시끌벅적한 마을 잔치를 연상시키는 3악장을 거쳐 4악장에 이르면 모든 악기가 분주해진다. 쉴새 없이 빠른 음표를 연주하며 관객들의 흥분감을 고조시키는데 빠르기 뿐만 아니라 연속해서 등장하는 붓점 리듬,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오는 강세 등이 듣는 맛을 더한다.

베토벤 자신도 롤러코스터 같은 4악장을 두고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디오니소스이며, 그렇게 빚은 술로 이 세상의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취하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디오니소스.jpg> &#9400;wikimedia commons

 

 

나폴레옹과 <교향곡 7번>

베토벤 생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교향곡 7번>에는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숨어있다. 1809년 4월 초,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군대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거주하는 오스트리아 빈을 침공했다. 스스로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라고 칭하며 왕관을 썼던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를 정복함으로써 본인이 세계의 황제임을 확실히 밝히고자 했다.

전쟁통에 베토벤을 후원하던 귀족들은 모두 해외로 도피해버리고, 빈에 거주하고 있던 베토벤은 꼼짝없이 도시 한가운데에 갖혀 프랑스 군대의 대포 소리, 행진하는 소리를 들으며 생활해야 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지내던 와중 그의 청력은 더욱 약해져 갔다.

1809년 10월 오스트리아 대 프랑스 강화 조약이 극적으로 성사되며 전쟁이 끝났고 베토벤은 점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1808년 <교향곡 5, 6번>을 발표한 이후 3년만인 1811년에 <교향곡 7번>의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기 시작하여 1813년에 초연했다. 초연 무대에서 큰 호평을 받은 <교향곡 7번>은 베토벤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이수민 _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기악과 학·석사, 인디애나대 음대 연주자과정을 졸업한 이수민은 클래식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또한 기업체 강연자, 공연 해설자, 칼럼니스트, 유튜브 [클언니] 운영, EBS 생방송 뉴스 공연리뷰 코너 고정 패널 등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클래식 입문서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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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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