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련의 작업을 통해 예술적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무용가 서연수. 직선과 곡선이라는 단번에 시선을 끄는 제목처럼 공연 또한 시선을 고정시킨다. 2020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인 모헤르(MUJER) 댄스 프로젝트의 <직선과 곡선>(2021.3.26,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이 그려낸 선의 유동성은 정형과 비정형, 조리와 부조리를 유유히 넘나든다. 부조리와 이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각각 직선과 곡선에 놓고 풀어냈다. 신선하다. 인간 삶의 본질 그 자체를 탐구하는 실존주의 철학가이자 작가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관점을 무용으로 담은 것이다. 무대예술로의 확장성을 높였다. 선의 직조와 변주가 만든 또 하나의 선(線)이라 할 수 있다.

무대 중앙에 큰 사각 프레임이 놓여 있다. 11명의 무용수가 들어갔다 나간다. 남자 1명과 여자 2명이 서로 응시한다. 대결의 느낌이다. 사각 프레임에 변화를 주자 새로운 공간이 창출된다. 중앙 사선에 배치된 무대 세트. 무용수들이 ‘직선’과 ‘곡선’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분열의 화산이 용암처럼 분출된다. 이후 무대 후방에 군무가 서 있다. 강요찬은 이동 수레를 상대방과 주고 받기도 한다. ‘직선’, ‘부조리’, ‘알베르 카뮈’를 외친다. 이어 빠르게 공간을 뛰기도 한다. 질서의 재배치가 순식간 일어난다. 균열은 파열을 부르고, 파열은 생명을 부른다. 새로운 질서의 잉태다.

작품 후반부엔 사각의 대형 은색천 연출이 큰 중심을 차지한다. 천의 사용을 통해 움직임, 이미지, 스토리가 이어지고 채색된다. 특히 이 거대한 천이 무대 공간을 마치 시소타는 듯한 장면은 잿빛 바람을 일으켜 광활한 대지를 덮는 듯 하다. 공간 속 공간을 만들어 입체성을 높인다. 대형천의 일렁임 속에 군무들의 활달한 움직임, 솔로의 변주같은 대응은 이질감을 동질감으로 바꾼다. 이는 대립이 아니다. 융화다.

인간과 공동체의 가치에 주목해 사회를 향한 시선을 새롭게 바라본 이 작품은 직선과 곡선이라는 조형성에 철학성을 충분히 가미했다. 휴먼성이 기저에 깔려 있다. 대립이라 쓰고, 포용이라고 읽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맹목적이거나 단순한 포용은 아니다. 합리적 유연함이 깃든 부드러운 곡선의 질서가 숨쉬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신작 <직선과 곡선>은 복잡한 무대 구성이 아니라 가변성을 높인 세트 변화를 통해 공간 전체를 효과적으로 처리했다. 쿰댄스컴퍼니의 잘 훈련된 무용수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 강한 비트와 시원성 강한 음악이 뇌리를 강타하는 김재덕의 음악과의 유기적 결합, 일본인 외국 무용수의 적절한 활용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직선과 곡선’이라는 또 하나의 단어가 새롭게 탄생된 순간이다.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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