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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명품 45건 77점(국보·보물 28건 포함) 특별 공개국립중앙박물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개최
  • 임효정 음악평론가. 두산백과사전 클래식 집필위원
  • 승인 2021.07.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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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_인왕제색도

겸재 정선이 종이에 수묵으로 채색한 비 개인 인왕산의 모습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 걸렸다. 자욱한 안개가 산허리를 휘감으며 퍼져나가는 생생한 움직임을 장중하게 표현한 진경산수화다. 묵직한 바위가 대담하고 강렬하다. 겸재는 인왕산 아래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 부근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그가 76세인 1751년(영조 27년), 5월 하순에 비온 뒤의 인왕산 정경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경산수화는 산천을 현실적으로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조선의 독자적인 사상과 이념, 정취를 바탕으로 조선의 산수를 재창조한 것이다. 실경산수화와 구별된다.

겸재의 <인왕산제색도>(국보 제216호)는 고(故) 이건희(李健熙, 1942~2020) 삼성 회장의 기증품을 특별 공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2021.7.21.~9.26.)에 내걸린 작품 중 단연 으뜸이다.

이번에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9,797건 21,600여 점은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금속, 도토기, 전적, 서화, 목가구 등으로 폭넓고 다양하다. 유례없는 대규모 기증으로 높아진 국민의 관심에 부응하고자 신속하게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 이건희 회장 기증품 중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명품 45건 77점(국보·보물 28건 포함)을 특별 공개한다.

겸재(謙齋) 정선(鄭歚, 1676~1759)의 최고 걸작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국보 제216호)외에도 이번 전시에는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높이 8.8cm의 작은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국보 제134호)이 시선을 끈다. 이외에도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寫經)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국보 제235호), 현존하는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千手觀音菩薩圖)>(보물 제2015호),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57~1806?)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秋聲賦圖)>(보물 제1393호) 등이 전시되어 기증 명품전의 의미를 높인다(도1~5).

이번 전시는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전통 문화유산 컬렉션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작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건희 회장은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2004년 10월 삼성미술관 Leeum 개관식 축사).

전시는 청동기시대·초기철기시대 토기와 청동기, 삼국시대 금동불·토기, 고려시대 전적·사경·불교미술품·청자, 조선시대 전적·회화·도자·목가구 등 이건희 컬렉션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있다.

이처럼 문화 발전에 대한 사명감을 지녔던 이건희 회장의 전통 문화유산 컬렉션은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나라 전 시기와 전 분야를 포괄한다.

붉은 간토기 항아리

청동기시대 토기로 산화철을 발라서 붉은 광택이 아름다운 <붉은 간토기>, 초기철기시대 청동기로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 방울>(국보 제255호), 삼국시대 배 모양을 추측할 수 있는 <배 모양 토기>, 삼국시대 조각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보살상>(보물 제780호), 삼국시대 뛰어난 금세공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는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보물 제776호), 조선 백자로 넉넉한 기형과 문양이 조화로운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보물 제1390호)은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이다(도6~11).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보물 제1390호)

 

신소재 개발과 기술혁신이 가져온 문화의 변화와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미의식이 명품에 담겨져 있다. 이처럼 이건희 회장 컬렉션은 기술혁신과 디자인을 중시한 기증자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수월관음도

이번 전시에는 고려불화 2점이 포함되는데, 고려불화 특유의 섬세한 미를 보여주는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이다.(도4·12) 이는 이건희 회장이 해외에 있는 국보급 우리 문화유산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 다수의 고려불화가 국내로 돌아오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회장은 우리나라 전적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정보화와 관련해 본다면 금속활자는 세계 최초의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으며, 한글은 기막히게 과학적인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1997년 5월 야구공의 실밥, 이건희 에세이/21세기 앞에서, 동아일보). 세종대 한글 창제의 노력과 결실을 보여주는 <석보상절(釋譜詳節) 권11>(보물 제523-3호)과 <월인석보(月印釋譜) 권11·12>(보물 제935호), <월인석보(月印釋譜) 권17·18>를 통해서 증명한 셈이다.(도13~14). 이와 같은 귀중한 한글 전적으로 15세기 우리말과 훈민정음 표기법, 한글과 한자 서체 편집 디자인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기증품 중 독보적 가치를 지닌 <인왕제색도>는 76세의 노대가(老大家) 정선이 눈길과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던 인왕산 구석구석을 자신감 있는 필치로 담아낸 최고의 역작이다. <인왕제색도>에 그려진 치마바위, 범바위, 수성동계곡 등 인왕산 명소와 평소 보기 힘든 비가 개는 인왕산 풍경을 담은 영상 ‘인왕산을 거닐다’를 98인치 대형 화면으로 제공하여 기증품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자 한다.

또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고려불화 세부를 잘 볼 수 있도록 적외선과 X선 촬영 사진을 터치 스크린 영상으로 제시한다(도15~16). 적외선 사진에서는 먹으로 그린 밑그림을 볼 수 있는데, <천수관음보살도>에서는 천수관음보살의 여러 손의 모양, 손바닥과 광배에 그려진 눈, 손에 들고 있는 다양한 물건을 확인할 수 있다. X선 사진으로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의 채색 방식 및 안료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회화의 채색기법 중 하나인 뒷면에서 칠하는 배채법(背彩法)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녹색의 석록, 푸른색의 석청, 백색의 연백(鉛白)과 붉은색의 진사 등 광물성 안료를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이러한 배채법과 안료는 고려불화에서 일반적으로 확인되는 특징이다.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끌어올린 이건희 회장은 삼성 신 경영, 디자인 경영, 마하 경영 등 기술 혁신과 함께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우리 문화 발전에 대한 사명감으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기증 명품전으로 기술력과 디자인이 탁월한 명품을 만든 선인(先人)의 노력과 명품을 지켜온 기증자의 철학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전시 관람은 사전 예약제.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30분 단위로 20명 제한

 

7.21-9.26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

 

임효정 음악평론가. 두산백과사전 클래식 집필위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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