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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현대사회에 헌정한 신(新) 꼭두각시 볼레로박수윤 안무, <놂.놂.놂>
  •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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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안무자로 성장한 박수윤. 공연 당일 옆 자리에 앉은 모 무용단 지도위원은 이에 대해 동의의 의미로 먼저 말을 건넨다. 명실상부했다. 국립무용단 단원이자 soo_Comp을 이끌고 있는 박수윤의 <놂.놂.놂>(2021.7.31, 스튜디오 SK)은 참신하게 무대를 장악했다. <놂.놂.놂>은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진행되는 2021 신진국악실험무대, ‘제11회 별의별춤 페스티벌’ 첫 작품으로 6주간 춤 여정의 순항을 알렸다.

객석에서 모자와 마스크 쓴 여자가 걸어나온다. 아우라 넘친다. 객석에 있던 무용수 2명을 불러낸다. 궁금증을 유발한다. 꼭두각시를 만들기 시작한다. 꼭두각시는 민속인형극 '박첨지놀이'의 젊은 색시인형을 의미한다. 남의 조종에 놀아나는 사람이란 뜻이다. 조종자에 의해서만 움직여지는 꼭두각시에 대한 안무자의 해석과 작품 전개가 공연 전부터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소재 선택 이유, 함의성이 꼭두각시가 의상을 입고, 분장하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의상 입은 꼭두각시가 음악에 맞춰 귀엽게 춤추기 시작한다. 박수윤을 포함한 무용수 2명이 기존 2명에 더해진다. 4명의 꼭두각시 볼레로가 펼쳐진다. 김재덕의 중독성 있는 음악이 질감을 덧칠하기 시작한다. 자신감 묻어나는 안무가 단단히 힘을 받쳐준다. 조종과 복종의 아이콘, 꼭두각시의 미학. ‘얼씨구’ 소리와 함께 묶여있던 꼭두각시가 풀린다. 감흥을 더한다. 꼭두각시가 의상을 벗는다. 남자 1명은 마지막에 벗는다. 갑자기 무대에 작은 볼들이 투하된다. 박수윤이 중앙에서 솔로춤을 춘다. 슬픈 멜로디 속 정적・동적 움직임이 교차된다. 작은 볼들은 아픔과 갇힘의 단어들을 배출해낸다. 움직여 튕긴다. 볼들이 부딪히는 소리는 움직임의 질감을 높인다. 깊은 구도로 끌고 간다. 무대 후방에서의 경이로운 흔들림으로 작품은 마무리된다.

한번 놀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짓게 된 <놂.놂.놂> 제목처럼 박수윤 안무자는 조수빈, 김연수, 김나형 무용수들과 함께 신(新) 꼭두각시를 현대사회에 헌정했다. 놂을 통한 삶의 관조요, 수동의 능동성을 재치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필자는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의 묘미를 보여준 박수윤 안무작 <비아(非我) 2>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수많은 비아(非我)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여정을 춤으로 이끌낸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 무대에선 전통 속 꼭두각시를 현대로 소환해 화두를 던져준 착상과 안무가 흡입력 있게 움직임을 담았다.

6주간 6명의 젊은 춤꾼들이 일주일간의 소극장 최초 레지던시를 통해 춤 에너지를 증폭시킨 무대, ‘별의별춤 페스티벌’. 주최 기관인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주관사인 (사)한국춤예술센터의 역할이 컸다. 예술은 플랫폼이 중요하다. 그 역할이 현장에서 더욱 두터워지길 바란다. 첫 문을 연 <놂.놂.놂>에서 그 답을 충분히 찾았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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