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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천의 가치와 문화 담다_뮤지컬 <미쓰 수염씨>쇼케이스를 넘어
  •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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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이상의 무대였다. 뮤지컬 ‘미쓰 수염씨’(2021.3.6., 송도 트라이보울). 인천 가치와 문화가 담긴 공연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의 취지, 과정, 의의를 잘 아는 필자로서는 제작사인 예술숲의 또 하나의 쾌거라 본다. 지역 대표 콘텐츠 개발에 대한 고민은 비슷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은 다양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런 측면에서 인천시에서 공모를 통해 선발된 팀들 간 쇼케이스를 통해 자웅을 겨룬다. 이후 본 공연 격인 업그레이드 된 작품을 선보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소재, 방향성 등 지역의 가치와 문화를 수용한 콘텐츠여야 함이 관건이다. 제작사 측면에선 제작의 범위, 대상, 공연예술 구현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프로젝트에선 뮤지컬 형식의 ‘조병창’과 판소리 뮤지컬 형식의 ‘두 여자의 집’이 선보인바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타자기 소리가 자막 글자 하나하나에 박히기 시작한다. 역사를 아카이빙하고, 미래를 여는 듯하다. 연이어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통해 시공간은 훌쩍 과거로 넘어간다. 수염 단 남장여자인 수염씨. 인천 용동권번과 애관극장을 거금을 들여 사들인다. 기생들과 특별한 무대를 준비한다. 한 명씩 각자의 장기를 발휘하며 소개하는데 단번에 눈길을 끄는 자가 있다. 이화자 역의 박다영 배우. 특유의 음색과 흡입력 있는 무대 매너가 넘친다. 물론 다른 배역들도 각각의 개성을 재치 있게 발휘한다.

용동권번 기생들의 주체성을 부각시키는 이 작품은 극장사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간 배경이라는 일차적 책무를 떠나 공연사적 흐름을 현대에서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 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왜 너희가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야 하니. 세상이 너희를 비웃고 짓밟거든 세상을 물고 뜯고 싸워서 이겨. 당당하게 수염을 달고 세상에서 살아 이기라고!” 외치는 수염씨의 말은 세상을 향한 울림이자 이 작품을 관통하는 여성의 주체성을 힘 있게 보여준다. 모리나가 역의 최형석 배우와 듀엣을 이룬 추미지 역의 김은결의 호흡은 뮤지컬의 힘을 단단하게 해주었다.

이 작품은 제작 측면에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제작사인 예술숲(Arts Forêt, 대표 김면지)은 각 분야의 우수한 창작자들이 함께 모인 창작 플랫폼(creative platform)이다. 콘텐츠 개발부터 기획, 제작, 유통까지 아우를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이는 공연 메커니즘 상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조건까지 겸비함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작품의 작곡자이자 음악감독인 박경훈과의 좋은 호흡은 무대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본 공연으로 진척되기 위한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서사성 좋은 뮤지컬인데 아쉬운 것은 수염씨가 무대를 끌어가는 힘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보강 요소다.

공연예술은 출연자는 물론이고 행정, 기술, 예술 스태프가 각자의 전공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때 완성도를 제고할 수 있다. 작가는 텍스트에 대해 더 집중하고, 연출은 이 작품을 가장 잘 아는 쪽이 풀어나가는 것이 훨씬 이상적이라 본다.

특정 지역의 가치와 문화를 담은 예술 작품을 담는 일이란 쉽지 않다. 유무형의 가치와 의의를 진단하고, 도시적, 역사적 맥락까지 간파 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고민의 흔적이 뚜렷하다. 쇼케이스를 발전시켜 예술성 높은 본 공연이  완성되길 기대해 본다. 인천시와 주관 기관은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야말로 대표 콘텐츠 개발 성공의 열쇠다.

 

이주영(공연칼럼니스트)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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