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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산 자와 죽은 자 향한 동시대의 헌무(獻舞)_'마지막 이사'하나경 안무 <마지막 이사>
  •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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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날아올랐다. ‘하랑’의 의미를 보여준 무대다.

경기도무용단 단원 중 공모와 심사를 통해 선발된 두 명의 안무자가 그 주인공이다. 하나경 수석무용수와 최은아 수석무용다. 이들은 각자 안무한 작품을 관객들과 함께 한국창작무용 미래의 비상을 이끌어 냈다. 총연출 및 예술감독을 맡은 김상덕 경기도무용단 예술감독의 진취적인 의지가 무대에 고스란히 드러난 점은 소기의 성과다.

2022년 6월 25~26일 양일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서 진행된 ‘하랑-함께 날아오르다’는 공생, 동행의 의미가 ‘새롭게’라는 의미에 수용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필자는 「국립 무용단체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 현황과 전망」이라는 학술논문에서 전문 무용단체의 안무가 육성에 대한 중요성과 발전을 위한 제언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경기도를 넘어 국내의 주요 공립 무용단인 경기도무용단이 지속적으로 시도, 발전시켜야 할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본 평문에서는 두 작품 중 경기도의 지역성과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미학적으로 이끌어 낸 하나경 안무 ‘마지막 이사’를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최은아 안무 <메타 프리즘>은 프리즘이 줄 수 있는 기학성을 예술공학적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처리한 의의가 있다. 무대 공간을 세트(인피니트미러) 변환에 따라 자유롭게 구사하며, 좋은 움직임과 치밀한 안무를 통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내면의 소리를 컨템포러리하게 전달했다.

‘마지막 이사’. 제목이 주는 함의가 크다. 이사라는 물리적 이동만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과 사의 공존을 울림있게 다뤘다. 안무자는 이 작품을 안무하기 위해 ‘경기도도당굿’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경기도도당굿은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며 지내던 마을굿이다. 공동체성을 강조한다. 이 작품에서도 ‘망자(亡者)’와 ‘생자(生者)’, ‘무녀(巫女)’ 등을 주요 캐릭터로 등장시켜 인생의 마지막 발걸음에 대해 예를 표하며, 이 땅의 모든 인생을 향해 곡진하게 헌정한다. 무엇보다 경기도도당굿의 이론적 배경에 기반한 ‘무녀(巫女)’ 역할의 설정, 허구적 이야기 속 서사구조, 경기도도당굿 장단 변주를 통한 창작적 해석 등은 우리춤의 당대적 가치를 제고했다.

이 작품의 프롤로그 ‘제(祭)’에서는 전통과 현대, 망자와 생자를 이어주는 역할이자 제3의 인물인 ‘소 인간’을 설정해 작품의 정경을 알린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담았다. 실제 서울, 경기 지방의 굿 중 ‘군웅거리’에서 무당이 신칼 위에 소머리와 닭을 세워 논다는 것을 보고 ‘소 인간’을 착안안 안무자의 감각이 노련하다. 소 인간이 무대 좌측에서 등장하는 가운데 영상, 사운드가 음습한다. 심장의 파동소리가 영상으로 비추어지는 장면에서는 미디어 아트 요소를 고려한 점도 읽힌다.

 

1장 ‘축(祝)’은 신을 위한 축제의 장이다. 저승의 문이 열리고, 무녀와 세습무들은 망자를 환영한다. 망자를 신에게 가까이 보내기 위해 무녀의 찬란한 축제가 시작된다. 무녀 역할을 한 이현아의 카리스마 있는 움직임은 시선을 집중시킨다. 세습무들의 군무 또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든다. 망자가 저승으로 가버렸다. 2장 ‘한(恨)’은 망자를 그리워하며, 과거를 회상한다. 회상과 생자의 진혼이 담겼다. 망자에 대한 애절함과 간절함이 저승까지 닿는다. 생전의 애틋한 감정을 남녀(이진택, 류혜진) 듀엣으로 처리했다. 인간무리들의 애도의 춤, 국립창극단 단원 유태평양의 소리에 맞춰 저승으로 가는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생자의 춤이 정성 가득하다. 슬픔의 강이 넓혀지는 느낌이다. 죽음에서 멈출 수 없다. 3장 ‘흥(興)’은 신명의 소리를 춤으로 치환한다. 떠난 자의 극락왕생을 빌고, 남은 자에게 안녕을 고한다. 축원굿이다. 경기도도당굿 중 ‘터벌림거리’에서 모티브를 둔 쇠(꽹과리)를 들고 나와 춤춘다. 신명난 현대판 샤먼의 표출이다. 우리춤이 그렇듯 죽음을 슬픔으로만 한정짓지 않는다. 환희와 신명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승화의 정신이 떠난 자와 남은 자 모두에게 향한다. 망자에 이어 또 다른 망자가 삶의 마지막 이사를 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에필로그 ‘도(道)’ 장면이다. 소제목이자 전체 공연 제목처럼 ‘마지막 이사’다. 땅에서 하늘로의 이동이다. 생자는 황천길에 오르기 전, 자신의 옷을 벗어 상여 전동차에 실어보낸다. 삶의 가장 마지막 이사를 마주한다.

하나경 안무 ‘마지막 이사’는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 삶을 통해 죽음을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 경기도무용단의 지역적 고유성을 고려한 경기도도당굿을 끌어온 점,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무당들의 굿 절차와 음악적 형태에 착안한 창작적 재해석 및 변주는 연구와 실연이라는 두 가지를 충족했다. 유태평양이 부른 노래의 가사 또한 경기도에 근간을 두고, 경기도도당굿에 등장하는 창부타령 중심으로 가사를 발췌해 새롭게 선율을 입힌 것도 인상깊다.

 

“인생 모두가 100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40도 못 살 인생, 아차하면 죽어지니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라는 ‘사철가’ 소리가 삶과 죽음을 관통하고, 관조한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우리 춤길을 제시한 이번 작품을 통해 예술단체의 길 또한 제시받은 점은 유의미하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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