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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트 라일란트와 국립심포니의 보라빛 아라비안 나이트_<세헤라자데>선우예권 협연 차이콥스키 & 전예은 '장난감 교향곡' 초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보라빛 컬러의 색채감을 선보일 연주회가 열린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대표이사 최정숙)는 DR’s Pick Ⅲ ‘세헤라자데’를 11월 3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 올린다.

 

2009년 ISU 세계 피겨 선수권 프리 스케이팅 당시 김연아에게 피겨 퀸 시대의 서막을 열어 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의 전곡을 다비트 라일란트 지휘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로 만난다. 페르시아의 ‘천일야화’를 소재로 한 이 곡은 림스키-코르사코프만의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인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 속 풍부한 사운드는 이국적이며 관능적인 정취는 물론 호소력 짙은 선율로 관객의 이목을 끈다.

 

이번 공연은 림스키-코르사코프와 차이콥스키의 끈끈한 사제관계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오늘날 러시아 사운드라 일컫는 오케스트레이션은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일궈낸 사운드로 이를 계승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선우예권 협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 곡은 쇼팽, 리스트, 슈만,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과 더불어 19세기 최고의 낭만 협주곡으로 꼽히는 만큼 화려한 기교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피아노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협연자 선우예권은 2017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로 눈부신 기교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강점이 그가 해석한 차이콥스키가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를 모은다.

 

또한 2022-2023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상주작곡가로 선정된 전예은의 ‘장난감 교향곡’이 세계 초연된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얽힌 추억을 소재로 다양한 타악기를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변화에 주목해보자.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닌 다채로운 음색 팔레트를 경험할 무대로 LG아트센터 서울이라는 화폭에 그려질 국립심포니의 다종다양한 매력을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2022.10.3  7:30pm.  LG시그니처홀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는 이번 연주회의 각 작품에 대한 관전 포인트로 자신의 예술적 시선을 담아 전했다.

 

 

┃후크시아

 

후크시아는 자주색에 가까운 보라색 꽃이다. 자주색보다는 밝은 빛인데 서양에서는 오리엔트, 즉 동방의 귀족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아라비아나 인도의 옛 그림들을 보면 이 후크시아 색과 주황색을 섞어 그린 작품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 색깔은 유럽에서 매우 귀하게 여겨졌는데, 이 색을 만들 수 있는 안료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이 색깔이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 때, 서양 사람들은 동방의 아름다운 마법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의 잔상은 아직도 문화예술계에 남아 있다. 픽사나 디즈니에서 제작한 <알라딘>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면 제작자들이 후크시아 색을 멋들어지게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꿈속에서나 나올 법한 성채, 멋진 금은보화, 장식품, 드레스 같은 아라비아 특유의 사치품들 속에 이 색깔은 빠지는 법이 없다. 이른바 동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을 구상하며 후크시아를 떠올린 이유는 비단 동방을 상징한다는 클리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색깔은 개성 넘치는 강렬함을 풍긴다. 빨간색과 분홍색을 섞어놓은 듯한 애매한 채도는 빨간색이 풍기는 강렬한 열정과 분홍색이 지닌 고상하면서도 에로틱한 매력을 이중적으로 암시한다. 빨간색과 분홍색의 이중성은 각각 <세헤라자데>의 두 주인공, 술탄과 세헤라자데를 상징하는 듯 보인다. 하룻밤만 자고 부인의 목을 베는 사납고도 불같은 열정의 소유자 술탄이 빨간색이라면, 그런 술탄의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천일 밤낮 이야기를 풀어내는 세헤라자데는 술탄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매력을 은은하게 발산하는 부드럽고 에로틱한 분홍색에 가깝다.

 

 

┃스승과 제자

 

차이콥스키와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바그너와 브루크너처럼 동시대를 살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스승과 제자로서 더욱 끈끈했다. 오늘날 우리가 이른바 ‘러시아 사운드’라 일컫는 오케스트레이션은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창조해낸 사운드다. 그의 관현악 어법은 매우 강력했으며, 이후 차이콥스키부터 스트라빈스키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러시아 음악계를 평정할 만큼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나는 역사상 미래의 제자들에게 림스키-코르사코프만큼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스승은 또 없으리라 생각한다. 차이콥스키 또한 훌륭한 제자였다. 그는 스승의 사운드를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모차르트를 비롯한 서유럽적인 음악의 특성을 자신의 작품에 교배시켰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음악이 굳건한 뿌리이자 나무줄기라면,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그 위에 찬란하게 피어난 푸른 잎사귀들이다.

 

┃장난감 교향곡

 

새로운 악보를 접하고, 읽고, 그로부터 새로운 사운드를 이끌어내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작곡가에게는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앞서 진짜 소리를 만들어낼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이는 지휘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서 처음 소리 내어 연주하는 순간, 작곡가와 지휘자 양쪽 모두가 느끼는 복잡한 감동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작곡가의 심정에 남보다 깊은 공감으로 동지애를 느끼는 까닭은 나 또한 작곡을 하기 때문이다.

 

보통 새로운 악보를 펼치면 우선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대입하려고 든다. 전예은의 악보를 볼 때도 그랬다. 대위법을 풀어내는 방식이나 구성에서 흔히 우리가 ‘브람스 대위법’이라 부르는 브람스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19세기 음악과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작품에는 전통이 존재한다. 작곡가가 과거의 뿌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이런 특징은 중요한 요소다. 즉 자신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존 작곡가의 양식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는 자신의 사적인 취향에 따라 새롭게 배치했다. 그로 인해 전통과 새로운 화성의 긴장 관계가 독특한 균형을 이루며 새로운 개성을 창조했다. 우리 시대에 경험하는 긴장은 19세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 사회는 그 시대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한다. 그에 맞추어 전예은의 작품 또한 긴장을 구성하고 이완시키는 방식이 19세기와 완전히 다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오케스트레이션을 만드는 방식이다. 21세기에 완전히 새로운 오케스트레이션을 창조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장난감 교향곡’은 이례적이지만 상당히 지적인 시도들이 빛을 발하며 작곡가가 선택한 기존의 재료들이 새로운 결합을 통해 흥미진진한 개성을 표출한다.

 

지휘자로서 작곡가와 만나 작품에 대해 함께 얘기하며 소리를 만들어낼 생각을 하니 매우 행복하다. 내가 악보를 보며 상상한 모든 것들을 실제로 확인할 기대 때문이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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