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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욕망의 중력을 담다이수경 안무, <욕망이론>
  •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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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라캉에 도전하다. 성공했다. ‘제11회 별의별춤 페스티벌’의 4주차 공연(2021.8.21, 대학로 스튜디오 SK)의 안무자 이수경이 그 주인공이다.

작품 <욕망이론>은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말로 유명한 자크 라캉의 원전에 무용이란 이름을 오롯이 새겼다. 자크 라캉(Jacques Marie Emile Lacan)은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의사, 철학자이다. 그는 미궁에 빠진 정신분석학을 이론과 실천 양면에서 혁신했다. 현대 철학, 문화예술이론, 여성이론, 정신의학, 심리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주체와 욕망의 문제를 주요 관심사로 삼는다. 안무자는 라캉이 세 영역으로 구분한 욕망을 무대로 이동시킨다. 세 영역은 ‘상상계(the Imaginary Order)’, ‘상징계(the Symbolic Order)’, ‘실재계(the Real Order)’다. 상상계는 타자에 의해 보여짐을 모르는 객관화되기 전의 ‘나’다. 라캉이 말한 소위 ‘거울단계(Mirror Stage)’이다. 상징계는 타자와 나를 동일시해 나의 욕망을 타자의 욕망에 종속시킨다. 이 세계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언어를 통해서 관계를 맺는 세계다. 마지막 실재계는 상상계와 상징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이루어진다. 끊임없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살아간다. 결국 『욕망이론』 저서에 나온 것처럼 “대상을 실재라고 믿고 다가서는 과정이 상상계요, 그 대상을 얻는 순간이 상징계요, 여전히 욕망이 남아 그 대상을 찾아 나서는 것이 실재계다”.

 

공연이 시작되면 투명 볼(球) 바로 뒤에서 영화처럼 움직임이 시작된다. 자아와 타자의 양가성(兩價性)을 이수경, 안시연 두 여자 무용수가 서서히 보여준다. 자궁을 형상화한 볼은 오브제로서 제격이다. 설정 또한 좋다. 볼에 담아온 것들을 쏟아붓다. 이어 남자가 여자를 어깨에 메고 들어온다. 세 무용수의 움직임이 거세다. 욕망의 중력이 흐름과 멈춤을 교차시킨다. 심상계까지 흔든다. 욕망의 주체 격인 바닥에 뿌려진 작은 조각들은 ‘욕망’이란 이름을 새기고 사라진다. 4명이 춤추다가 솔로춤으로 이어진다. 욕망의 속살을 절제된 언어로 잘 담아내다.

이수경은 볼을 가지고 서서히 무대에 들어왔다 다시 퇴장한다. 3명의 움직임이 천천히 일어난다. 바닥의 작은 조각들이 분사되고 날린다. 타악과 어우러진 구음이 절절하다. 타악소리 강도를 높인다. 3명의 무용수 바닥에 눕다. 이수경은 중앙에 서다. 바라봄과 바라보임이 오버랩된다. 바닷가 모래알이 파도에 사라지듯 어둠 속 욕망은 또 다른 이름을 찾기 시작한다. 욕망은 죽음으로 마무리된다는 라캉의 말은 결국 삶으로 이어진다는 말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신진국악실험무대’의 미덕 중 하나가 안무자 육성과 발굴이다. <욕망이론> 작품을 통해 이수경이란 안무자를 발견한 것은 귀한 성과다. 차제에 <욕망이론> 연작(聯作)도 가능하리라 본다. 삶은 욕망이란 이름으로 채색된 주체와 객체의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수경

성신여자대학교 무용예술학과 졸업

댄스프로젝트_soodam 대표

전) 천안시립무용단 비상임단원

<흑조>, <가락지 속, 愛> 등 안무 및 출연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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