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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기, 나의 음악] 해금 연주자 조혜령"해금연주자의 삶, 줄타기 하듯 균형잡기 연마하는 인생"
조혜령 제2회 해금독주회 

 

 나의 악기 해금-줄타기와 균형 잡기

해금_해금연구소 무궁

 

                               해금 연주자의 삶, 

                 두 줄 위에서 줄타기 하며 균형 잡기 연마하는 인생

                                                 "

 

사진 속 이 악기를 아시나요? 사람의 울음소리와 흡사할 만큼 애절하고 구슬픈 소리를 내다가, 때로는 장난꾸러기 같은 익살스러운 음색을 내며 다양한 매력을 자랑하는 국악기 해금입니다.

공연장에서 이 악기를 처음 접하시는 관객 분들은 해금의 모양과 연주법을 보고 무척 놀라워하시는데요. 악기 통에 매여진 두 줄을 왼손으로 쥐였다 폈다 하면서 온갖 음정과 농현을 표현해 내는 방식에 ‘너무 신기하다, 어려워 보인다.’ 는 반응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해금을 연주할 때마다 줄타기 예인의 몸짓이 떠오르곤 합니다. 허공 위에 높이 매달린 줄에서 재빠르게 뛰기도 하고 겅중겅중 높이 점프하기도 하며 재간을 부리는 줄광대의 몸짓과, 마찬가지로 어디에도 기댈 곳 없이 두 연주자의 손 끝 감각만으로 줄을 눌러 여러 음을 만들어 가야 하는 해금 연주자의 모습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줄타기 명인의 공연 _2021

줄타기 예인이 줄 위에서 각종 연희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균형 감각이 중요하듯이, 해금 연주자에게도 두 줄을 잘 다루는 능력은 필수적입니다. 이것이 무너지면 기본적인 음정조차 맞지 않게 되어 매우 불안한 연주가 되어버리니, 어찌 보면 해금 연주자의 삶은 평생 이 두 줄 위에서 줄타기를 하며 균형 잡기를 연마하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나의 음악-전통과 창작,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 잡기

 

제가 서울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하고 국립국악원에 입사한 것은 2006년, 그 후 막내 단원으로 몇 년간 적응과정을 거쳐 의욕적으로 준비한 1, 2회 독주회는 각각 민속악과 정악으로 꽉 채운 1시간30여분의 전통음악 공연이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창작곡 작품들도 보다 무게감 있고 아카데믹한 곡을 위주로 위촉하고 연주했습니다. 2011년 발매한 첫 음반 해금 아카데미즘은 이건용, 이해식, 강준일, 안현정 작곡가의 작품을 거의 1년간 연습해 녹음할 만큼 공들였으며 당시 학구적인 음악을 추구하고 즐겨 연주하던 저의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녹아 있습니다.

조혜령 해금 아카데미즘 음반

이처럼 입사 초기에 제가 주최가 되어 기획하는 공연과 음반은 스스로의 공부와 수련을 위해 전통음악이나 아카데믹한 창작곡들로 구성했지만, 역으로 외부에서 저에게 제안하는 공연이나 방송 등은 거의 창작곡이며 대중적 취향의 레파토리였습니다. 당시 국악기를 재즈, 클래식 등과 결합한 크로스오버가 유행이기도 했고 그 중에서도 해금은 비교적 전조가 어렵지 않고 음색 자체도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좋았던 탓이지요.

 

재즈 연주자 밥 제임스와 공연 연습

유명한 해외 재즈 뮤지션의 내한 공연에 함께 하기도 하고, 대중 가수들의 음반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하며 나름 즐거운 추억거리와 작은 보람들도 느꼈으나 가끔씩 제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이렇게 가벼운 곡을 연주해도 되나, 해금이 이렇게 쉽게 소비되어도 괜찮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전통음악이나 학구적인 창작곡들만이 ‘진짜’이고 나머지는 ‘가짜’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이런 생각이 차츰 옅어지게 된 것은 공연을 하면서 만난 관객분들의 피드백을 통해서였습니다. ‘국악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아는 곡을 하니까 반갑고 친숙하네요.’ ‘해금 소리가 이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어요.’ ‘다음에도 국악 공연 보러 가야겠어요.’ 와 같은 현장의 반응을 접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국악이 그저 멀기만 한 어려운 음악이 아니게 되려면 이런 음악과 시도도 분명 필요한 작업이겠다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예술성만을 추구하면 난해한 음악이 되어 듣는 사람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게 되며, 또 대중성만을 쫒으면 가볍게 소비되는 의미 없는 음악이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예술성이 있는 음악, 앞으로도 저는 그 중간 지점을 찾느라 열심히 균형잡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혜령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해금연주자로  팝과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을 해금으로 재해석해 국악의 지평을 넓혀온 실력파 연주자다. 음반과 방송활동에 적극 나서며 국악 대중화에 힘써왔다. 중학교 시절부터 해금을 연주했고, 이제는 ‘차세대 해금 디바’로 꼽힌다. 전통음악뿐 아니라 서양음악, 대중가요 등을 넘나드는 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해금의 매력을 알게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4개의 음반을 출시했다.  2010년 MBC 드라마 '동이'의 여주인공 한효주와 아역 김유정의 해금 지도를 맡았다.

2001년 제17회 동아국악콩쿠르 금상 등을 수상한 바 있고 해금 연주곡을 담은 총 4개의 음반을 출시했다. 가수 SG워너비와 이은미의 음반녹음에도 참여했으며 2011년에는 한국·호주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에 해금연주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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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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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악사랑방 2022-08-14 13:20:03

    해금은 정말 음색 자체가 심금을 울리는 악기이죠...! 지방에서도 다양한 해금 공연을 좀 더 많이 보고 싶은 바램입니다 ^^ 조혜령 연주자님의 공연도 기대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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