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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스승 운파 박경랑을 잇다<운파제자백희(雲破弟子百戲)>
  •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2.01.2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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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교방수건춤

 

 

영남교방춤의 현재와 미래를 탐색하다. 스승 운파 박경랑과 제자들이 마련한 무대, ‘운파제자백희(雲破弟子百戲)’. 2021년에 기억될 만한 무대가 12월 19일 코우스에서 펼쳐졌다.

이번 공연의 주안점이자 성과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박경랑 선생이 이룩한 영남교방춤 자산을 제자들이 선보인 자리이다. ‘뜻을 같이하고, 길을 같이하고, 춤을 같이하는 자리’라 할 수 있다. 둘째는 ‘백희’, ‘가무백희’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전통사회의 중요한 종합예술인 백희를 동시대에 선보임으로써 시대와 세대가 공존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셋째는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박토(薄土)의 전통인식 속에서 ‘교방’이라는 한 글자를 세상에 가장 큰 글자로 오늘에 전파하고 있는 운파의 춤이 생명력있게 꽃 피우는데 기여한 것이다.

 

이번 무대의 키워드는 ‘교방’, ‘영남교방춤’이다. 교방무(敎坊舞)는 무용사적, 무용학적 의미가 있다. 교방춤은 고려, 조선시대 당악정재와 향악정재, 각 지방의 교방에서 계승된 춤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지방 정부의 행사에서 연행된 춤이다. 비교하자면 궁중무용은 중방정부, 즉 왕실에서 행사가 있을 때 연행된 춤이다. 예인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곳은 서울은 장악원, 지방은 교방, 교방청이다. 때문에 교방무는 고도로 훈련된 예인들에 의해 전승돼 예술성이 높다. 이런 맥락속에서 영남교방춤의 전승과 창조적 복원, 확장에 기여한 사람이 바로 운파 박경랑이다. 춤 출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 고성오광대의 초대 문화재인 외증조부 김창후 선생의 예맥을 시작으로 황무봉, 조용배, 김애정, 김수악, 김진홍, 강옥남 선생 등 당대 명인으로부터의 지속적인 학습은 춤의 심장을 견인했다. 박경랑류 영남교방춤보존협회 이사장으로 오늘을 넘어 내일을 열고 있다.

 

총 일곱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무대는 매 작품을 솔로춤으로 선보였다.

첫 무대는 영남교방춤 연구・보존・계승학회의 회장인 백재화가 ‘영남교방수건춤’으로 연다. 영남지역 춤사위에 경・서도제 음악이 어우러져 묘한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낸다. 착착 감기는 소리가 춤과 어우러져 교방미를 더한다.

영남교방청춤


이어 성예진이 ‘영남교방청춤’으로 바통을 받다. 백재화와 더불어 학연화대합설무 이수자이기도 성예진은 상하, 음양의 조화미를 때론 여성스럽게, 때론 활발하게 표출했다. 

 

영남교방승화무

연이어 ‘영남교방승화무’를 영남교방춤보존협회 협회장인 최은숙이 선보이다. 특별한 승무다. 이매방류, 한영숙류 등과는 또다른 맛을 객석에 전달한다.

영남산조춤

두 번째 섹션의 첫 작품은 성현주의 ‘영남산조춤’이다. 황무봉-박경랑으로 이어지는 산조춤이다. 궁중혼례 때 사용하던 둥근 부채인 진주선을 들고 추다. 가야금 선율에 얹혀 단아하다. 여인의 마음이 부채와 춤가락에 매달리는 듯하다. 이어진 춤은 성예진의 ‘영남교방소반춤’. 김애정-박경랑으로 이어지는 춤이다. 박경랑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다. 작은 접시인 소반을 머리에 얹고 기예를 펼쳐보이는 게 일품이다. 원래 이 춤은 영남 지역 교방풍류놀이에서 전해져 오던 접시춤이다. 굿거리장단이 문을 열고, 소고놀이 형식의 교방 풍류놀음으로 문을 닫다.

 

영남 허튼 걸립 들놀음 북춤

세 번째 섹션은 백재화가 ‘영남 허튼 진쇠놀음춤’으로 시작하다. 박경랑류 진쇠춤이다. 여러 진쇠춤이 있지만 영남 특유의 경쾌함이 장단과 춤사위를 노닌다. 상체의 역동성, 하체동작의 여성성의 조화에 눈길이 간다. 마지막 작품은 문서주의 ‘영남 허튼 걸립 들놀음 북춤’. 경상도 지역 농악놀이에서 파생된 춤이다. 신명의 춤, 북춤으로 백희의 잔향이 더해지다.

‘운파제자백희’. 춤 쫓아 쉼 없이 달려온 스승 운파 박경랑과 그 제자들이 마련한 백희 무대다. 초심의 버선발로 오늘의 춤을 개척했다. 제자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남해안별신굿보존회의 음악은 박경랑류 영남교방춤의 맛과 멋을 장단과 선율로 배가했다.

프로그램북에서 박경랑 선생이 얘기한 말이 인상깊다.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다’는 말이다. 영남교방춤의 지난한 춤삶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대와 시대를 뛰어 넘어 아름답게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오늘이 그 첫 자리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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