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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벽사춤이 보여준 우리춤길 _‘벽사(碧史), 춤의 동행’
  •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0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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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2022년 9월호)】

 

승무(군무)

‘동행(同行)’은 꿈이자 길이다. 무대에서 명징하게 이를 드러낸 ‘벽사, 춤의 동행’ 공연이 벽사춤 주최로 2022년 7월 30~31일,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개최됐다.

무용계에서 벽사류가 지닌 춤적 가치와 역할, 확장성은 상당하다. ‘벽사춤’은 故 정재만 승무 보유자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 내일을 열며 벽사류춤을 보존, 전승하고 있다. 한성준-한영숙-정재만으로 이어지는 ‘벽사(碧史)’의 꿋꿋함은 4대 벽사인 정용진에 의해 맥을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

이번 ‘2022 벽사춤 기획공연’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는 벽사의 동행길은 시원성 강한 대지를 뚫고, 망망대해를 향하는 미래성 강한 무대다. 이 공연을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는 것은 ‘전통의 길’, ‘전통춤의 길’이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아로새겨졌다는 것이다. 과거-현재-미래를 담지한 삼원색같은 전통의 힘이 이를 웅변한다. 정재만 보유자 생전에 ‘벽사주간’이라는 기획공연을 통해 벽사춤과 다른 유파의 춤들이 함께했다. 이번 공연도 그 의미를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당대적 가치를 한번 더 생각하고 풀어내겠다는 의지는 여느 때보다 컸다.

 

월하정인

공연일 각각 7작품이 무대를 수놓았다. 30일의 첫 문은 벽사류 ‘청풍명월’이 연다. 벽사춤길을 인도하는 듯 거문고 선율에 비친 춤적 정경이 웅숭깊다. 황지유, 민성희, 이정화, 이미희 가 함께했다.

이어 정혁준은 춤의 선비인 최현 선생의 ‘비상’을 은은함으로 에워싼 묵직함을 솔로춤으로 선보였다. 이제 사랑춤의 대명사가 된 벽사류 ‘사랑가’는 완벽한 앙상블로 사랑의 정취를 더했다. 송범-김문숙, 정재만-김현자를 잇는 손상욱-이주연의 춤이다.

사랑가의 여운 그대로 최태선은 ‘비현가’를 통해 한량무가 지닌 춤적 질감을 표출했다.

전통춤의 대표 레퍼토리인 세 춤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벽사류 춤의 사군자 중 국화(菊)에 비유되는 벽사류 ‘살풀이춤’을 황지유, 민성희, 이미희가 슬픔의 승화라는 명제를 군더더기 없이 담아낸다.

이어진 한영숙류 ‘태평무’는 춤 지경이 상당한 복미경의 독무로 가락과 장단을 춤에 매끄럽게 동여매 참맛을 보여줬다. 한성준-한영숙-손경순-복미경의 전통성이 유유하다.

승무

이날의 대미는 벽사류 ‘승무’가 장식했다. 한성준-한영숙-정재만-정용진으로 계승되고 있는 승무는 승무가 묻고, 승무가 답한 무대다. ‘전통(傳統)・정통(正統)・적통(嫡統)의 벽사춤’임을 재확인 한 자리다.

 

31일의 춤 열기가 무대를 가득채우기 시작한다. 군무화된 태평무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벽사류 ‘큰태평무’다. 정송이, 이지윤, 조영인, 현보람, 정소정은 벽사춤의 품격을 제대로 알린다. 이어 안덕기의 ‘한량무’는 힘과 유연성을 균형감있게 조절해 정제된 맛을 무대에 분사시킨다. 30일 공연에서는 승무를 독무로 보여줬다면 이날은 김경연, 김은숙, 강미애, 도혜영, 천순진, 김미경이 군무를 통해 벽사류 ‘승무’의 깊이를 더했다. 분위기가 유쾌하게 바뀐다. 김지은 등장의 힘이다. 장난끼 있는 모습이 진중한 모습으로 순간 전환되며, 품바성이 북춤에 스며든 배정혜류 ‘북춤’이 공간을 유영한다. 이젠 ‘김지은표 북춤’이 됐다. 거문고 현과 부채, 춤이 하나돼 그려낸 벽사류 ‘월하정인’은 정송이, 이지윤, 현보람, 정소정에 의해 여인의 심경을 살포시 볼 수 있게 객석에 시간을 내줬다.

광대무

예의 경지를 담은 이매방류 ‘승무’는 이지선에 의해 다시 한번 춤의 깊이를 온도 변화없이 그대로 맛볼 수 있어 선물이 된 춤이다. 마지막은 외줄 인생을 두 겹줄로 감싸듯 춤 철학 가득한 벽사류 ‘광대무’를 정용진이 타악 반주와 함께 사선에서 펼쳐내기 시작한다. 줄에서 내려온 광대의 춤은 역동성에 침잠된 삶의 줄까지 상고시키는 춤이다. 정재만-정용진으로 이어지는 ‘광대무’는 볼 때마다 새롭다. 춤의 생명력에 기인한다.

벽사류의 대표 춤과 우리춤의 여러 유파 전통춤이 하나된 무대, ‘벽사, 춤의 동행’은 벽사춤이 걷는 길은 함께가는 길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벽사, 춤의 동행 _ 단체사진

 

 

 

 

4代 碧史 _정용진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벽사춤 대표

벽사 정재만 춤 보존회 회장

세종대학교 무용학 박사

숙명여자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예술대학교 외래교수

1997년 (사)한국무용협회 신인콩쿨 한국창작 특상 수상

2000년 제5회 전국 재인춤 경연대회 문화관광부장관상 대상 수상(살풀이춤)

2001년 제1회 전국 우리춤 경연대회 문화관광부장관상 대상 수상(살풀이춤)

2003년 제5회 중요무형문화재 종목 전통무용 경연대회 대통령상 대상 수상(승무)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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