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을 포함, 살바도르 달리의 ‘아프리카의 인상’, 마르셀 뒤샹의 ‘여행 가방 속 상자’, 만 레이의 ‘복원된 비너스’ 등 초현실주의 대표작 총 180여 점의 작품이 한국에 왔다.

예술의전당과 경향신문, ㈜컬쳐앤아이리더스,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이 11월 27일(토)부터 내년 3월 6일(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초현실주의 거장들: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을 개최한다.

전시 개막에 앞서 11월 26일(금) 오전 11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산드라 타사키스(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해외전시 디렉터), 엘스 호크(보이만스 판뵈닝언 큐레이터), 유인택(예술의 전당 사장), 강미란(㈜컬쳐앤아이리더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먼저 산드라 타사키스 디렉터는 인사말에서 “<초현실주의 거장들>전을 네덜란드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전시하게 되어 기쁩니다. 한국에 이어 세 번째 전시는 멕시코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라며 앞으로의 전시 계획까지 전했다. 

엘스 호크 큐레이터는 “전시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초현실주의는 무엇인가요? 입니다. 저는 초현실주의를 '어떤 심리상태'라고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시기를 바랍니다.” 라며, 관객이 초현실주의 작품을 편하게 즐기기를 권유했다.

강미란 대표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이번 전시를 통해 극복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인사말을 하면서 " 특별히 이런 시기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보통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이 2년여 정도 걸리는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코로나19가 겹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초현실주의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힘든 시기를 겪으며 인간의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최고로 생각했던 정신이 와해 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태동한 만큼 이번 전시가 코로나19의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간담회가 끝나고 엘스 호크 큐레이터의 설명으로 전시장 투어가 이어졌다.

호크 큐레이터는 “초현실주의는 한 나라나 한 시대에 머문 것이 아닌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꿈의 해석’은 초현실주의 작가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며,  이번 전시를 세계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특히 "그동안 알려지지 못했던 여성작가의 작품을 주의해서 봐주기를 바란다. 레오노라 캐링턴의 작품 등 여성작가들이 초현실주의 작품에서 뮤즈나 써포터로만 활동한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작품활동을 했음을 느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초현실주의 혁명, ▲다다와 초현실주의, ▲꿈꾸는 사유, ▲우연과 비합리성, ▲욕망, ▲기묘한 낯익음 등 총 6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이러한 주제 설정을 통해 초현실주의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발전하고 확산하였는지를 조명한다.

초현실주의는 유럽이 몰락하는 1차 세계대전을 연원으로 한다. 19세기 전 세계를 식민지로 삼았던 서구 열강은 그 식민지 확장 과정에서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다 같이 몰락했다. 유럽은 자신의 우월성이 합리성에 있다고 보았으므로, 유럽의 몰락은 합리성의 몰락이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 말부터 예술사조로 다다이즘(dadaism)이 유럽과 미국에서 성행하기 시작한다. 다다이즘, 이는 전통의 부정이다.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유럽의 전통은 더 이상 본받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합리성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부터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 했다.

이 때 앙드레 브르통은 1924년「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하며 그 ‘다른 무엇’이 꿈과 무의식이고 상상력이라고 설파한다. 이미 20세기 초입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인간의 정신에 무의식이 깃들어 있으며, 심지어 무의식이 의식(이성)을 압도할 수 있다며 합리성에 도전한 바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은 프로이트 이론이 성장할 수 있는 있는 토양이 되었고 초현실주의는 그 결실이었다. 따라서 초현실주의는 의식이나 재현보다는 꿈, 무의식, 상상화, 우연, 자동기술법(automatism) 등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초현실주의의 전모를 살펴보는 데 도움을 준다. 초현실주의 사조의 시발점이 된 앙드레 브르통의「초현실주의 선언」을 비롯해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 ‘그려진 젊음’, 살바도르 달리의 ‘머리 속에 구름 가득한 커플’, ‘아프리카의 인상’, 마르셀 뒤샹의 ‘여행 가방 속 상자’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회화와 입체 작품을 통해 초현실주의의 시작과 흐름을 훑어볼 수 있다. “초현실주의 거장들 展”은 그 시대의 불안과 돌파구를 조망하기 위하여 특정 작가의 작품에 치우치지 않고 초현실주의와 관련된 자료와 다양한 작품을 차분히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간단회를 마치며 유인택 예술의 전당 사장은 “이번 초현실주의 거장들 전이 미술애호가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마무리 인사를 했다.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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