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바쳐서 내 사랑을 돌려드리겠다고 그렇게 결심했어요”

재독 작곡가 박영희(세례명 소피아)는 다음달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한 청주, 광주 등에서 세계 초연하는 오페라 <길 위의 천국> 공연을 앞두고 지난 10월 26일,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교회 두 번째 사제이자 땀의 순교자로 알려진 최양업 신부에 대한 15년간의 오랜 사랑이 결실을 맺어 음악(오페라)로 헌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5년 전에 이 서한집을 받아서 읽으면서 제일 처음 느낀 것은 -나는 이 신부님을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였어요.”라고 말했다.

동양 철학과 한국의 소리를 바탕으로 서양 음악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박영희 작곡가는 2000년대 이후 노자의 겸덕에 깊이 침잠하며 음악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었다.

그는 최양업 신부의 서한집을 우연히 읽고, 배티 성지를 순례하며 겸손한 한 인간의 삶을 접하고, 절대적 존재 곧 하느님이 인간의 위로자이며 희망이라는 신념에 자신의 온 삶을 투신한 최양업 신부의 정신세계에 매료된다. 최 신부의 삶은 그녀의 음악 세계에 새로운 영감을 주었고 이후 최양업 신부의 서한집에 나오는 라틴어 가사로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Vide Domine(주님, 보소서), In Luce Ambulemus(우리는 주님의 빛 안에 걷나이다) 등을 작곡하면서, 최양업 신부의 삶을 오페라로 작곡하기로 결심하게 됐다.

박영희의 음악은 많은 부분들이 슬픔이나 고통으로 표현되는 한 맺힘을 노래한다.

그 슬픔들을 추상적으로, 음악 안에 숨겨두지 않고, 그만의 독특한 표현들로 직접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번 세계 초연될 오페라에서도 최양업 신부와 그 외 다른 인물들이 고뇌하며 간절히 기도하는 장면 등에 끊임없이 나오는 연주표현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글리산도’이다. 그의 음악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글리산도를 보면, 이 다양한 음색이 심리적으로 어떤 동경 같은 것을 느끼게 하고, 그 음색 안에 어떤 철학적 정신이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요소들이 박 작곡가의 음악 안에서 ‘한 맺힘’의 정서를 표현한다고 여겨진다. 악기 사용에 있어서도 그 한(恨)이 드러난다.

박 작곡가는 작은 편성의 곡에도 다양한 타악기를 자주 사용한다. 타악기를 통하여 우리 민족의 힘을 표현하고 이야기하려고 한다. 정확히 말해, 박영희는 한국의 민초, 민중의 힘을 표현하려 타악기를 많이 사용한다. 이번 작품 역시 다양한 서양의 타악기와 한국의 민속 타악기들이 등장한다. 또한 박 작곡가 음악의 중심에는 이방인, 낯섦이란 뜻의 독일어 단어 ‘Fremdheit’(낯섦)가 있다. 동양인이나 동양문화가 서양인에게 낯설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와 서양의 문화가 하나의 시간과 음악 안에서 공존하는 것이 낯설지만, 작곡가는 그것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려 한다.

“우리가 분노의 그릇이 되지 말고 하느님 자비의 자녀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침내 언젠가는 천국에서 만나 뵙게 될 하느님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도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최양업 신부의 열 번째 서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이수은(세례명 루치아)은 “천주교사가 어떤 식으로 우리 역사와 엮여서 현대사를 구상하게 됐는지 공연을 보시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며, “서양음악이 존재하고 우리 한국의 전통음악이 존재하고, 연극이 존재하고, 현대무용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무대위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하나 분리되는 것들이 아니라 다 같이 조화가 돼서 표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은 서울 공연에 앞서 청주예술의전당(11.12-13) 공연 후 서울 예술의전당(11.20-21), 광주 빛고을시민회관(갈라콘서트 11.23)에서 열린다.

11.20-21 서울 예술의전당

작곡_ 박영희 대본_ 고연옥 류한영 예술감독 및 지휘_ 지중배 총연출_ 이수은

출연_ 테너 김효종(최양업 신부역) 바리톤 김종표(최경환 성인역)

배우 이윤지(해설자 역) 메조소프라노 양계화(이성례 마리아역)

소프라노 장혜지(바르바라역) 테너 김동녘(양반, 판관역) 베이스 박의현(포도청 관리역) 소리꾼 노결이(교우 역)

연주: Ditto Orchestra | 노이 오페라 코러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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